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 사람들은 종종 내게 “건강관리를 열심히 하네요” 라고 말한다. 그러나 정작 나는 건강을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건강을 위한 최선의 선택으로 ‘자연식물식’을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강해지기 위해 특별히 더 해야 할 일이 없어서 그런지 요즘은 크게 건강관리를 의식하지 않는다. 목숨을 하늘에 맡긴 마음이랄까? 자연식물식은 내 마음에 자리잡고 있던 걱정과 불안을 없애주었다. 평소 먹던 익숙한 것들을 빼야 한다는 점에서 자연식물식은 어떻게 보면 ‘뺄셈의 식단’이 라고 정의할 수도 있겠다.
--- 「‘건강을 위한 나의 투자, 7년 극한 식단’」 중에서
남들보다 내가 도덕적으로 뛰어나서, 혹은 생명 감수성이 높아서, 또는 특별한 환경에서 자라서 이런 식단을 선택한 게 아니라는 점을 고백하고 싶다. 나는 여러분과 크게 다르지 않은 학창시절과 평균에서 벗어나지 않는 식생활로 매일을 보냈다. 학교 급식은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시작했다. 아침은 우유에 시리얼, 토스트, 계란, 냉동만두처럼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그리고 점심과 저녁은 학교 급식을 먹는 패턴이 고등학교 때까지 자연스레 이어졌다. 스스로 음식에 대한 선택권을 가질 수 있었던 대학 시절에는 외식이 일상이었다. 학교 근처 중국집, 백반집부터 번화가에 있는 돈가스집, 샤브샤브집, 고깃집, 피자집, 무한리필 음식점까지 여러 식당을 돌았고, 구내 학생 식당에 갈 때에는 스파게티며 순두부찌개, 뚝배기불고기, 제육볶음을 먹었다.
--- 「‘거창한 이유가 없어도’」 중에서
나는 2016년 즈음부터 모든 동물성 식품을 먹지 않는다. ‘자연식물식’은 자연 ‘식물식’이니 동물성 식품을 자제하는 게 옳다. 그러나 플랜트-베이스드 라는 말은 엄밀히 따져 ‘식물성 식품을 기반으로 한다’는 뜻이므로 100% 식물만 먹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전문가들 중에는 붉은 고기, 가공육, 닭고기, 생선, 계란 등 어떤 종류의 동물성 식품 이든 섭취하지 말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닭고기나 생선 정도는 괜찮다는 의견을 내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양쪽 다 붉은 고기와 가공육은 가급적 제외하라고 권한다. 세계보건기구 WHO의 국제 암연구소 IRAC 역시 붉은 고기를 2군 발암물질에 포함시켰고 소시지, 햄, 베이컨 같은 가공육은 1군 발암물질에 넣었다. 가공육의 경우 소시지나 햄에 색깔을 내기 위해 추가하는 아질산염이 발암물질인 니트로사민으로 변환되면서 DNA를 망가뜨리기 때문이다. 혹 잎채소에 포함된 아질산염도 위험한 게 아니냐고 묻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 잎채소의 질산염이 우리 체내에서 아질산염으로 바뀌는 것은 맞는 이야기지만, 이때 아질산염은 발암물질인 니트로사민으로 변환되지 않는다. 채소가 가지고 있는 영양소가 변환을 막고 도리어 혈액순환을 도와주는 산화질소인 나이트릭 옥사이드를 만들어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발암물질을 먹는다고 해서 바로 암에 걸리지는 않는다. 유전적 요인도 중요하고 개인의 건강상태뿐만 아니라 그가 어떤 음식을 먹어왔는지, 얼마큼의 양을 얼마나 오랫동안 먹어왔는지에 따라서 결과는 천차만별 달라지니 말이다. 하지만 ‘이 정도 양으로는 암에 안 걸려’ 라고 무시해도 발암물질이 위험하다는 사실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 그러니 담배, 석면과 함께 1군 발암물질에 분류된 고기를 섭취할 이유가 없다.
--- 「‘무엇을 먹고 무엇을 먹지 말아야 하는가’」 중에서
콩이 유방암과 관련이 있다는 루머도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거짓임이 드러났다. 8개의 프로젝트를 메타분석한 연구에서는 콩을 많이 먹었을 때 유방암 위험성이 29%까 지 감소하는 것이 확인되었고 유방암 완치 환자 5,000여 명을 추적한 연구는 콩 섭취가 유방암 재발률, 사망률과 상관관계가 낮은 것으로 귀결되었다. 또, 콩을 많이 섭취한 남성 일수록 전립선암에 걸릴 위험도 낮아졌는데, 이는 콩에 포함 된 이소플라본isoflavon 성분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소플라본 성분을 많이 먹으면 남성 호르몬 수치가 낮아져 여성형 유방증을 유발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소플라본은 식물성 에스트로겐estrogen으로,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 오해를 사기도 한다. (중략)
--- 「‘무엇을 먹고 무엇을 먹지 말아야 하는가’」 중에서
보통 친구네 집에서 잘 때에는 먹을 것을 사 간다. 대개는 친구가 나를 위해 야채나 과일을 사놓긴 하지만, 내가 먹는 양이 적지 않기 때문에 내가 먹을 것들을 들고 가는 게 마음이 편하다. 한 친구네 집에서 하룻밤 잤을 때의 일이다. 그 날도 역시 먹을 것을 준비해 가서 다음 날 아침 친구네와 아침을 먹는데, 가만 보니 이제 막 이유식을 시작한 친구 아기가 먹는 음식과 내가 먹는 식사가 비슷했다. 아기는 미음에 단호박, 당근과 같은 야채와 함께 조금의 과일을 먹고 있었고, 다 큰 어른인 나도 그 옆에서 이유식과 별반 다르지 않은 음식을 먹고 있었다. 이유식이나 자연식물식이나 영양을 고려하면서도 위장에 자극을 주지 않는다. 참 자연스러운 식단 이다. 우리는 어쩌다 이유식에 이리도 많은 것들을 추가하게 됐을까?
---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에피소드’」 중에서
고탄수화물식이든, 좀 더 지방 비율이 높은 탄수화물식이든 가장 중요한 것은 정제된 탄수화물인 밀가루로 만든 빵 이나 과자, 흰 쌀밥으로 식단을 구성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설탕이 지나치게 들어간 음료수나 디저트를 피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18개국이 참여했던 대규모 역학조사인 PURE처럼 고탄수화물식이 심혈관질환 사망률을 높이는 데에 연관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연구들은 대개 이런 ‘정제 탄수화물’로 식사했을 경우를 논한다. 그러니까 나쁜 탄수화물, 즉 정제 탄수화물을 피하고 야채와 과일 같이 심장질환의 위험을 낮춰주는 ‘좋은 탄수화물’을 먹어야 한다. 좋은 탄수화물의 선택 기준은 간단하다. 내가 먹는 탄수화물에 섬유질이나 항산화제가 있냐 없냐, 혹은 많냐 적냐를 보면 된다.
표10 좋은 탄수화물과 나쁜 탄수화물의 예
--- 「‘탄수화물은 나쁘지 않다’」 중에서
게임 체인저스나 자연식물식 전문가들이 말하려고 하는 건 ‘단백질이 필요하지 않다’가 아니라, ‘단백질을 동물성 식품이 아닌 식물성 식품에서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식물식을 하더라도 운동선수나 근육을 전문적으로 키우는 보디빌더라면 일반인보다 단백질을 더 섭취해야 한다. 국제보디빌딩연맹 IFBB 소속 프로이면서 비건 보디빌더로 유명한 니마이 델가도는 체지방량을 제외한 실질체중에 2배를 곱한 단백질 계산 공식을 따른다. 이 공식에 의하면, 그는 자신의 체중이 82kg였을 때 매일 150g 정도의 단백질을 섭취한다고 했다. 이는 일반인들에게 권장되는 단백질 양의 3배 가까이 된다. 150g의 단백질을 두부나 템페에서 얻는 그의 식단에서 특히 눈이 가는 것은 전체 식단의 50~60%가 양배추, 감자, 렌틸 같은 탄수화물, 20~25%는 지방으로 구성됐다는 점이다.
--- 「‘단백질은 적당히 먹으면 된다’」 중에서
나는 2015년까지 감자, 당근, 브로콜리, 양파, 아스파라거스, 애호박, 버섯 등을 기름에 볶아서 계란, 오이, 토마토, 잎채소와 같이 먹는 식단을 유지했다. 그때만 해도 우유도 마셨고 생선도 가끔 구워 먹었다. 하지만 자연식물식에 대해 알아갈수록 동물성 식품을 아예 먹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이마저도 끊게 됐다. 생각보다 그다지 어렵지는 않았다. 아몬드 우유나 두유로 충분히 우유를 대체할 수 있었고 맛이나 질감이 비슷해서 전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매일 유업의 아몬드 브리즈」 중에서 도 가능하면 언스위트를 고르 는 것을 추천하며, 나는 매일 두유 99.89도 종종 구입한다. 특정 회사의 제품이 아니어도 좋다. 무설탕, 무첨가인지 확인하고 고르면 된다. 계란과 생선과의 이별도 마찬가지로 수월했다. 계란과 생선의 맛이 딱히 그립지 않았는데, 이전에 이미 많은 종류의 야채를 기름에 볶아 먹는 과정을 거치며 배불리 먹고 있어서였기 때문인 것 같다.
아무래도 어떤 음식을 식단에서 제외하려면 그 음식이 생각나지 않도록 다른 걸로 배를 채우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 된다. 그러니까 동물성 식품을 끊을 때는 기존에 먹던 식물성 식품의 양을 늘리거나 새로운 야채, 혹은 아보카도처럼 기름진 야채를 대신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다. 새로운 맛을 찾아 음미하고 즐기며 그렇게 몇 주가 지나면 고기나 계란, 유제품에 대한 욕구가 사라진다.
--- 「‘초식동물과 육식동물의 차이’」 중에서
나는 스팸이 싫다. 부대찌개에 들어간 스팸도 싫고, 주먹밥에 들어간 스팸도 싫지만 명절에 주고받는 스팸 선물세트는 정말 제일 싫다. 왜 하필 고기」 중에서 도 가장 몸에 나쁜 가공육을 남에게 선물로 주는지 모르겠다. 한우세트보다 싸 니까 그런 걸까?
귀국 후 코로나 19로 인해 자가격리를 할 때, 구청에서 보내준 박스에는 스팸이 잔뜩 있었다. 물품을 보내준 배려에 는 감사했지만, 차라리 햇반이나 김으로 채워주지 싶었다. 엄마에게 ‘갖다 버리는 게 낫다’라고 얘기하기는 했지만, 아깝게 선뜻 냅다 버리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고 내가 먹기 싫은 것을 남에게 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자가격리 구호물품을 만들 때 채식이나 자연식물식을 하는 사람을 고려하기는 어렵겠지만, 국가적으로 몸에 해로운 식품을 보급하는 것은 옳지 않다. 2015년, 미국 식품의약국 FDA에서 마가린 같은 트랜스 지방의 사용을 금지한 것처럼 유해성이 입증된 식품에 있어 서는 좀 더 엄격한 규제를 하면 좋겠다.
---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에피소드’」 중에서
자극적인 음식과 요리법이 난무하는 세상이다. 사람들이 흔히 ‘맛있다’고 느끼는 음식은 대개 맵고 짜거나 달다. 이 런 맛이 득세인 오늘날 심심한 자연식물식을 선택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짜고 기름진 음식이 매일 쾌락중추를 자극하는 상태에 익숙해지면, 건강한 음식을 먹었을 때 ‘맛 없다’고 느껴져서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동물성 식품 은 중독성도 매우 강하다. 실제로 치즈 같은 유제품에 함유 된 카제인은 몸 안에서 마약성분과 비슷한 효과를 가진 카소모르핀을 생성하기 때문에, 한번 그 맛에 중독되면 끊기가 어렵다. (중략)
다소 비관적인 이야기들을 먼저 했지만, 자연식물식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이미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수없이 시행착오를 겪었고, 어느 정도는 가야 할 길에 대한 해답에 가까워졌다. 그렇다면 이제는 우리가 어떤 부분에서 어떠한 어려움을 겪는지, 어떻게 그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그러니까 최소한 4주는 당신의 시간과 노력을 ‘자연식물식’에 투자해보면 좋겠다. 그 투자가 이어져 6~8주, 그 이상으로 넘어가면 자연식물식은 당신에게 ‘일상’이 된다.
--- 「‘변화의 시작’」 중에서
국어사전을 보자. 요리는 ‘여러 조리 과정을 거쳐 음식을 만듦, 또는 그 음식’을 일컫는다. 역시 나의 조리법은 ‘요리’라고 부르기 민망하다. 과정도 간단해서 딱히 ‘조리 과정’ 이라고 부를 만한 게 없다. 요리를 하지 않으니 조리도구도 간 소하다. 냄비, 찜기, 칼, 큰 접시 두 개, 작은 그릇 두 개, 숟가락과 포크가 각각 두 개, 컵도 두 개, 그리고 친구가 만들어준 둥근 대야 같은 크고 넓직한 그릇이 전부다. 이 큰 그릇은 나 만의 ‘급식판’이다. 밥솥이나 후라이팬, 도마도 없다. 큰 접시 를 도마로 쓰고 있기 때문이다. (중략) ‘여자’와 ‘요리’가 그렇게 뗄 수 없는 관계일까? 돌아보면 이 편견은 내가 살아온 환경에서 기인했다. 대개 한국 가정이 그렇듯 엄마가 아빠보다 요리를 많이 하셨다. 아빠보다 엄마 가 요리를 더 잘하시기도 했다. 어렸을 적 아빠가 해주신 밥을 마주하면, 냉장고 속 모든 식재료를 섞어서 볶은 정체불명의 퓨전음식이 나왔다. 제사를 가면 항상 부엌에서는 작은엄마, 큰엄마, 우리 엄마, 할머니가 요리를 했고 여자인 나는 ‘그녀들’을 도우며 음식을 나르는 역할을 했다. 내가 직장인으로 일하는 지금, 시대는 바뀌었고 고정된 성역할은 사라지고 있다. 나를 비롯한 많은 여자들이 자신의 일을 하고 있고, 퇴근 후에 여자가 저녁상을 차려야 한다는 마인드는 구시대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성평등’이라는 가치에 익숙해진 우리 시대에는 요리를 잘하는 여자에게 ‘여성스럽다’고 하거나, 요리를 못하는 여자에게 ‘곱게 자라셨네요’라는 말을 함부로 할 수 없다.
--- 「‘여자’와 ‘요리’」 중에서
와중에 가끔 황당한 건 이렇게 살을 빼고 군살 없는 몸매가 되니 너무 말랐다며 살을 찌우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다. 사실 체중을 더 늘려도 상관은 없는데, 오랫동안 몸무게에 큰 변화가 없다 보니 몸이 몸무게를 기억해서 유지 하려는 성질이 생겨버리긴 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체중을 확인한 후 의식적으로 식욕을 자제해야만 했는데, 지금은 평소보다 많이 먹으면 다음 날에 몸이 무겁게 느껴져 자연적으 로 음식을 덜 먹는다. 여기서 굳이 증량을 해야 한다면 야채 나 과일을 추가해서 먹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이미 충분히 채운 배에 이유 없이 먹을 걸 쑤셔 넣어 위장이 불필요한 운동을 하도록 만들고 싶지는 않다. 고로 아직까지는 딱히 이 몸무게 평균선에서 벗어날 생각이 없다.
--- 「‘여자’와 ‘몸무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