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그 누구의 누구도 아니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스스로 얼마나 보잘것없는지 떠올리는 건 여전히 고통스럽습니다. 눈을 감고 벽을 짚으며 천천히 걷습니다. 바람이 낙엽을 스치는 소리도 코끝을 찌르는 추위도 모든 것이 선명합니다. 원망스럽게도 삶을 사랑하는 내가 가엾어 웁니다”
“말 없는 하늘의 너그러운 마음과 몸 없는 바람의 자유로운 태동에 내 심장은 매번 뜀박질을 해댑니다. 어제보다 오늘이 아니면 내일이라도 당신의 심장에 언어의 운율이 흐르고 끓어오르는 흥분에 도달하기까지 여전히 나는 떨리는 가슴으로 조각난 글자를 따고 엮어서 당신의 세상에 띄울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