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마터2-10’은 산악형 기관차의 제작 번호입니다. 일제 중엽부터 한반도에서 대륙으로 달리던 이 산악형 증기 기관차는 해방 무렵까지 북한에서 운행하던 대부분의 기차였습니다. 같은 번호를 붙인 기관차는 전쟁 중 개성에서 노획되어 북진하던 연합군의 군수를 맡았다가 후퇴하면서 철원 지경에서 폭파 되었습니다. 깡통처럼 껍데기만 남은 기관차는 녹슨 채로 비무장지대에서 풍우를 견디었고 분단의 화석이 되어버렸습니다. 나는 이 기차의 번호를 소설의 제목으로 빌려 왔습니다.
소설은 내가 1989년 방북했을 때에 평양백화점 부지배인으로 근무하던 어느 노인의 이야기를 듣고 메모해 놓았던 내용이 기초가 되었습니다. 그는 우연하게도 내 유년시절 영등포의 옆 동네에서 살았습니다. 물론 나보다는 훨씬 연상이었고 전쟁 시기에 죽은 그의 중학생 아들도 나보다 열 살이나 위입니다. 그의 이야기에서 할아버지와 자기 자신과 아들에 이르기까지 삼대가 철도원이었다는 말을 듣고 인상 깊게 생각했습니다. 한반도에서 대륙으로 이어지던 철도는 식민지근대와 제국주의의 상징물이기도 했습니다.
세계의 근대는 철도 개척의 역사로 시작되었습니다. 나는 이 세계화체제의 시대에 아직도 분단된 한반도에서 대륙을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는 당시 사람들의 꿈이 어떻게 변형되고 일그러져 왔는지 살펴볼 참입니다. 노동자의 계급의식은 감춰지거나 사라졌지만 그들의 삶의 조건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나는 인간의 인생살이를 꿈처럼 그려볼 생각입니다. 그리고 독자들과 함께 시간여행을 떠나 우리들이 잃어버린 것과 되찾을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