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알바 카르바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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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알바 카르바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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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세상이 내게 허락한 곳이면 어디서든 내 집처럼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초능력’이 있다. 사실 나의 집은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몇 안 되는 친구들, 옥타비오 그리고 내 책들이 전부다. 또한 사람들로 꽉 찬 콘서트장이나 기차의 좌석, 커피 맛이 별로인 카페의 한쪽 자리 역시 나의 집이다.
내 생애 첫 집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로마 시대의 성벽이 온전히 남아있는 도시 루고Lugo에 있었다. 어쩌면 그래서 부모님과 형제자매의 사랑이 내겐 슬픔에 맞서는 성벽이 되어 주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활기 넘치는 마드리드의 차미나데 기숙사Colegio Mayor Chaminade에서도 살았고, 늘 친구들이 들락거리던 아파트 서너 곳과 파리의 4.8평(16m2)짜리 아파트에서도 살았다. 17세기에 지어진 코르도바의 수도원을 개조한 예술가 레지던스에서 살면서는 새로운 시작을 꿈꿀 수 있었다.
언제나 들썩거리는 내 엉덩이는 지금 만사나레스Manzanares 강 맞은편 아파트에 잠시 머물고 있다. 여긴 오후가 되면 햇살이 낮잠 자러 들어오는 곳이다. 내가 살았던 곳, 그리고 앞으로 살게 될 모든 곳, 그 어디든 모두 나의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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