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정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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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 정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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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개와 고양이, 닭과 오리(심지어 거위), 잉어, 자라, 다람쥐, 앵무새 등 온갖 동물들과 함께 살았다. 동물 없는 하루를 상상할 수 없게 되었고 독립 후에도 자연스레 반려동물의 집사 노릇을 하며 살고 있다. 내게 온 개들로 인해 까칠하고 오만한 인간이라는 껍질을 한두 꺼풀 정도 벗을 수 있었고, 존재가 곧 아름다운 노래 같은 고양이와 반려하면서 삶의 무게로부터 가볍게 날아오르는 법을 조금은 배운 것 같다. 모든 동물이 행복하면 좋겠는데 그렇지 못한 세상 때문에 전전긍긍하고 괴로워하다 열폭한 뒤 정신 차리기를 반복한다. 동물을 사랑하며 사는 건 참 고단하다 싶지만, 이 사랑을 모르고 생을 마감했더라면 어땠을까 또 아찔하다. 바야흐로 눈이 멀고 귀도 멀어가는 나의 늙은 개, 고양이가 나이 듦에 허둥대지 않고 천수를 누리길 소망하면서 오늘도 바쁜 집사의 하루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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