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정영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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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 정영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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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학 그 표준이론」의 저자 정영부(鄭英父)는 자신의 나이가 40억 살이고 10억 살이고 6억 살이라고 한다. 그리고 천이삼백 살쯤이고 또 3천 살쯤이라고 한다. 자세히 말하면 그는 생기체(生氣體)가 된 지 40억 년이고 생혼(生魂)이 된 지 10억 년이며 그리고 각혼(覺魂)이 된 지 6억 년, 사람의 혼인 지혼(知魂)이 된 지는 천 이삼백 년 되었다는 것이다. 또 그와는 별도로 그에게는 영(靈)이 있는데 그 나이가 3천 살이라 한다. 게다가 그의 영혼이 가진 생명력의 크기는 태양계와 맞먹고 그 영혼이 빛이 된다면 전 우주를 수천만 년 밝힐 것이라고 한다. 사실이라면 지구상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데다가 매우 위대(偉大)한 사람일 것 같은데 그의 말로는 사람이라면 대충 다 그렇다고 한다. 그러니 이번 생에 그가 언제 어디서 태어났고 무슨 일을 하였는지로 그를 소개할 수 있을까? 제대로 소개하려면 그 나이 먹도록 뭐하였는지 다 설명하여야 할 것이다. 그는 그것을 설명하려고 이 책을 썼다고 하니 혹시 알고 싶은 사람은 이 두껍고 재미없는 책을 다 읽어야 할 판이다. 따라서 지금 당장 저자를 소개한다면 그는 ‘이 책을 쓴 사람의 영혼(靈魂)’, 더 정확히 말하면 ‘이 책을 쓴 사람의 영(靈)’ 정도다. 또 별 의미 없지만 저자의 말을 빌려 그와 이 책을 좀 더 소개하자면 그는 이번 생을 전문직으로 호구하며 사상마련(事上磨鍊)의 삶을 60여 년간 이어오다가 지난 40억 년을 중간 점검하는 한편 자신의 혼을 영교(靈敎)하고 그 후생(後生)에게 구도(求道)의 지름길을 알려주기 위하여 이 책을 썼다고 한다. 그렇다면 저자가 진정 기대하는 독자는 그의 혼과 그 후생인 셈이다. 그런데 겨우 몇백 부 찍어 후생이 이 책과 조우하기를 바라는 것이 천우신조(天佑神助)없이 가능할까? 이에 저자는 환생재단(還生財團)이라는 예상치 못한 방법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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