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한마디
자기합리화를 잘하니까, 회사에서 모든 걸 믿고 맡길 수 있잖아요. 아무리 견디기 어려운 일을 맡겨도 극복하잖아. 늘 그런 식으로 생각하지 않아요? 이건 어쩔 수 없다고.
신도 정의도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외로운 날은 야근을 했고, 말할 수 없이 허한 감정이 갑자기 몰려오는 날이면 회식을 했다. 그때마다 아랫것들은 도끼눈으르 했지만, 상사들에겐 회사에 헌신하는 직원으로 사랑받았다. 빈궁한 지갑을 제외하면 가족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자아실현을 하고 있었던 셈이었다. 이 부장은 생각했다. 이것도 나름의 행복이겠지.
어떤 사정이 있다 해도 다 큰 어른이 다른 남자 앞에서 사정없이 사정하는 일은, 사정상 사정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었다 해도,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용납할 수 없는 사정이었다. 그대로 존재조차 사라지고 싶었지만, 아니 과거로 갈 수 있다면 자신을 수정시켰던 정액의 정충을 사정없이 죽여 버리고 싶었다.
직접적인 살인을 하지는 않지만 사실은 우리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여기는 행동들 때문에 어딘가 주변부에선 죽음을 당하거나 기아에 시달린다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우리 사회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사회 구조에서는 '어쩔 수 없다'거나 '아무 책임이 없다'고 하는데, 과연 우리가 죄를 짓지 않고 사는 건지 묻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