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늘 언덕에 서 있었다. 『그리스인 조르바』의 작가 카잔차키스가 묻힌 크레타섬에서 그의 묘비를 보며 묵념하고 있을 때도 에게해의 잔잔한 바람은 언덕을 따라 내게 불어오고 있었다

산토리니의 푸른 바다의 전설을 생각할 때도 수니온의 사나운 바람과 간지럽히듯 따뜻한 바람이 불 때도 눈부신 태양과 물의 향연에 감탄할 때도 나는 늘 언덕에 서 있었다.

앞을 볼 수 없는 로드리고의 신혼여행지인 알람브라궁전의 언덕에서 파란 하늘과 대자연을 바라보며 찍었던 사진은 나의 책 표지가 되었고 부코스키의 흔적을 따라가 본 하이델베르크의 언덕에서 그와 똑같은 포즈를 취해 보았으며 「황태자의 첫사랑」을 흉내 내듯 낯선 이들과 술잔도 부딪혀 보았다 아드리아해의 바람을 맞으며 나풀거리는 빨랫감을 보고 엄마를 떠올린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니크에서도

나 는 언 덕 에 서 있 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