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김강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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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 김강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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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촌귀농. “100세 시대가 온다!”라는 말이 유행했다. 그 말이 무서웠다. 60세에 정년퇴직하고 나서 40년을 더 살아야 한다고?! 그러면 무얼 하면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 오래 산다는 것은 과연 축복일까? 건강하게 오래 살면 되지 않을까?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결론은 “일을 해야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다.”였다. 그럼 어떤 일을 해야 할까? 여태껏 해온 광고 일을 계속 하면 되려나? 아냐, 시간 단위로 변하는 광고계에서 노인이 어떻게 살아남아? 이 기회에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찾아보는 게 어떨까?

오랜 고민 끝에 도시를 떠났다. 도시는 내 삶의 터전이었다. 하지만 나는 26년의 광고인 생활을 통해 알고 있었다. 익숙한 과거와 결별해야만 진짜 창조성이 발현된다는 것을.

인제-소치마을. “산촌귀농 장소가 왜 하필 강원도 인제냐?”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산촌귀농을 준비하면서 전국의 여러 곳을 답사했다. 강원도, 충청도, 경상도, 전라도… 많은 곳을 다녔지만 내 선택은 결국 인제였다.

왜냐고 묻는다면 “인연”이라고 답하겠다. 군 생활이 힘들기로 유명한 인제에서 군복무를 했다. 젊을 때부터 비박산행을 좋아해서 강원도의 수많은 산을 돌아다녔다. 광고대행사 시절 동료의 소개로 만난 멘토마저 인제 사람이었다. 그 모든 인연이 명연출가의 각본처럼 자연스럽게, 매끄럽게, 그리고 순식간에 연결되었다. 누구나 그런 인연 하나 쯤 있지 않은가?

농작물. 산에 밭을 일군다. 산채인 곰취, 산마늘, 더덕 그리고 산양삼(前 장뇌삼)을 키운다. 텃밭에는 감자, 옥수수, 상추, 김장배추가 자란다. 자급자족이다. 가을엔 잣을 따러 다닌다. 소치마을 주민들이 도시에 농산물을 판매할 수 있게 돕는다. 마을 발전위원회의 이사이며 협동조합의 조합장이다. 틈틈이 글도 쓴다. 도시에 나가면 8년차 귀농귀촌 교육 강사가 된다.

나는 소치마을 주민이다. 마을의 모든 행사에 빠지지 않고 참여한다. 40여 호 남짓한 소치마을 주민들과 함께 시간을 나누고, 마음을 나누고, 정을 나누며 살아간다. 이 마을에서 남은 인생을 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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