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지셴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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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 지셴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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季羨林
1911년생으로 98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난 지셴린은 중국인들로부터 ‘나라의 스승’이란 칭호를 받을 정도로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는 원로학자이다.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난 그는 여섯 살 때 숙부 밑에서 공부를 시작했는데, 고등학생 때 이미 여러 단편소설을 발표하고 번역활동을 할 정도로 학문에 관심이 많았다. 칭화대 서양문학부를 졸업하고 산동성 지난고등학교 국어 교사를 지내다가, 독일 괴팅겐 대학에서 인도 고대 언어를 공부하고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독일에서 10년간 유학하면서 펴낸 다수의 논문은 그 당시 서양 학계의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1945년 귀국 후엔 후스의 추천으로 베이징대에 부임해 동방학부를 처음으로 개설했고 1978년에는 부총장을 지냈다. 또한 제2, 4, 5회 전국정치협상위원, 제6회 전국인민대표회의 상임위원으로 선출되었고, 중국사회과학원 남아시아 연구소 소장, 중국외국문학회장, 중국어언학회장, 작가협회 이사 등을 맡으며 수많은 단체를 이끌었다. 학문 연구 분야는 고대 언어, 중국불교사, 중국인도문화교류사, 비교문학, 문예이론, 동방문화 등으로 다양하다.

1980년대에 중국 둔황(敦煌) 유적의 잔해에서 인도의 제당법(製糖法)에 관한 단서를 발견하고 중국과 인도의 고대문화 교류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으며, 마침내 1996년에 『당사(糖史)』를 완성했다. 이 책은 고대 중국과 인도, 페르시아, 아랍, 이집트, 동남아의 문화교류사에 관한 책으로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이밖에 영어, 독일어는 물론 산스크리트어, 팔리어, 토하라어 등 고대에 사용한 사어(死語)까지 연구해 수많은 고대 문헌과 서양 및 인도 문학을 번역하고, 『중국대백과전서』, 『사고전서존목총서』, 『신주문화집성』, 『동방문화집성』 등 총서의 편집을 주관했다.

문화대혁명 당시에는 학내정치투쟁에 휘말려 린치, 강제 노동, 지식인을 가둬놓는 외양간을 뜻하는 ‘우붕’의 수감생활 등 온갖 고초를 겪었는데, 그 와중에도 방대한 양의 인도 고대 서사시 『라마야나』를 번역하기에 이른다. 그는 문혁이 종결된 지 16년이 지나서야 최초로 그 누구도 쓸 엄두를 못낸 이야기를 『우붕잡억』에 담아 펴냈다. 이 책에서는 인간의 존엄을 훼손하는 이데올로기와 집단적 광기의 부당성을 고발하는 한편, 자신을 핍박한 이들에 대한 복수심을 인간에 대한 연민으로 승화시킨 지셴린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중국인들 사이엔 지셴린을 공경하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 원자바오 총리, 리자오싱 전 외교부장 등은 제자로서 병원에 입원해 있는 그를 자주 병문안하고 있으며, 2008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총감독 장이머우는 자문을 구하기 위해 방문하기도 했다. 중국 대표 신문 「런민르바오」 인터넷 사이트는 지셴린의 생일 축하 기념으로 그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특집 코너를 신설했을 정도다. 지셴린의 고향 산둥성 린칭시에는 지셴린 자료관이 건립되어 있다.

나이와 명성을 감안하면 이제는 가만히 여생을 즐길 법도 하지만, 그는 노환과 지병으로 병상에 있는 요즘도 날마다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책을 읽고 글을 집필하고 있다. 학문에 대한 그의 한결같은 열정은 2002년 SBS 다큐 「세계의 명문대학 - 다이하드, 죽도록 공부하기 편」에서도 다뤄진 바 있다. 마지막 멘트는 다음과 같았다. “거기 한 평생 오직 학문에만 정진해온 하나의 전설이 숨쉬고 있었다. 세상에 참으로 많은 공부가 있지만 진정한 가치, 진정한 경쟁력을 가진 공부는 머리가 좋고 나쁨에 상관없이 좋아서 하는 공부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지셴린은 학문을 연구하는 틈틈이 쓴 산문들을 묶어 여러 편의 산문집을 출간해, 인간적인 면모를 내보이는 한편 젊은 세대에게 인생에 대한 충고와 가르침을 아끼지 않았다. 왕성한 활동을 벌이던 중 2003년부터 투병생활에 들어가, 99세 생일을 한 달도 채 남기지 않은 2009년 7월 11일 타계했다.

지은 저서로는 『인도고대언어논문집』 『라마야나 연구』 『대당서역기교주』 『천축심영』 『낭윤집』 등 500종이 넘으며, 중국도서상, 국가도서상, 루쉰문학상, 번역문화평생성과상 등을 수상했다. 중국 국내에서는 물론 인도 정부가 수여하는 최고 영예 훈장인 ‘연꽃 훈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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