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심병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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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 심병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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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동창회 명부가 도착했다. 퇴적된 시간이 두툼했다. 화석처럼 굳어가는 내가 보였다. 정리하는 마음으로 글을 한 편 썼다. 보령수필문학에서 뽑아주었다. 『에세이문학』에 수필로 등단했다. 무언가 허전했다. 소설 창작을 들으며 몇 년을 보냈다. 일과가 끝나고 진료실에 남아 소설을 쓰다보면 눈 깜짝할 사이 자정이 되었다. 깜깜한 국도를 달려 집으로 돌아오며, 언젠가 유난히도 추웠던 겨울, 밤을 새워 골방에서 소설을 쓰던 한 청년을 떠올렸다. 화석에 온기가 돌았다. 『한국소설』에 「발우생활정보신문 창업기」로 등단했다. 앞으로 글을 쓰게 될지, 쓴다면 어떤 글을 쓰게 될지, 잘 모르겠다. 겨울밤을 하얗게 지새우던 그 청년이 가는 길을 따라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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