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박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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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 박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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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대장부 노릇을 하며 온 동네를 누비고 다녔었다. 자라나는 키만큼 용기도 커지는 것이라면 좋았겠지만, 어느 순간 거짓말처럼 그 용감무쌍하던 시절을 새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다. 새로운 길로 나설 때마다 거대한 벽을 마주봐야만 했고, 그 벽을 넘지 못해 다시 뒤를 돌아 제자리로 돌아오길 반복했다. 자연스레, 멀리 떠나 손쉽게 돌아오지 못하는 길에 대한 갈망이 커졌다. 자전거 세계여행은 매번 낙담하는 자신을 이겨내기 위한 스스로에 대한 도전이었다. 한 걸음씩 나아갈 때마다 내 마음도 손톱만큼씩 자라난다면 좋겠단 소망으로 길을 나섰다. 자전거 페달을 굴러 가 닿는 곳마다 알지 못하던 세계와 만나고 싶었다. 그렇게 밟구가세(발 구르는 곳에 가 닿는 세계)라는 이름으로 자전거 한 대를 끌고 전 세계 30개국을 777일간 여행했다. 용기라는 것에 모양새가 있다면, 아마도 그 등허리에는 분명 두려움이란 것이 찰싹 달라붙어 있을 것이다. 여행 이후, 요즘의 최대 관심사는 등허리에 붙은 두려움과 함께 잘 살아나갈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그 두려움이 용기를 꼿꼿하게 세워 내리라 믿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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