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한무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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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 한무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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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무숙은 “내 의지가 참가하는 인생을 살고 싶었던 것”이 글을 쓰는 이유였다고 말했다. 1930년대 유교적 전통을 이어가는 집안의 며느리로 살았던 한무숙은 밤마다 벽에 원고지를 대고 누워서 글을 썼다고 한다. 이는 오로지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자신에게 위안이었고 자긍심의 원천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한무숙 글쓰기의 여정은 인간의 진정성을 찾아가는 길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한무숙은 전통적인 양반 가문에서 태어나 교육받은 규수 작가로 평가받아 왔다. 경상남도 사천의 군수였던 부친 한석명과 모친 장숙명 사이에서 둘째 딸로 태어난 한무숙은 부산여자고등학교에서 서구적 교육을 받았으며, 김말봉의 소설 『밀림』의 삽화를 242회에 걸쳐 그릴 정도로 그림 실력이 뛰어났으나 건강상의 이유로 미술대학에 진학하지 못했다. 그러나 화가로서 한무숙의 꿈은 1970년대에 이루어져, 몇 번에 걸쳐 서화전을 개최하기도 했다.

한무숙은 1940년 매월당 김시습의 대종손의 아들인 김진흥과 결혼하는데, 당사자들의 의사와는 상관없는 양가 어른들의 결정이었다고 한다. 결혼을 통해 한무숙의 글쓰기는 유교적 가부장제가 억압하는 여성의 꿈과 욕망을 투영하는 행위의 의미를 갖게 된다. 한무숙은 1942년에 「신시대」 현상 공모에 「등불 드는 여인」이 당선되었고, 1943년에는 희곡 「마음」, 1944년에는 희곡 「서리꽃」이 조선연극회 현상 모집에 당선됨으로써 작가로서의 출발을 알렸다.

그러나 「등불 드는 여인」이 일어로 쓰인 작품이며, 그 이외는 희곡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소설가로서의 등단작은 1948년 국제신보 장편소설 공모 당선작인 『역사는 흐른다』라고 할 수 있다. 구한말에서 8·15 해방까지의 한국 근대사를 반영한 이 소설은 조씨 집안의 가족사를 통해 한국 근대사에 대한 작가의 역사적 상상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 밖에 장편으로 『빛의 계단』, 『석류나무집 이야기』, 『만남』 등을 발표했다. 특히 정약용의 삶을 주제 한 『만남』은 한국 고유의 전통과 실학, 무속, 서학, 조선조의 당파 싸움 등에 대한 작가적 관심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한편 한무숙은 다양한 주제로 많은 단편을 창작했는데 전후 소설 계열인 「아버지」, 「군복」, 「환희」 등과 불교적 주제나 분위기를 보이는 「부적」, 「돌」, 「우리 사이 모든 것이」 등이 있다. 소설 이외 수필집으로는 『열 길 물속은 알아도』, 『이 외로운 만남의 축복』, 『내 마음에 뜬 달』 등을 출간했다.

한무숙은 1957년에 단편 「감정이 있는 심연」으로 자유문학상을 수상했고, 신사임당상(1973)과 3·1문화상 예술대상(1989), 대한민국예술원상(1991) 등을 수상했다. 또한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부회장으로 국제펜클럽대회에 참석하는 한편 한국여류문학인회 중앙위원 등을 맡는 등 여성 문학가로서 활발한 활동을 했다.
1993년 한무숙 작가의 사후에 남편 김진흥은 서울 종로구 명륜동의 고택을 개조해 한무숙문학관을 개관했으며, 한무숙을 기념한 한무숙문학상도 1995년 제정했다. 현재 따듯한 인간애와 고결한 순결 의식을 바탕으로 존재론적 구원을 추구한 문학인으로 평가받는 한무숙은, 여성 정체성의 탐구를 통해 진정한 인간에 대한 탐색과 존재의 자기 완성을 향해 끊임없이 노력한 여성 작가로서의 문학사적 위상을 뚜렷이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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