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오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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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 오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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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를 살고 있지만 80년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우리 집 살림살이를 본 어른들은 한결같이 나에게 “나이 들어 먹고살려면 이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어른의 말이란 무엇이든 진실일 거라 믿던 당시의 나는 글짓기, 독후감 대회의 문을 두드리면서도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는 것이 두려워 엔지니어의 길을 선택했고 15년의 경력과 함께 어느덧 한 기업의 차장 자리까지 올랐다. 지금의 세상은 문과와 이과 간의 융합을 요구하지만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두 영역은 암묵적인 상호 불가침 조약을 맺고 있기에 이 금기를 깨려 했던 나는 회사에서 이단아로 여겨졌지만 보상보다 성과에 목적을 둔 삶의 방식 덕분으로 사내에서 각종 프로젝트부터 중장기경영전략수립, 신사업 발굴과 같은 굵직한 일을 할 수 있었고, 엔지니어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신문홍보모델과 홍보조정위원, 기업 현판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부서들의 영역을 침범하며 직장 세계를 살아가고 있다. 엔지니어의 창조력과 인문학적 상상력이 가미된 이런 나의 노력이 회사를 넘어 내 아이가 살아갈 다음 세대까지 적어도 오늘보다는 한 발짝 더 진보될 거라 믿기에 오늘도 모범 직장인으로 체력 하나 믿고 고군분투하며 매일 이겨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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