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옛날,
망망한 들판
지는 저녁노을 바라보며
막연하나마 그림을 그리며 살겠다던
한 소년,
멀고 굽이진 길 돌고 돌아
그는 지금, 글씨를 그린다.
무심한 바람에
산산이 흩어지는 꽃잎,
보는 마음 그저 한가롭다.
그 누구도 닮지 않은
그 다운 작품을
그 자신을 위해 만들며
그는 다시,
침묵과 고독을 벗 삼아
자연을 닮은 걸작을 남기겠다는
부질없는 꿈을 꾼다.
어찌할꼬?
그 마음 다 못 채우고 헛되이 백발이 되것다.
2023년 가을에
虛素齋 작업실에서 문중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