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한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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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 한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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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경북도 나남 출생. 이화여대 불문과를 졸업했다. 큰 아이가 말과 걸음을 배우기 시작해 유치원에 다닐 때였다. 집에 아무도 쓰지 않는 낡은 카메라가 있었다. 아이 사진이라도 찍어주면 좋겠다 싶어, 그렇게 처음 카메라를 들었다. 기회가 생겨 한 사진가에게 길지 않은 시간 사진을 배웠고 사진의 매력과 짜릿함을 맛보았다. 그때 눈앞의 뿌연 안개가 걷히면서 사물들이 뚜렷해지는 경험을 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사진만 찍기엔 내게 주어진 역할이 많았다. 게다가 집안 형편마저 기울게 되자 사진이라는 취미가 호사스럽게 느껴졌고 얼마 후 사진을 그만두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육십 대가 되었다. 자식들은 모두 시집장가를 갔고, 삶의 격렬한 시기도 다 지나갔다. 가까운 친구가 사진을 공부하는 것을 보고 첫사랑의 아픈 상처처럼 남아 있던, 애써 꾹꾹 눌러 놓았던 갈망이 슬며시 일어나는 것을 느꼈다. 다시 할 수 있을까. 사진아카데미에 가보니 내가 가장 나이 많은 학생이었다. 손자뻘 되는 학생들 사이에서 부대끼며 굳은 머리로 숙제도 하고 시험도 치렀다. 마음속에 간직했던 사진에 대한 불꽃의 씨가 완전히 사그라지지 않고 점점 따스하게 밝아오고 있음을 느꼈다.
순간을 영원으로 붙잡아놓는 기계, 카메라. 하지만 어떤 카메라도 세월을 돌려놓지 못한다. 그 세월과 함께 떠나버린 것들을 데려오지 못한다. 내가 엄마의 사진에 이토록 조바심을 내는 이유다. 내 나이 67살, 엄마 나이 91살이었던 2010년부터 엄마의 모습과 일상을 담아오고 있다. 이 사진들로 지난해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이 신진작가에게 주는 상인 ‘온빛사진상’을 받았다. 그리고 올봄 처음으로 갤러리 류가헌에서 대중들에게 어머니의 사진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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