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마윤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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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 마윤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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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한마디

어느 날 친구로부터 자신이 참여하는 종교 행사에 동참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동행했다. 넓은 회당은 평일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몰려든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잠시 후 어렸을 때 교회에서 본 익숙한 광경이 펼쳐졌다. 차례로 연단에 오른 사람들이 간증하는 모습을 지켜보다 무심코 주위를 돌아보았는데 묘한 기시감이 들었다. 연단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사람들의 경건하고 엄숙한 표정과 눈빛 때문이었다. 빈자리 없이 회당을 채운 사람들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무언가를 간절하게 갈구하고 있었다. 아니 무언가를 절실하게 찾아 헤매고 있었다. 그 순간 심연 속에서 한 노인의 온화한 얼굴이 떠올랐다. 오래전 병원 대기실에 놓인 잡지에서 본 네레오 코르소라는 늙은 목동이었다. 연중 내내 거친 바람이 불어오는 저 황량한 고원에서 살아가는 노인의 눈빛이 어찌 이리 명경처럼 맑은가. 친구도 가족도 없이 뜨거운 햇살과 바람에 삭아가는 작은 오두막에서 홀로 살아가는 노인이 어째서 이렇게 행복을 표정을 짓고 있는 걸까. 나는 이런 의문을 품고 2013년 8월 중순부터 지구 반대편, 파타고니아 평원으로 불어오는 거친 바람을 상상하며 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경상북도 봉화에서 태어났다. ‘Heaven, Mackenzie’라는 재즈바와 인테리어 사무실을 운영하다 문학동네로 등단했다. 2012년 ‘마윤제’란 필명으로 세 소년의 모험을 그린 장편소설 『검은 개들의 왕』을 발표했다. 제2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이듬해 아르코 문학상을 수상했다. 뒤이어 우연히 잡지 [GIO]에서 읽은 기사에 이끌려 3년 동안의 긴 작업 끝에 남미 최남단 파타고니아를 배경으로 전설로 전해져오는 바람의 남자 웨나를 찾아가는 한 목동의 장대한 이야기를 담은 『바람을 만드는 사람』을 출간했다. 이후 특별한 서재 출판사와 교보문고가 공동으로 주최한 특별 강연을 기반으로 『우리는 왜 책을 읽고 글을 쓰는가』를 펴냈다. 『8월의 태양』은 동해안의 한 항구도시에서 열리는 ‘뱃고놀이’ 축제를 배경으로 젊은 다섯 남녀들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세 번째 장편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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