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주원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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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 주원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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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한마디

비단 용산의 참사만이 아닐 것입니다. 15년 전에도, 지금도 계속해서 사람들은 추방의 언덕, 생존의 망루 위로 오르고 또 오릅니다. 수원, 성남, 서울 곳곳에서 도시의 이름, 인간의 이름으로 어떤 이들은 살아남거나 또 어떤 이들은 짓밟히는 둘 중 하나의 선택을 강요받고 있습니다. 저는 알고 싶습니다. 과연 누가 제 손에 칼을 쥐어 줬던 걸까요. 그 칼로 정말 나무 십자가를 진 남자를 찔렀던 걸까요. 그는 어째서 피투성이가 되어 언덕 위에 오른 걸까요. 왜 그 누군가들은 그를 자신들의 도시에서 내쫓았던 걸까요. 그 누군가들은 누구인가요. 가해자와 피해자, 승자와 패자, 가진 자와 잃은 자. 여전히 우리는 이와 같은 도식적 구조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하지만 누가 승자일까요. 이런 구별을 끊임없이 책동하는 이들이 승자일까요.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의 근현대사야말로 바로 그 꿈을 꾸려는 자들과 꿈을 빼앗으려는 세력 간의 한 판 싸움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그 싸움을 폐신집합소라는 아수라장에서 무력 소년이 생존해나가는 자못 ‘거창한 이야기’로 꾸미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비록 변두리 하위 장르라 하더라도 최소한 우리를 격분케 한 힘의 실체를 일깨워줄 수 있는 일말의 화두는 남겨주지 않을까 하는 것이 이 괴상망측한 작품을 쓴 저의 서글픈 탄식입니다.

오늘 우리의 삶에서조차 기회와 역전의 가능성이 주어진 각본대로 정해져 있다면, 그래서 패배가 결정된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면 과연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그 판을 아예 둘러엎고 우리들만의 새로운 판을 만들어야 할까요. 아님 그 판에 주어진 각본대로 적당히 순응하는 착한 선수가 되는 게 옳을까요? 이것도 저것도 아님 그 판에 머물러서 주어진 각본과 역할을 걷어치우고 어떻게 해서든 끝까지 버텨내는 ‘불량주전’으로 살아남는 게 좋을까요.

소설가이자 목사. 서울에서 태어나 2009년부터 소설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글쓰기를 시작했다. 2017년 tvN 드라마 [아르곤]을 집필했고, 2019년 『반인간선언』을 원작으로 한 OCN 오리지널 드라마 [모두의 거짓말]의 기획에 참여했다. JTBC, 연합뉴스, MBN 등에 패널로 출연해 세상과 이야기 사이의 교감에 힘써왔다. 현재는 소수가 모여 성서를 강독하는 종교 활동에 집중하고 있으며, 일상의 예술과 문화 발견을 탐색하는 공유문화연구소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제14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인 『열외인종 잔혹사』를 비롯해 장편소설 『메이드 인 강남』, 『반인간선언』, 『크리스마스 캐럴』, 『기억의 문』, 『너머의 세상』, 『광신자들』, 『망루』, 『무력소년 생존기』, 청소년소설 『한 개 모자란 키스』, 『주유천하 탐정기』, 『아지트』, 에세이 『황홀하거나 불량하거나』, 청소년 인터뷰집 『이 괴물 희생자』, 『힘내지 않아도 괜찮아』,평론집 『성역과 바벨』, 번역서 『원전에 가장 가까운 탈무드』 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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