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의 끈질긴 방황 끝에 나의 心靈(심령)은 冷靜(냉정)의 상태로 정착했다. 내일부터 고독과 소외감을 인격도야와 내적인 충실을 기하는 주춧돌로 삼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자 한다. 내가 처해 있는 환경과 상황을 냉철히 분석, 평가해서 비판함으로써 이에 대처해 나갈 수 있는 유비무환의 태세를 갖추고자 한다. 앞으로 계속해서 내 양심에서 우러나오는 피맺힌 行言을 여기에 고백, 공개하고자 한다.
--- 「1974년 5월 31일 일기」 중에서
Nietzsche도 말하지 않았던가! 인간 내부의 개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격리가 필요하다고! 그래서 그 또한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선악의 피안(彼岸)」을 외치며 孤寂(고적) 속에서 살다가 노이로제에 걸려 죽지 않았는가! 고독 속에서 정진할 때 거기에는 반드시 向上이 있게 마련이다. 향상하는 길에 노력하는 순간은 행복한 것이다. 행복은 이렇게 가까운 곳에 있는 것이다. - 고통스러운 것을 참고 이기는 것 - 그 자체가 하나의 행복이다
--- 「1974년 10월 7일 일기」 중에서
국제 정치 조류 속에서 본 우리 국내의 현실, 언론과 인권 탄압이 다반사처럼 자행되고 있으며, 치부를 하는 특권층, 기업윤리를 상실한 재벌들의 횡포, 날이 갈수록 심화되는 貧益貧. 富益富의 사회현상, 특권층의 약자층에 대한 우쭐대는 특권 의식, 가난한 자와 약자들의 가슴에 맺히는 말 없는 열등의식과 반발 의식, 매사에 있어서의 官의 개입, 권력에 아부 아첨하는 기성세대의 치졸한 모습, 부정부패, 불신이 만연되고 있는 사회 조류……… 과연 이러한 더러운 사회 현실을 내가 헤치고 나갈 수 있을 것인가. 내가 이론적으로 정의를 부르짖고 해봤자 책 속의 현실과 책 밖의 현실이 판이한 상황에서 내가 법서를 독파해서 무엇을 할 것인가? 올가미를 씌운 유신헌정하에서 法앞의 평등, 수천 년의 역사를 지닌 法의 이념이 실현될 수 있을까에 대한 회의…회의…
--- 「1974년 10월 11일 일기」 중에서
나는 지금 이유를 알 수 없는 분노를 씹고 있다. 그것은 人性의 저변에서 파도와도 같이 밀려오고 밀려가는 원초적인 절규다. 결코 좌절은 하지 말자! 가난과 고독이 엉킨 삶의 테두리를 맴돌아야 하는 현 상황이지만 미래를 위한 더 높은 차원으로 나 자신의 위치를 승화시키기 위해서, 보다 더 자기희생적인 삶을 감수하기 위해서, 그리고 보잘것없는 나 자신의 자기완성을 위해서 나는 겸허한 자세로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집념의 세계에 몰입하련다.
--- 「1975년 2월 10일 일기」 중에서
나의 앞에는 남보다 더 높은 험산이 가로놓여 있기 때문에 이 눈앞에 작은 봉우리로 보이는 司試와 行試 정도야 곧바로 정복할 수 있으며 또 단기간에 정복해야만 한다. 그러고 나서 내 생애를 점철시킬 다른 더 험준한 봉우리를 향하여 느긋하게 마음먹고 조금도 지체해서는 아니 된다.
--- 「1977년 10월 6일 일기」 중에서
예외가 원칙으로 통하는 예외적 상황이 憲法現實에서뿐만 아 니라 나의 생활에도 계속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항상 “예외”를 중시해야 한다, 모든 중대 문제의 발단은 예외에서 파생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 「1978년 12월 18일 일기」 중에서
손자병법에 이르기를 “지혜 있는 자는 반드시 이익과 손실을 아울러 참작한다. 이익을 계산해 두면 하는 일에 확신을 가질 수 있고 손실을 계산해 두면 환난을 방지 할 수 있다.”고 했거니와 내가 지금의 생활을 부정적이고 소극적, 비관적으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거시적인 면에서 볼 때 귀중한 체험을 얻고 있다고 좀 더 진취적으로 보아야 할 것이며 그렇게 해야만이 현 상황을 이겨낼 수 있다.
--- 「1981년 12월 8일 일기」 중에서
과거 우리를 통하여 문물을 받아들이고 국가 형성과 발전을 이룩하였던 일본인들이 근대에 눈이 먼저 뜨이자 그들은 그들의 발전시험장으로 한반도를 택했다는 불쾌한 현실 앞에 우리는 분개한다. 그러나 화려했던 과거를 매양 운위한다는 것은 그만큼 부족한 현실을 합리화하는 것밖에 안된다. 이제 우리는 그들을 이길 수 있다는 힘(정신력)을 지녀야 한다.
--- 「두 번 잃었다가 되찾은 지갑과 일본 단상(斷想)」 중에서
그가 개척했던 길은 이제 아름다운 동행이 넘치는 길로 헌법재판史(사)에 우뚝 섰다. 법조인으로서 초입에 그를 만나 엄격한 단련을 거쳤던 것은 나에게는 큰 행운이었다. 반면 그 후 나로 하여금 때로 남들이 가지 않는 고난과 투쟁의 길로 가도록 책무감을 고취시켜 준 가시밭길이기도 했다. 관용과 진실에 기초한 공동체 정신을 헌법적 가치로 회복해야 할 이 시기에 우리는 헌법의 거목을 잃었다. 부디 평안히 영면하시기를…
--- 「재판은 상식과 순리에 입각한 단순 명료한 것이어야 한다」 중에서
우리 사회에는 존경할만한, 젊은이들의 귀감이 될 만한 원로가 거의 없다. 원로가 없다는 것은 그만둘 때가 되었는데도 물러나지 않고 권력욕, 명예욕, 물욕에 집착하는 노욕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어느 분야에서 이룩한 업적을 발판으로 권력과 명예를 찾아 기웃거리다가 그동안 쌓아온 명성마저 와르르 무너뜨리게 된 데 있다. 노욕에 사로잡혀 추한 모습을 보이고 비참하게 퇴장한 원로들을 그간 수없이 보아왔다.
--- 「범우 윤형두 출판역정 54년, 그 이문회우(以文會友)의 삶」 중에서
사마천의 「사기」 이장군 열전 편에 도리불언 하자성혜(桃李不言 下自成蹊)라는 명구가 나온다. 복숭아나무와 오얏나무는 말이 없지만 그 아래에는 저절로 길이 생긴다는 뜻이다. 덕과 경륜을 쌓으면서 한 길을 가는 원로의 곁에는 그를 존경하고 따르는 사람들이 모여들게 마련이다. 나라에 도리(桃李)의 역할을 할 원로들이 그립다. 원로가 없는 사회는 삶의 풍경이 경박해 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사회의 지도자들은 깊이 인식할 필요가 있다.
--- 「나라에 원로(元老)가 없다」 중에서
지금도 이러한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즉 변화와 개혁을 위한 시민단체의 활동은 헌법의 기본정신 내지 기본이념에 입각하여 시민 개개인의 구체적인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실용주의적 인 것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 「한국 시민운동에 관한 경험론적 성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