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이경은

이전

  저 : 이경은
관심작가 알림신청
직장인이자 엄마다. 어머니께 간이식을 해드린 남편을 두었다. 대학에서 공부한 세 전공 가운데 하나가 하필 윤리교육이라 윤리 문제를 짚어내는 데 남보다 아주 약간 더 예민하다. ‘윤리교육을 전공했으면서 왜 이런 글을 써?’라는 시선이 두렵다. 하지만 자판 앞에 앉는 것을 멈출 수 없다.

수술을 반대할 수 없었다. 우리나라는 자기 간을 떼어내는 것보다 수술을 거부하는 데 더 큰 용기가 필요하다. 10개월이 지났다. 그는 서서히 회복되고 있지만 반대로 나는 검은 수렁으로 빨려 들어갔다. 남편의 건강이 끊임없이 염려되고 아직 겪지도 않은 사별의 스트레스를 온 마음과 몸으로 겪었다. 뒤늦게 찾아간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나더러 불안장애라고 했고, 불안우울증이라고도 했고, 중등도 우울장애라고도 했다. 간의 70%를 잘라낸 남편에게는 병명이 없는데 내게만 병명이 생겼다.

올해도 어김없이 숫자가 늘어날 것이 분명한 생존기증자와 그 보호자들에게 이 이야기를 꼭 들려주고 싶다. 확인하라고, 질문하라고, 도저히 아니다 싶으면 물러나도 된다고. 당신에게는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겁쟁이가 아니라고. 수술을 거부하려면 더 크게 용기내야 하는 사회와 제도가 문제라고.

이경은의 대표 상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