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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경이 말하는 라떼는, 그리고 지금은
『철학과 굴뚝청소부』에서 『철학의 모험』까지
사실 『철학과 굴뚝청소부』은 대학생이면 한 번은 보던 시절이 있었으나, 그땐 출판사에서 인세를 챙겨주지 않아서 몇 권 팔렸는지도 알지 못해요.
『철학의 모험』, 참 곡절이 많은 책이죠. 『철학의 모험』과 『수학의 몽상』은 20쇄 가까이 팔릴 만큼 잘 팔리던 책인데, 출판사를 옮기고 나서 무슨 사정에서인지 일 년 넘게 두 책 모두 나오지 않았고, 이후 나온 뒤에는 별로 팔리지 않게 되었어요. 절판되어 잊히는 사이에 아마도 대체재가 되었을 다른 책들이 많이 나온 거겠죠? 하여 다시 한번, ‘책 팔아 돈 벌 팔자가 아니구나’ 생각했죠.
이진경에게 20세기, 21세기는?
1990년대는 제게 물음의 시대였어요. 근본적인 물음의 시대. 그건 또한 방황의 시대, 혹은 유목의 시대이기도 했어요. 화두 같은 물음 하나 들고 이런저런 영역을 횡단하며 잡학자가 되어가던 시절.
2000년대에도 이는 본질적으로 달라지지 않았어요. 다만 그 방향으로 나아가며 물음을 던지고 문제를 발견하고 답을 찾는 가운데, 어렴풋한 상들이 조금 생겼어요. 들뢰즈에게 배운 차이의 철학과 노마디즘, 그리고 제 나름대로 구상하여 <수유너머>에서 계속 실험하고 실행하고 있는 코뮨에 대한 문제의식, 소수성이나 타자성을 끝까지 밀고 나가 거기서 다시 시작하여 구성되는 존재론 등이 그것인데요, 얼마 전까지는 재일시인 김시종 선생을 통해 문학의 바다속으로 깊이 들어갔었고, 요즘은 이런 문제의식을 통해 유물론을 다양체로, 천 개의 유물론들로 증식시키는 데 관심이 가 있어요.
철학의 사명
‘한다더라’의 삶을 위해 장애물을 넘어서고, 익숙한 답들을 정당화해주는 그럴듯한 개념을 주는 것이 된다면, 철학은 무기가 아니라 독이 됩니다. 일상을 근본에서 바꾸며 다른 일상을 구성하게 촉발하는 책과 일상과 철학이 겹치는 부분을 찾아 철학적 개념으로 해석해주는 책은 비슷해 보이지만 정반대되는 책입니다. 그런 점에서 그런 책들이 어떤 책인지생각해보는 게 좋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