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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 봄

: 잃어버린 이름들을 새로 쓰다

리뷰 총점10.0 리뷰 1건 | 판매지수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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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21년 05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302쪽 | 418g | 150*210*30mm
ISBN13 9788994606651
ISBN10 8994606653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1991년 봄의 기억,
더 나은 사회를 위한 기록


『1991, 봄』은 1991년 봄, 국가 폭력 앞에 몸을 던져 저항한 젊은이들과 그 후 30년간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이들의 이야기를 기록한 책이다. 유서대필 조작 사건을 중심으로 1991년 5월을 다룬 다큐멘터리 [1991, 봄]을 연출, 제작한 권경원 감독이, 1987~1991년 사이의 일들을 복기하고 1991년 이후 목숨으로 불의를 고발했던 이들을 수 년간 취재하고 기록한 책이다. 정준희, 송상교가 글을 보태고 이강훈 작가가 강경대, 김귀정에서 변희수와 김용균까지 21명을 그린 그림을 실었다.

전 국민의 힘으로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한 1987년 6월 항쟁. 연말 대통령 선거에서 노태우 정권이 들어섰으나 사회 각 부문으로 민주화 열기가 번져나갔다. 그런데 1987년부터 4년간 국가 폭력에 의한 희생자가 그 이전 1959년~1987년까지 (419혁명과 518항쟁 제외) 희생자 수보다 많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1991년 4월 26일 강경대, 5월 26일 김귀정이 경찰 폭력으로 사망할 때까지 젊은이 8명이 몸을 던지고 박창수 씨가 의문사했다. 저자는 이들의 분노와 희생이 어떻게 폄훼되고 지워졌는지 찬찬히 살펴본다. 애도의 행렬을 경찰을 앞세워 폭력으로 막는 한편 언론은 ‘죽음의 굿판’ ‘배후 세력’ 운운하며 연일 혐오를 조장하고, 검찰은 검사 9명을 동원하여 유서를 대필했다며 한 개인에게 뒤집어씌운 것이었다. 정준희 교수는 이때 국민들의 민주주의를 향한 투쟁으로 자유를 얻은 언론이 그 자유를 악용하며 권력의 한 블록으로 자리잡았다고 분석한다. 유서대필 조작사건 담당 송상교 변호사는 수사부터 재판까지 1991년의 사법적 현실이 30년 동안 거의 변함 없이 지속되고 있음을 차분히 설명해준다.

지금도 힘없고 이름 없는 죽음이 이어지고 있는 현실은 『1991, 봄』이 30년 동안 불의한 현실에 몸을 던져 저항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한 이유이다. 17살에 수은 중독으로 사망한 문송면 이야기에는 김용균이 떠오르고, 동성애자인권연대 사무실에서 목을 맨 육우당 이야기에는 변희수, 김기홍 선생이 떠오른다. 이강훈 화가는 이들이 ‘꽃 피는 봄날 살았더라면’을 상상하며 철쭉 핀 교정, 벚꽃 길, 보성 녹차밭 등을 배경으로 옅은 미소를 띈 모습으로 그려 냈다. 그리움이 느껴지는 그림과 다큐멘터리를 상영하며 전국에서, 해외에서 이들을 함께 기억해온 이야기들이 책에 온기를 더한다.

저자는 승리했던 기억만을 이야기하거나 이들의 희생이 학원 자주화나 부문운동의 요구여서 박종철이나 이한열의 그것과 같을 수 없다는 빈약한 역사의식이 있지 않은지 반성하자고 한다. 이들을 어떻게 기억하는지가 우리 사회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는 것이다. 1991년에서 30년이 지났다. 이제 그 죽음들과 지워졌던 이름들을 하나씩 불러내어 애도하고 성찰하고 기록해야 할 때이다.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머리말 1991년을 기억한다는 것 5

0. 1987년과 1991년 사이 15
1980년대 말, 한국 사회의 안과 밖 17
1991년의 이미지 정치아 언론권력의 탄생 28

01 1991년 악몽의 서막 39
돌아오지 못한 대학 신입생 강경대 41
강경대 없이 흐른 시간 45
우린 너무 오래 참고 살아왔어 49
정권의 반격, 3당 합당과 ‘공안통치’? 51
악몽의 전주곡, 1987~1991 54
시위자는 끝까지 추적하여 검거한다 56

02 저항, 외면, 침묵 59
잇따른 저항 61
금지당한 애도 63
배후 세력을 만드는 배후 세력들 65
잊거나 잊지 않거나 70

03 돌아오지 못한 젊은 이름들 75
1991년 4월 29일, 박승희 77
1991년 5월 1일, 김영균 84
1991년 5월 3일, 천세용 88
1991년 5월 8일, 김기설 94
1991년 5월 9일, 박창수 97
1991년 5월 10일, 윤용하 105
1991년 5월 18일, 이정순 110
1991년 5월 18일, 김철수 115
1991년 5월 22일, 정상순 120
1991년 5월 25일, 김귀정 125
이름 없고 힘없는 희생은 멈추지 않았다 131
1991년, 그 이름들 135

04 소설보다 이상한 이야기, 유서대필 사건의 재구성 139
“길을 가다 모르는 사람이 뒤통수를 때린 것 같았다” 141
“겁쟁이 위선자 아첨꾼들은 한 해에도 백만 명씩 태어난다” 144
고인이 의도하지 않았던 곤경 151
지금 더 잘나가는 사람들 154
그레고르와 같은 당혹감이었을까? 159
이방인 강기훈 162
“희생자 역할을 맡아 줘” 165
어떤 소망 168
거짓, 위선, 그리고 살아남은 자들 171
1991년의 사법적 현실 174
끝나지 않은 재판, 7년에 걸친 재심 186
아무도 한번도 사과하지 않았다 191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실체 196

05 그 후로 오랫동안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 201
1985년 9월 17일, 송광영 203
1988년 7월, 문송면 210
1990년 6월 5일, 김수경 216
1991년 3월, 동우전문대 이야기 221
1991년 11월 7일, 양용찬 227
1993년 9월 26일, 길옥화 231
1995년 3월 8일, 최정환 237
2003년 4월 26일, 육우당 243
2007년 10월 11일, 이근재 250
2013년 4월, 최종범 255
지워 버린 시간, 그 이름들 260

6. 기억하는 사람들 267
맺음말 갇힌 걸까 흩어진 걸까 295

저자 소개 (4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한국의 현대사에는 1960년 마산 앞바다에 떠올랐던 17살의 김주열로부터, 평화시장에서 근로기준법 책을 안고 화염에 휩싸여 생을 마감한 전태일, 공수부대의 발포에도 광주 도청을 끝까지 지켰던 윤상원의 이름 들이 새겨져 있지만, 5·16 쿠데타로부터 신군부의 집권까지 교활하고 어이없는 반역사적 시간들도 보란 듯이 반복되었다. 20년이 넘게 지나서야 〈1991, 봄〉이라는 영화를 만들게 되면서 1987년과 1991년 사이의 시간들을 다시 응시했다. 이 글로 써낸 지난한 이야기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훨씬 깔끔한 문장들로 정리되어 교과서에서도 볼 수 있는 이야기들이 될 것이다. 다만 내가 당시의 자료들을 되짚어 올라가면서, 그리고 촬영을 다니면서 1987년 이후 1991년 직전의 기간 동안 영화를 찍기 전에는 자각하지 못했거나 외면하고 있었던 몇 순간이 있었음을 밝혀 두고자 한다.
---p.23

1991년 4월 19일 경남대생 정진태와 원광대생 유철근이 경찰이 쏜 직격 최루타에 맞아 뇌수술을 받는 중상을 입었다. 다음 날에는 전남대생 최강일이 KP 최루탄에 맞아 왼쪽 눈을 실명하는 사고가 일어난다. 젊은이들이 자신들이 의도하지 않은 ‘예고된 참사’에 노출되어 있는 동안, 단 한 번의 흔들림도 없던 초강경 일변도의 국가폭력은 등록금 문제로 촉발된 시위에서 숨진 강경대와 안기부의 전국노동조합협의회(이하 전노협) 설립 방해 공작 와중에 의문사한 박창수 노조위원장 그리고 시위 도중 토끼몰이식 진압에 사망한 성균관대 김귀정에 이를 때까지 망설임조차 없었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듯, 그것은 더 나은 사회를 꿈꾸며 겨우 손을 잡은 약자들의 연대를 찢어 놓는 데에 결국 성공한다.
---p.57

내가 무너진 것은, 자신의 목소리를 들을 누군가를 막연히 부르는 그의 목소리였다.
“여러분, 여러분.”
30년 전 세상을 떠난 그 철수가 지금의 나를 2인칭으로 반복해서 부르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내게 전해진 김철수의 육성을 토시 하나 틀리지 않고 옮기기 위해 듣고 또 들었다.

우리가
여러분께 하고 싶은 말은 여러분도 잘 알 것입니다
앞으로 여러분!
무엇이 진실된 삶인지 하나에서 열까지 생각해 주면 고맙겠습니다.
하는 일마다 정의가 가득 넘치는 그런 사회가 되어 주시기 바랍니다. (하략)
---pp.118,119

1991년 봄의 일들을 폄하하는 사람들은 보수적 입장에 있는 사람들만은 아니다. ‘강경대는 (1987년에 비하면 비교할 수 없는) 학원자주화 투쟁 와중에 숨진 것이니, 박종철이나 이한열만큼 기억될 수 없다’는 주장 또한 진영 가름이 무색하도록 존재해 온 빈곤한 역사적 감각에 기대고 있다. 강경대도 이한열이 섰던 최전선에 서 있었던 전위였다. 사회 곳곳에서 진행되었던 학원자주화투쟁, 노동쟁의뿐만 아니라 김학순 할머니가 최초로 제기했던 위안부 문제까지 1991년에 일어난 모든 일은 1987년의 ‘호헌철폐 독재타도’만큼이나 절실했던 최전선의 싸움이었다. 6공화국의 말뿐이던 민주주의를 자신의 삶 깊숙이까지 꽂아 놓으려던 숱한 이름 없는 이의 싸움들을 이제는 다르게 직면해 봐야 할 시간이 되었다.
---pp.133,134

두 번째 키워드는 ‘검사동일체 원칙’이다. 검찰 총장이 ‘분신 배후’를 수사하라고 지침을 내리고 서울지검장이 대규모 수사단을 꾸렸을 때, 검사 하나하나는 그 지침에 따라 움직여야 했다. 왜 그랬을까. 당시 검찰청법 제7조 제1항은 ‘검사동일체의 원칙’이라는 제목 아래 제1항에서 “검사는 검찰사무에 관하여 상사의 명령에 복종한다”고 못 박고 있었다. 정치적 사건에서 이 원칙은 더욱 노골적으로 수사를 좌지우지할수 있는 근거가 되었다. 정부와 검찰이 쏘아올린 ‘분신 배후설’은 곧 수사의 확고한 지침이 되었다.
---p.178

성소수자 인권운동가였던 육우당의 본명은 윤현석이다. “죽은 뒤엔 당당하게 이름을 부를 수 있을 것”이라고 유서에 남겼던 육우당의 본명은 그가 죽은 지 10주기가 지나도 공개될 수 없었다. 그의 죽음에도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청소년 전화 상담자에게서조차 자신의 정체성을 ‘치료’받으라는 권고를 받는 현실은 지금도 여전하다. 나중으로 밀려도 되는 삶은 없다. 대통령 후보를 앞에 두고 장 변호사가 들었던 무지개 깃발은 겨울 내내 광화문 촛불 광장의 하늘에서도 늘 펄럭였고, 2019년 5월 24일 대만은 아시아에서 최초로 동성혼을 인정했다.
---p.249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1987년에서 1991년 사이, 그리고 1991년 5월

이 책은 1991년의 봄을 현재로 불러내기에 앞서 1987년과 1991년 사이의 시간들을 다시 응시한다. 1991년 비극의 씨앗이 이때 잉태되었다고 저자는 본다. 87년의 민주화 열기는 이내 3당 합당과 공안정국으로 대변되는 정권의 반격으로 얼어붙었다. 1990년 10월 대범죄 전쟁 선포는 ‘시위자는 끝까지 추적하여 검거한다’는 강력한 공안 통치로 이어졌다. 권경원 감독은 한국 사회가 단단히 거꾸로 돌아간 때, 한마디로 ‘악몽의 전주곡’이라 이 책에 썼다.
1991년 4월 26일 명지대학교 학생이던 강경대가 백골단의 쇠파이프 구타로 사망했다. 그리고 새파란 청춘들이 자신의 목숨을 던져 정권의 폭압에 항거했다. 4월 29일 전남대 학생 박승희가 강경대 사망 규탄 집회에서 분신했다. 5월 1일 안동대 학생 김영균, 5월 3일 경원대 학생 천세용, 5월 8일 전민련 사회부장 김기설, 5월 12일 직장민주화청년연합 회원 윤용하, 5월 18일 노동자 이정순, 전남 보성고 학생 김철수, 5월 22일 노동자 정상순이 몸을 던졌다. 5월 6일 한진중공업 노조위원장 박창수씨가 의문사했고, 5월 25일 성균관대 김귀정이 시위 도중 사망했다. 모두 20~30대의 나이였다.
이에 맞서 국가권력은 ‘죽음의 배후가 있다’며 최악의 유서 대필 조작 사건을 만들어내었다. 검사 9명을 동원하여 ‘배후 세력 색출’에 나선 이들은 한 몸처럼 움직이며 민주질서의 회복을 요구하던 분신 정국의 흐름을 패륜 집단에 대한 응징으로 바꾸는 데 성공한다.
『1991, 봄』은 이 과정에서 ‘언론 권력’이 탄생했다는 정준희 한양대 정보미디어사회학과 겸임교수의 분석을 실었다. 김지하의 칼럼을 실은 조선일보를 비롯하여 유서대필 의혹을 앞다투어 보도하고 밀가루 범벅이 된 정원식 총리서리 사진을 대서특필하며 ‘패륜’ 이미지 조작에 성공했고, 마침내 명실상부한 ‘언론권력’이 되었다는 것이다.

권력 재창출 구도의 불안정성·불예측성이 급속히 커짐으로써 수시로 공백이 발생했고, 파워엘리트 내부의 이익을 조율하는 한편 대외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담론 경쟁의 중요성이 커졌다. 바로 이 틈새를 파고든 것이 한국의 주류 언론이다. _정준희

불의한 공권력에 저항했던 죽음은 이 과정에서 폄훼되고 혐오의 대상이 되어 버렸다. 살아서 함께 하자던 외침도 급속도로 힘을 잃어 갔다. 상처로만 남게 된 것이다.


남을 살리려고 자신을 희생한 젊은 이름들

겨우 20대~30대였던 이들의 삶은 어떠했을까? 그들의 마음은 어떤 것이었을까? 수 년간 그들의 삶의 자취를 취재한 이야기들이 담담하게 펼쳐진다.
학교 가서 열심히 공부하고 금방 오겠다는 다정다감한 메모를 부모님께 남기고, 번 돈의 99%를 기부하는 사업가가 되겠다는 포부를 가진 명지대 신입생 강경대. 그는 때 전교조에 가입한 뒤 해직된 선생님들을 만나러 명동성당에 방문하던 고등학생이었다. 박승희, 김용균, 천세용도 90학번으로 고등학생 때 선생님이 해직된 경험을 했고 항의 전단을 돌리기도 했던, 고등학생 운동에 참여했던 이들이었다. 고등학교 2학년이던 보성고의 김철수 역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자’며 자기 몸에 불을 붙였다. 이후 투병을 하며 남긴 육성 유언에는 “여러분, 여러분”이라는 외침이 여러 번 나와 마음을 무너지게 한다.
이런 새파란 죽음들을 그저 볼 수만은 없었던 윤용하, 이정순, 정상순의 저항은 알 수 없는 돌연한 죽음이라는 차가운 시선을 받았다. 그러나 어려운 시대에 태어나 열심히 일하며 자신의 삶을 가꾸어 갔던 이들이었고, “왜 젊은 학도들이 가야 합니까 우리 젊은 기성 세대는 부끄럽습니다 목이 메입니다” 라는 정상순의 유서처럼 몸을 던지는 이유를 당당히 밝혔었다.
충무로에서 토끼몰이 진압에 희생당한 김귀정은 형편이 어려워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벌어야 하는 와중에도 동아리 활동, 학생회 활동에 여념이 없었다. 나중에 돈 벌어서 맛있는 것을 사준다고 약속했던 김귀정의 어머니 김종분 님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왕십리 김종분〉이 5월 25일에 개봉할 예정이다.


누구도, 단 한 번도 사과하지 않은 유서대필 조작사건의 주역들

1991년 5월 항쟁의 국면을 외면과 침묵으로 돌변하게 만들었던 유서대필 조작 사건. 대부분 홀로, 때로 몇몇 동료들과 함께, 강기훈은 단 하루도 용납할 수 없는 감옥살이를 1,151일을 하고도 오해와 편견이라는 감옥에 갇혀 있다.
저자는 우리가 유서대필 조작 사건에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 사건은 치안본부나 정보기관이 아니라 처음부터 검찰이 수사를 시작하고 사건을 만든 최초의 사건이다. 김기설 씨가 분신한 5월 8일 아침 ‘치안관계 대책회의’를 마친 뒤 바로 ‘배후를 조사하라’는 검찰 총장의 지시에 따라 서울지검 강력부 검사들로 팀이 꾸려졌다는 점, 최소한의 인권조차 없이 강압 수사와 별건 수사를 일삼았고, 김기설의 필적으로 보이는 증거들은 수집한 뒤 다 없앴으며 그렇게 하고도 장소와 시간을 특정하지도 못한 기소장을 냈다는 것이다. 연일 언론에 피의 사실을 공표하며 ‘사실’로 만들었고, 재판 또한 결론이 정해진 것이었다.

(1990~1991년) 당시의 사법적 현실이 어떻게 구성되고 작동했었는지를 몇 가지로 요약하자면,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지금도 큰 변화가 없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_송상교

2014년 재심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났다고는 해도 법적으로는 김기설의 유서는 여전히 김기설이 아닌 다른 사람이 쓴 것으로 되어 있다. 담당 검사나 판사 중 누구도, 단 한 번도 지금껏 사과한 적이 없다. 이들은 거의 모두가 승승장구했고 2021년에도 변호사로, 국회의원으로, 사학재단 이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트라우마를 겪으면서도 민사소송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다.

재심 법정에서도 여전히 과거의 주장을 되풀이하는 검찰에게 한마디 남기고 싶습니다. 진정한 용기는 잘못을 고백하는 것입니다. 국민의 자랑거리가 되어야 할 검찰이 조롱거리가 된 현실의 책임은 검찰 스스로에게 있습니다.
- 2014. 1. 16 강기훈 재심 최후 진술 중에서

책에는 30년 동안 이 사건에 갇혀 있으면서도 곧고 담담하게 감당해 온 강기훈 씨와 그 주변 사람들의 사람됨을 느끼게 해 주는 따스한 일화들이 담겨 있다.


힘없고 이름 없는 희생들을 기억하는 것에 우리 사회의 미래가 있다

1991년을 거치며 희생과 죽음의 의미는 폄훼되어 버렸다. 그리고 그 의미는 많은 이들에게 상처를 남겼고 약자들의 죽음이 여전히 존중받지 못하는 현실은 여전하다.
1985년, 전두환의 탄압에 대학생으로 처음 분신했던 경원대 송광영을 비롯해 1990년대 이후 분신한 경원대 학생들이 유독 여럿이다. 그의 추모비를 교정에서 없애려는 학원 측의 폭력은 동우전문대와 동의대 등 학원 비리를 해결하기 위해 싸우는 와중에 일어난 희생들과 다르지 않다.
돈을 벌며 공부를 하려고 온도계 공장에 취직한 16살 문송면. 열악한 사업장에서 일한 지 몇 달만에 수은 중독으로 인한 그의 죽음은 전국적인 민주노조 운동의 흐름에서 한참 비껴 있었다.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안타까운 죽음을 맞은 김용균의 죽음처럼. 삼성이라는 이른바 일류 회사가 노조 결성을 방해하기 위해 어떤 비열한 짓을 했는지 고발하고자 했던 별이 아빠 최종범의 희생은 몇 년 후 삼성의 무노조 원칙을 깨뜨리는 기반이 된 것은 분명하다.
획일화되고 억압적인 교육에서 벗어나 인간화 참교육을 외쳤던 전교조에 가입했다고 수많은 선생님들을 해직했던 사태는 1990년 6월 5일 대구 경화여고에서 몸을 던진 김수경, 탈퇴 각서를 쓰라는 모욕을 차마 견디지 못하고 2003년 9월 26일 세상을 떠난 길옥화 선생님의 희생을 불러왔다. 지난해 전교조는 마침내 합법화되었다. 그러나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교육민주화 운동 전력이 있는 교사를 뽑은 서울시 교육청을 공격하는 날선 말들이 여전하다.
2003년 4월 26일은 19살 동성애자 육우당이 동성애자인권연대(이하 동인련) 사무실에서 목을 맨 날이다. 자신의 존재를 지우려는 극렬 교회와 온갖 악플에 죽음으로 저항한 지 거의 20년이 흘렀건만 변희수 하사, 김기홍 선생님은 사는 길을 벗어날 수밖에 없었다. 삶의 터전을 관광지로 바꾸는 것에 저항한 양용찬, 장애인 차별철폐를 외쳤던 최정환, 도시미화라는 구호 앞에서 생존권을 위해 싸운 이근재 등의 이야기들은 나중으로 미뤄도 되는 삶은 없다 라는 진실 앞에 기억하고 기록되어야 할 것이다.
책의 말미에는 기억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담았다. 다큐멘터리 〈1991, 봄〉을 체코 프라하, 요코하마, 이탈리아 우디네 등 외국에서 초청받아 상영했던 이야기, 정읍, 부산, 광주, 안동 등등에서 만난 분들과의 만남 이야기가 최소한의 공감과 연대를 위한 길을 보여준다.

회원리뷰 (1건) 리뷰 총점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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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포토리뷰 닿을 수 없는 소리들이 있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3 | 2021.06.10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닿을 수 없는 소리들이 있다그저 마음으로만 닿을 수 있는 것들이 있다권경원 작가님의 소리가 그랬다읽는 내내 권작가님의 외침이 내마음속에 메아리치고 있었다책을 읽는내내 살아있는 뜨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진실된 마음은 소리없이 고요하다그저 보이지않은 깊은 곳에서 짙은 울림으로 깊이 간직하고 있는 것 같다1991,봄에서 (잃어버린 이름들)분들은 중요한 하나빼고는 그 무엇도;
리뷰제목
닿을 수 없는 소리들이 있다

그저 마음으로만 닿을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권경원 작가님의 소리가 그랬다

읽는 내내 권작가님의 외침이 내마음속에 메아리치고 있었다

책을 읽는내내 살아있는 뜨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진실된 마음은 소리없이 고요하다

그저 보이지않은 깊은 곳에서 짙은 울림으로 깊이 간직하고 있는 것 같다

1991,봄에서 (잃어버린 이름들)분들은 중요한 하나빼고는 그 무엇도

중요하지 않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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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1건) 한줄평 총점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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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씨앗이 아름다운 권작가님!!
1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
y******3 | 2021.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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