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김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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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 김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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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한마디

창문을 열고 밖으로 내다보니, 저기 한 소년이 흑문조의 다리만큼 가느다란 골목을 걸어갑니다. 저 소년은 빈 택시에서 내려 집으로 돌아가는 소년일까요? 아니면 조금 뒤 빈 택시에 오를 소년일까요? 한 포대의 시멘트로 빚은 달은 골목을 환히 밝히기에는 너무 차갑고 멀리 있습니다. 가을이 깊어질 무렵, 저는 빈 택시에 소년을 태워 떠나보낸 적이 있습니다. 소년이 택시에 오른 뒤에도 ‘빈 차’ 표시등에 들어온 빨간불은 꺼지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나는 한 번도 커서 뭐가 될지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아버지도, 할머니도, 춘자 고모도 내게 커서 뭐가 될 거냐고 물어온 적이 없었다. 바람이 나 도망을 가버린 엄마조차도.

소설가 김숨은 1974년 울산에서 태어났다. 1997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느림에 대하여」가, 1998년 문학동네신인상에 「중세의 시간」이 각각 당선되어 등단했다. 동리문학상,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대산문학상, 허균문학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장편소설 『백치들』, 『철』, 『나의 아름다운 죄인들』, 『물』, 『노란 개를 버리러』, 『여인들과 진화하는 적들』, 『바느질하는 여자』, 『L의 운동화』, 『한 명』, 『흐르는 편지』, 『군인이 천사가 되기를 바란 적 있는가』, 『숭고함은 나를 들여다보는 거야』, 『너는 너로 살고 있니』, 소설집 『투견』, 『침대』, 『간과 쓸개』, 『국수』, 『당신의 신』, 『나는 염소가 처음이야』, 『나는 나무를 만질 수 있을까』, 중편소설 『듣기 시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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