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김현지

이전

  저 : 김현지
관심작가 알림신청
2023년, 작년 겨울 어느 날, 달리던 차 안에서 처음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건 다짐이나 각오, 목표라기보단 애초부터 정해진 길로의 순응 같은 것이었습니다. ‘글을 써야지, 쓰고 싶다, 써볼까’라기보단 ‘이대로는 안되겠다. 이젠 쓸 수밖에 없겠구나.’라는 깨달음이었습니다. 내 안에 웅크리고 있던 건강하지 못한 자아가, 더 이상 자신을 숨긴 채로는 온전히 살아낼 용기가 없다고 털어놓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쓰기 시작한 이야기들은 사실 우울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인간의 마음 속에 켜켜이 쌓이는 것들은 보통 희망이나 행복, 기쁨이 아니라 상처와 분노, 좌절, 억울함 등이니까요. 하지만, 그렇게 부정적인 것들을 쏟아내고 난 자리에 조금씩 그리고 하나씩 이해와 인내가, 연민과 믿음이, 수용과 화해가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기어이 들여다보고 후벼 파고 상처받기를 마다하지 않자 거칠어진 제 자신이 정돈되고 실타래처럼 헝클어졌던 많은 것들이 제자리를 찾았습니다.

자책과 자기 기만, 상처 등으로 점철된 내면을 지닌 인물들이 삶의 순간들에서 맞딱드리게 되는 날선 감정들을 포착하고 묘사하면서, 인물들의 과거와 현재를 함께 살아내면서 저도 함께 설레고 슬프고 아리고 성장하게 됐습니다. 글쓰기가 준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쓰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었던 일이, 누군가에게 읽혀 일말의 울림과 감동과 재미를 줄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한 보람은 없을 것 같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김현지의 대표 상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