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박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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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 박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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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한마디

우리는 인생 앞에 놓인 수많은 맛의 강물을 건넌다. 당신 삶 앞에 놓인 강물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때로 혀가 진저리치게 신맛도 있어야 하고, 고통스러운 늪 같은 쓴맛도 결국은 인생의 밥을 짓는 데 다 필요한 법이 아닐까. 밥의 욕망, 밥에 대한 욕망, 그것이 우리를 살린다. 내가 사랑하는 가장 심드렁한, 그렇지만 마력의 이 문장을 되새김질한다. 포드나 테일러가 가장 싫어할, 월스트리트가 증오할 문장이겠으니. “다 먹자고 하는 일인데, 먹고 합시다!”

그러던 게 1년이 되고, 결국 3년 가까이 이탈리아에 빌붙어 살게 됐다(물론 귀국해서 돈도 쥐꼬리만큼만 가져다줬다). 그 땅에서 틈나는 대로 여행을 다녔다. 이탈리아는 여행에 최적화된 나라다. 기차와 도로망이 잘 발달해 있고, 상식과 몰상식이 적당히 교차한다. 여행자들에게는 이 적당한 몰상식이 오히려 도움이 된다. 추억도 만들고, 골목에서 급하게 용변을 볼 수도 있으며, 밥값을 안 내고 도망치다 걸려도 동정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워낙 제스처에 밝은 이들이라 손짓 발짓도 다 알아듣고, 음식도 맛있으며, 여행 경비가 많이 들지도 않는다(노르웨이처럼 숨만 쉬어도 돈이 드는 나라가 있지 않은가). 이탈리아는 화수분 같은 재미를 내게 안겨주었다. 국토는 넓었고, 여행은 끝이 없었다. 얼마나 땅이 넓은가 하면, 저 북쪽 사람과 남쪽 사람이 만나면 통역이 필요하던 시절도 있었다고 한다. 인종도 이탈리아 반도처럼 다양한 곳이 드물 것이다. 고트족과 게르만족이 사는 북쪽부터 그리스와 스페인 혈통이 뒤섞여 있는 남쪽까지, 이탈리아는 한마디로 카오스다. 그 난리 통에 슬쩍 섞여들어 이방인으로 구경하는 재미가 만만치 않다. 자, 준비됐는가. 그러면 떠나면 된다.

내가 소설을 쓰겠다고 대학에 들어가서 첫 번째 받은 열등감은 김승옥과 관련된 것이었다. 말하자면, 김승옥의 소설을 읽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는 명백한 분절이 그 대학 문예창작과에 있었다. 나는 물론, 읽지 않은 축에 속해 있었고 술자리에서 김승옥이 거론되면 마치 읽은 것처럼 시치미를 떼고 있다가 밤새 김승옥을 들여다보곤 했었다. 김승옥을 모르고는 도대체 문청들 사이의 술자리에 앉아 있는 건 가시방석이었으니까 말이다.

사라지는 것들에 대해 사력을 다해 쓰는 사람.

서울에서 났다. 1970년대 동네 화교 중국집의 요리 냄새 밴 나무 탁자와 주문 외치는 중국인들의 권설음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 장면이 식당에 스스로를 옭아맬 징조였음을 이제야 깨닫는다. 이탈리아 요리를 전공했으며, 국밥에도 적당히 빠져 있다. 이탈리아 요리는 하면 할수록 알 수 없고, 한식은 점점 더 무섭다.

다양한 매체에 요리와 술, 사람과 노포 등에 관한 글을 쓰고 강의를 했다. 『짜장면 : 곱빼기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오사카는 기꺼이 서서 마신다』, 『노포의 장사법』, 『내가 백년식당에서 배운 것들』,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지중해 태양의 요리사』 등 다수의 베스트셀러를 펴내며 ‘미문의 에세이스트’라는 별칭을 얻었다. tvN 〈수요미식회〉, [어쩌다 어른], [노포의 영업비밀] 등에도 출연했다. 현재는 ‘광화문 몽로’와 ‘광화문국밥’에서 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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