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방구에서 새치기를 당하지 않을 만큼 나이가 들었어요. 책 만드는 일을 하고 있고요. 그래서 나무에게 늘 미안해요. 그런데 그렇게 미안한 일을 계속하고 싶어 한다는 게 요즘 저의 고민이에요. 혹시 고구마 캐 본 적 있어요? 똥보다 굵은 고구마들이 땅속에서부터 줄줄이 올라오는 게 정말 재밌어요. 당연히 고구마도 좋아하고요. 속담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요. 엄마가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라든가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라는 속담을 들어서 저를 자주 혼내셨거든요. 아, ‘옛말치고 그른 말 하나도 없다’라는 말도 싫어해요. 틀린 것 많던데……. 남들이 낭비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좋아해요. 잠자는 것, 멍하니 있는 것, 돈을 열심히 벌지 않는 것(혹은 못 하는 것), 친구들과 노닥거리는 것 말이에요. 바라는 것은 지구 평화예요. 농담 같지만 진심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