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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 표정희 만든이 코멘트 보이기/감추기

  저 : 표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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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여대 여성인력개발과(현 비서인재과, 사회복지보육과) 학생회장 출신. 매년 초 가장 이슈는 각 과 학생회장들의 취업이다. 후배들의 기대에 어쩔 수 없이 계약직이지만 대기업에 입사, 후배들은 나를 삼성 다니는 선배라고 불렀다. 나름 꼼꼼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왜 회의자료에 오타가 발견되고 엑셀에 밑줄이 빠져 있는지. 별것도 아닌 것에 매일 혼나며 일을 배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퇴사할 마음이 없었던 이유는 같은 업무 경력 10년차보다 많은 급여를 받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회사가 역삼역에 있었다. 방배동 집에서 지하철 네 정거장이었기에 이보다 좋은 직장은 없었다. 입사 후 2년이 지났을 때 회사가 용인으로 이사했다. 아침마다 버스를 두 번 갈아타며, 남들은 일하러 서울로 가는데 나는 시골로 끌려가는 기분이었다. 몇 달 후 팀 해체 소식이 들려왔다. 그래서 학창시절 재미있었던 공연 행사기획 일을 해보고자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이력서를 보냈는데 합격, 활동 중이던 가수의 매니저가 되었다. 입사 날짜를 정한 후 삼성SDS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모든 팀원들이 얌전히 회사 다니다 시집가라고 조언했지만 반복된 삶이 지루했다.

운전을 못하는 장롱면허자에게 로드매니저 자리를 준 청담동의 엔터테인먼트. 입사 일주일 만에 놀랄 만한 일이 벌어졌고 그만두겠다고 했다. 나 대신 다른 사람이 잘려나가고 어쩔 수 없이 회사에 남았지만 운전도 못하고, 경호를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가수 뒤를 쫓아다니며 위치추적해서 감시하는 업무가 주어졌다. 당시 월급이 50만원이었는데 그마저도 첫 달 한 번 나오고 끝이었다. 행사로 전국을 돌아다니고 일본까지 다녀왔지만 내가 하는 업무는 딱히 없었다. 영화같은 무서운 일들이 계속 일어났고 결국 퇴사했다. 3개월 근무했고 그후 3개월 동안 미행 당하는 악몽을 꾸었다.

기획 일이고 나발이고 다 필요 없단 생각에 월급 따박따박 나오는 안정된 직장으로 다시 돌아갔다. 회사를 다니며 고려사이버대학교 문화예술학과에 편입하여 졸업했다. 1년 반 근무를 했을 때쯤, 친구가 유럽여행을 가자고 제안, 고민 끝에 퇴사를 결정했다. 퇴사 이유가 유럽배낭여행이라고 하자 부장님과 부서 언니들이 미쳤다고 난리가 났다. 그도 그럴 것이 불과 몇 달 전에 입사한 어느 여직원은 면접장에서 울면서 통사정을 했기 때문이다. 재경부 부장님께서 배낭여행 후 다시 입사할 수 있도록 싱가폴 아시아 퍼시픽에 연락을 해보겠노라 하셨다. 불가능한 일인걸 알기에 마음만 감사히 받고 여의도에 있는 한국휴렛팩커드를 퇴사했다.

유럽여행 중 한 남자가 스쳐갔는데 그가 내 인생에서 첫 남자친구가 되었다. 여행 후 한국에 돌아와 외국계 기업 재경부에서 2년간 근무를 하고 퇴사하겠다고 말씀드렸다. 부장님과 이사님은 사색이 되어 급여를 올려주겠다고 하셨다. 사실 몇 달 전에 급여가 조금 올랐다. 한국휴렛팩커드 재경부 출신인 이사님께서 결혼하고 애 낳고 죽을 때까지, 한국을 떠나지 않는 이상 무조건 이 회사에 남으라고 하신다. 결혼해서 한국을 떠난다고 말씀드렸더니 그제서야 웃으시며 기쁜 마음으로 보내주겠다고 하셨다. 퇴사하는 날, 예상치도 못했던 감사패를 받고 엉엉 울었다. 그렇게 종로에 있는 신젠타코리아를 퇴사했다.

결혼하고 3일 후, 프랑스 생활 시작. 한인교회 재정부와 교육부를 담당했고 한글학교 교사 및 한인회에서 한국문화를 알리는 일에 참여했다. 한국에서 바쁘게 움직였던 나는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데 익숙하지 않았다. 곧 우울증에 빠졌고 점점 더 예민해져 갔다. 남편이 아프리카에 있는 동안에는 한국에 들어와 풀잎문화센터 한지공예 강사로 일했다. 그때 수강생이 여섯 분이었는데 영등포 문화센터 원장님께서 한지공예 수강생이 이렇게 많은 건 처음이라고 하셨다. 다시 프랑스로 돌아와 진정한 가정주부의 삶이 시작되었다. 남편이 말하는 “돈 안되는 예술 활동”을 하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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