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뜨면 종밑 골목에서 놀던 일고 살 인생은 마흔이 되어서도 골목길 걷기를 어지간히 좋아하는 인생으로 살고 있다. 밥 그릇 수가 쌓여가는 만큼 밥값 하는 사람으로 살아가기를 바라는 갑남을녀의 을녀, 봄날은 간다는 사실을 심히 잘 아는 나이가 되고서야, 또 오지 않을 봄날을 만끽하는 중이다.
카메라에 세상을 담고 허름한 술집에서 막걸리를 즐기던 그는 한 여자를 만나 자유를 반납한 대신 행복한 가장이 되었다. 아이들이 자라면 꼭 함께 캠핑을 가 커다란 텐트를 치고 두 아들과 낚시를 하겠다는 꿈을 가진 낭만적인 남자. 사진작가이지만 지금은 가족을 위해 작업을 접은 그를 위해 아내는 미래의 언젠가 사진작업을 위한 365일 외박권을 주었다.
시골에서 모심고 고추 따던 어린 시절, 여름이면 냇가로 다슬기를 잡으러 다녔던 소녀는 어느덧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어려서도 들꽃을 좋아한 그녀는 아줌마가 된 지금도 꽃시장에만 데려다주면 두 바퀴 세 바퀴를 거뜬히 돌며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 한옥집에서 파티를 여는 그녀는 여전히 매일 꿈을 꾸며 사는, 최홍준의 아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