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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 신이책 만든이 코멘트 보이기/감추기

  저 : 신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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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충남 생

나에게 시는 ‘육친’의 결혼식에 입고 가는 정장이(어야 했)다.
나에게 소설은 ‘숨 쉬는 펜촉’으로 그리는 그림자극이다.
아, 왜 그 반대가 아니었을거나!
대개는 시가 그림자극이고,
소설이 육친, 결혼식, 정장의 길항 관계가 아니던가.
하지만 나는 망치를 들고 목책을 고치다 말고 혼잣말을 뇌까린다.
“세상에는 정장이 최고의 그림자극인 사람이 있어, 포커페이스라는 게 있어.”
(그때 목책 바깥을 지나가는 이웃 사람 일곱이 있었다.)
이웃 1 : 포커페이스가 뭘까?
이웃 2 : 크레바스를 건너는 사다리 같은 거 아닐까?
이웃 3 : 저 땅에는 크레바스가 없더라는 풍문이 있네.
이웃 4 : 에이, 크레바스가 없을 수가 있나.
이웃 5 : 그야 안중에 안(眼)밖에 없는 삶이었으니까.
이웃 6 : 생각만 해도 숨이 막혀 오는군.
이웃 7 : 글쎄, 그 원형경기장을 덮고 그 위에 원탁을
놓으려 했다면!
눈에 흙이 덮이고도 유령이 되어 저렇듯 사다리를
놓는 중이라면!
영원히 안에 갇혀서 바깥으로…….
(이웃들이 검은 모자를 벗고 잠시 서 있다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