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아 내는 일을 직업이라 할진대, 작가이자 번역가면서 출판 편집자이자 명리학 연구가인 지은이에게 누군가가 물었다.
“참 하시는 일도 많군요.”
그러자 지은이는 몹시 겸연쩍다는 듯이 뒷머리를 긁적였다.
“정작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어서…….”
그래서 한 가지라도 제대로 해보려고 지은이는 이 책을 썼다
광명시 귀퉁이에 틀어박혀 이름 지어주고 남의 글 교열 봐주며 하루하루 살아 있음을 실감하는 지은이에게 또 누군가가 물었다.
“이름만 짓고 사주는 안 보세요?”
지은이가 대답하기를, 때로는 당의(糖衣)를 입히고 때로는 과장으로 부풀려야 하는 말[言]에 스스로 치여 사는 게 지겹대나 뭐래나…….
요사이는 어디 문화센터 같은 데서 분필 한번 잡아보려는 야무진 꿈(?)을 마음 한 켠에 사리다가, 그러려면 판서(板書)를 해야 할 텐데 워낙 악필이라 어쩌면 좋을꼬 싶어 한숨을 깨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