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한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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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 한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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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적어둔 그리움 같은 것, 노래한 희망 같은 것은 죄가 되고, 과거의 죄들은 현재의 저를 초라하게 만듭니다. 미래는 뿌연 안개 속을 들여다보는 것 같습니다. 조금만 더 게슴츠레 뜨면 보일 것 같지만 여전히 너무 흐릿하기만 합니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 나가다 너무 흐릿한 탓에 나아가야 할 길이 보이지 않을 때, 과거에는 너무 익숙했던 이름들을 마치 잊은 듯이 바라볼 날에, 저 자신의 존재마저 희미해지려고 하는 순간에, 시간의 풍화를 견딘 과거의 죄들이 다시금 현재의 저를 예리하고 서늘하게 찔러, 잃어버렸던 무엇인가를 미래의 안개 속에서 다시 찾을 수 있게 해줍니다.

앞으로도 저는 망망한 인생의 바다 위에서 몰아치는 세파에 시달리며 넘어지고, 해무에 갈피를 놓쳐 정처 없이 표류하면서도, 초라하지만 소중한 순간의 죄들을 여전하게 적을 것만 같습니다.

바람이 허락한다면,
아주 잠깐이더라도 저의 순간이
당신에게 파도이기보다 윤슬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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