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전을 읽는다고 당장 천재가 되는 것도, 부자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저는 고전 독서가 당당한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한 기초체력을 쌓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고전 독서‘만’ 해서는 무엇인가를 이룰 수 없습니다. 고전 독서를 통해 생각하는 힘을 키우고, 인간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면서 사람다운 사람으로 성장해 나아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고전을 찬찬히 읽다 보면 내 생각을 한 번씩 정리해볼 수 있는 문장을 종종 만날 수 있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것이 모두 진실인지, 내가 판단하는 기준은 올바른 것인지, 나는 스스로 생각하고 있는 것인지, 대다수가 생각하는 대로 끌려가면서 내 생각을 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인지 고민의 시간을 가질 수가 있어요.
* 그럼 어떤 책이 좋은 책일까요? 부모가 먼저 읽고 감동을 받은 책이어야 합니다. 굳이 유명한 책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처음에는 되도록 쉬운 책부터 시작하기를 권합니다. 누구나 알고 있는 쉬운 책이지만 그 진가를 제대로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 중요한 것은 부모가 먼저 재미있고 감동적으로 읽은 책을 아이들에게 읽도록 권해주라는 것입니다. 내가 잘 모르면서 과제 던져주듯이 책을 읽으라고 하면 아이들은 고전에 전혀 흥미를 느낄 수 없게 됩니다.
* 아이들에게 읽힐 좋은 책은 꼭 사서 읽어야 합니다. 중요한 페이지는 접고, 좋은 부분에 줄을 긋고, 떠오르는 생각을 메모하면서 읽어야 합니다. 특히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내용이나 연결할 만한 참고자료 등을 메모해두고 나중에 함께 읽으면 도움이 됩니다.
*좋은 필기구를 사용하면 기분도 좋아집니다. 빨리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강렬해집니다. 한번 해보세요. 저와 함께 고전 공부를 하면서 책까지 출판한 한 작가는 필기구를 만년필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독서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고 합니다.
* 사람은 두 가지를 잃으면서 늙어갑니다. 신체적으로는 몸의 수기(水氣)입니다. 어릴 때는 생기 넘치던 피부가 나이가 들면 고목처럼 거칠어집니다. 정신적으로는 호기심입니다. 우리는 태어날 때 원래 호기심 덩어리입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그다지 세상에 궁금한 게 별로 없어집니다.
* 고전 독서 교육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이 바로 질문법입니다. 고전도 결국 하나의 ‘읽을거리’에 지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고전에 나온 풍부한 소재를 바탕으로 “어떤 생각을 이끌어내느냐.”라는 것입니다. 내용을 요약하고 암기하는 독서를 하지 말고 ‘생각하는 고전 읽기’를 하자는 것입니다.
* ‘연결독서’라는 단어는 사전에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독서를 하면서, 그리고 독서 교육을 하면서 적용해본 방법을 표현할 단어를 찾다가 만든 말입니다. 거창한 것은 아니고 말 그대로 주제, 작가, 인물 등을 키워드로 다른 콘텐츠와 연결하면서 지식과 사고를 확장해가는 독서방법을 말합니다.
* 필사는 저자의 두뇌에 직접 접속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필사의 기본은 ‘있는 그대로’ 베끼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천천히 저자의 입장에서 글을 써보는 체험을 하게 됩니다. 때문에 읽고 있는 책의 내용을 아주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수박 겉핥기식 독서가 아니라 ‘씹어 먹는’ 독서를 할 수 있습니다.
* 우리가 어떤 철학자나 사상가의 생각을 읽으려면 그가 숨쉬고 살았던 시대의 역사적인 맥락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들에게도 책을 읽히기 이전에 이런 배경을 재미있게 이야기해주면 좋습니다.
* 『논어』에는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 좋은 말이 굉장히 많습니다. 배움의 가치를 중요시하고,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점, 잘못을 인정하는 태도 등을 배울 수 있습니다.
* 『어린 왕자』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 중의 하나는 어린 왕자와 여우가 만나 대화하는 장면입니다. 그 장면에서 여우는 ‘길들임’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길들임에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길들임의 핵심은 시간입니다. 상대를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이느냐, 얼마나 정성을 들이느냐에 따라 길들임의 정도가 결정됩니다.
* 『갈매기의 꿈』은 갈매기를 주인공으로 동화처럼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한 문장 한 문장은 만만치 않은 무게를 지니고 있습니다. 의식의 한계를 극복하고, 진정한 자유를 꿈꾸는 갈매기 조나단의 모습에서 “인간의 삶이라는 어떠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를 모르고는 서양문화를 논할 수가 없습니다. 문학뿐 아니라 그림, 조각 등 서양문화의 다방면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죠.
* 신기하게도 아이들은 부모들의 참된 모습과 거짓된 모습을 바로 구분해냅니다. 거짓된 모습으로 꾸미려고 하지 말고, 부모의 삶이 먼저 '진짜'가 되어야 합니다. 부모의 자기계발이 아이의 미래입니다.
* 글을 읽고 나서 마음에 받아들인 뒤에 몸으로 실천하는 것이 진짜 독서입니다. 책은 책대로, 나는 나대로 아무런 화학적인 결합이 없으면 독서가 아닙니다. 책을 읽은 뒤에 내 생각과 행동에 변화가 없다면 시간만 낭비한 셈입니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