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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신혼, 심장 초음파를 찍은 이유 1부 30대, 맛집 탐방이 피곤한 나이 - 연예인 많이 봐요? - 오빠랑 얘기하는 게 제일 재밌어 - 백수 남자친구가 체력 고갈에 끼치는 영향 - 대체 사이드 메뉴는 왜 시키는 건데 - 마곡역 일용직 노동자 - 손 마사지 무형문화재 - 프러포즈까지 쫓아온 징크스 - 자격지심 첫 경험 2부 드레스만 잘 고르면 되는 거 아니었나요 - 5분 만에 결혼 날짜 정하는 법 - 사주 맹신론자 - 을의 청첩장 - 남편 검증 - 혼수 잔혹사 - 위기 탈출 위경련 (부제: 결혼식 당일 절대 해선 안 되는 두 가지) - 신혼여행이면 다 좋을 줄 알았지 - 왜 이 남자다 싶었더라 3부 나도 내 신혼이 이럴 줄은 몰랐어 - 신혼집 변기가 막혔다 - 택배 박스와 가출의 밤 - +20kg, 갈 곳 잃은 미니스커트 - 바비브라운이여 안녕 - 여전히 아름다운지 - 두 이불 덮는 사이 - 가끔은 남편이 야근했으면 좋겠어 - 검은깨 트라우마 - 동거를 했더라면 - 눕기만 하면 떠올라, 과거 자판기 - 기분 포물선 4부 먹고사니즘의 문제 - 8학군 유학파 남편이 봉준호를 만났을 때 - 충치 치료 - 교집합=인류 - 밥이 뭐길래 - 가임기 유부녀의 이직이란 - 청약 낙제생 - 남편이 삼고비를 넘길 때 - 우리도 사랑일까 5부 친정집 냄새가 그리워 - 낙엽빛 요크셔 - 코디 아줌마한테 잘 보이고 싶어 - 수상한 장모의 비밀 - 쥐똥 굴러다니는 단칸방, 그리고 고등어자반 - 구글에 감사드립니다 - 웨딩드레스와 중환자실 - 저도 귀한 손님이고 싶거든요? - 200611044 - 엄마의 소개팅 - 아킬레스건 에필로그 - 나를 감당하는 일 - 첫 책, 마지막 페이지를 쓰며 |
신기한 건 결혼하고 우리만의 대화 카테고리가 신설되었다는 점이다. 친구, 가족,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오직 둘만의 세상. 이 카테고리 안에서 우리 둘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대화 메이트다. 둘만 아는 농담에 온 집안이 떠나가라 꺅꺅 웃고, 남들이 봤을 땐 영 시답잖은 일에 세상 진지하게 머리를 맞댄다. 둘만의 세상은 매일 조금씩 영역을 넓혀가는데, 나는 이게 곧 우리 부부의 역사라고 생각한다. 내가 남편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고, 남편 역시 내 언어를 이해하지 못한 수많은 날이 모여 이 세상을 일궜다.
--- p.26 남편이 내게 결혼을 결심한 이유를 물으면, 난 거의 자동적으로 “데이트가 피곤해서”라고 답한다. 미안하지만 진심이다. 결혼의 좋은 점이 뭐냐고 물으면 “데이트 안 해도 되는 것”이라고 한다. 이것 역시 순도 100% 진심이다. 퇴근 후 각자의 시간을 꾸릴 수 있는 여유. 함께 생활의 리듬을 맞춰가는 기쁨. 집 앞에서 아쉽게 헤어지지 않아도 되는 행복. 식당이 아닌, 집에서 입맛에 맞는 음식을 해 먹고 오순도순 할 수 있는 충만한 기분. --- p.30 결혼 선배의 말이 생각났다. 신혼 초 남편이 너무 미워 이혼하고 싶었다고. ‘아씨, 결혼 망한 것 같은데’라는 생각에 매일 울었다고. 또 다른 유부녀 친구의 목소리도 들렸다. “나는 신혼집 하면 남편이랑 싸웠던 생각밖에 안 나.” 원래 다 이런 건가. 다들 SNS에는 행복하다고만 하면서 뒤로는 이런 고충을 겪고 있었단 말이야? 오만 생각이 다 들었다. 에이씨, 나도 결혼 망한 거면 어쩌지, 신혼부부 전세 대출은 어쩌지, 일시 상환해야 하나, 엄마한텐 뭐라고 말하지. 너무 무서웠다. --- p.114 동거가 아닌 결혼이어서 우리는 지옥 끝까지 갔다가 무사 귀환할 수 있었다. 일평생 함께 살겠다고 각오한 만큼, 맞춰야 할 부분은 밤을 새워서라도 토론하고, 때로는 치열하게 싸우며 합의를 봤다. 합의점을 찾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우리만의 대안은 마련할 수 있었다. 평생 봐야 할 사람이기에 대충대충은 없었다. 좋은 게 좋은 거라며 은근슬쩍 넘기는 게으름 없이, 다툼의 정상까지 오른 뒤 손을 맞잡고 뿌듯하게 하산했다. 그 과정에서 서로를 할퀴기도 했고, 무너지듯 외로운 날도 많았다. 하지만 끝까지 노력했던 경험이 없었더라면 우리는 우리의 다름이 포용 가능한 것인지 아닌지 확인해볼 시도조차 하지 않고, 관계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채 느껴보지도 못하고 서로를 포기했을 것이다. --- p.145 친정집에 갔을 때 가구 위치가 달라져 있으면 나는 엄마에게 작은 울적함이 지나간 흔적을 본다. 남편이 열심히 욕실에 락스를 뿌릴 때면 그에게 기분 전환이 필요한 순간임을 느낀다. 내가 하루에도 몇 번씩 샤워할 때면 내 마음이 조금 우그러졌음을 알아챈다. 우리 모두 각자의 기분 포물선이 있다. 다른 이의 포물선에 무기력하게 올라탈 필요도, 불협화음에 당혹스러울 일도, 외로움에 서러울 것도 없다. 각자의 방식으로 천천히, 때로는 즐거운 마음으로 포물선 일치의 순간을 기다리면 되니까. --- p.156 나는 순간 아득해져 엉엉 울었다. 남편이 미워서도, 바지락 된장찌개가 먹고 싶어서도 아니었다. 구 서방 취향 찾아 삼만 리인 엄마 표정이 떠올라서였다. 남의 집 귀한 아들이 혹여나 입맛에 안 맞는 것을 먹고 기분이 상하진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우리 엄마, 엄마가 보고 싶어서 울었다. 나는 엄마처럼 마음이 넓지도, 따뜻하지도 못해 반찬 투정하는 남편이 그저 얄밉기만 했다. 대성통곡하며 울었다. --- p.172 연인의 다툼이 2학점 교양과목 수준이라면, 부부의 다툼은 3학점 심화전공을 한꺼번에 10개 정도는 듣는 수준이다. 그것도 내 전공이 아닌 회계, 경영, 철학, 체육, 언어, 역사 전 분야에 걸친 수업을 남편과 팀을 짜 수강하는 기분이다. 정신을 똑바로 붙들어야 한단 뜻이다. 게다가 연애 시절 다툼이 현관문 밖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면, 부부싸움은 안방, 화장실, 거실에 이르기까지 집 안 구석구석에서 일어난다. 피할 곳이 없단 뜻이다. --- p.174 남편이 몸살에 걸린 날이면 바쁜 출근길 우리 집에 들러 삼계탕을 배달해주는 엄마. 친정에 갈 때면 항상 남편이 좋아하는 음식만 해주는 엄마. 남편이 맛있게 잘 먹은 반찬을 기억해뒀다가 언제고 만들어주는 엄마. 쌀, 채소, 온갖 음식 재료가 떨어지지 않게 우리 집 몫까지 사주는 엄마. 비염이 있는 남편을 위해 밤새 대추고를 만드는 우리 엄마. 시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신다면, 친정엄마가 남편에게 푸근한 밥상을 차려주겠지. 엄마가 이 세상에 없는 날이면, 나는 어디서 따뜻한 집밥을 먹을 수 있을까. --- p.179 나는 여전히 친구들과의 대화가 즐겁고 웃기다. 남편과의 대화에서는 해소되지 않는 갈증이 친구들을 만나면 채워진다. 남편과는 죽었다 깨나도 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친구들과는 나눌 수 있다. 내 20대를 함께 한 이들과 즐기는 흑역사 소환 파티를 어찌 마다하랴. 하지만 친구들과의 대화가 ‘현재’를 가리키고 있으면 나는 늘 조심스럽다. 이 말이 상처가 되진 않을까, 관심 없진 않을까, 불편해하진 않을까를 속으로 엑스를 쳐가며 해도 될 이야기만 남긴다. 그러다 보면 수다 엑셀 시트에는 예전만큼 많은 이야깃거리가 남아 있지 않다. 이게 자꾸만 아쉽고, 그럴수록 친구들이 더 보고 싶다. --- p.241 희생은 결혼을 이야기할 때 자주 언급되는 키워드다. 남편과 내가 맞춰온 시간을 희생이라 말하고 싶지 않다. 희생의 사전적 정의는 ‘다른 사람이나 어떤 목적을 위해 자신이나 가진 것을 바치거나 포기함’. 우리는 서로를 이해했을 뿐이고, 서로를 사랑했을 뿐이다. 우리 스스로나 우리가 가진 무언가를 상대방을 위해 버리지 않았다. 희생이라는 단어는 부모님들에게 양보하고 싶다. 우리는 희생하지 않았다. --- p.256 |
“데이트가 피곤해 결혼했더니, 결혼이 더 피곤할 줄이야!”
난생처음 겪는, 결코 만만치 않은 감정의 롤러코스터 ‘우리’가 그냥 ‘우리’라서 좋은 ‘나’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이해 신혼만 아는 찝찝함의 정체 인스타그램에 들어가 ‘#신혼 #신혼부부 #신혼일상’ 해시태그를 누른다. 외국 호텔을 방불케 하는 신혼집 인테리어와 아기자기하게 차려진 식탁, 꽃밭에 둘러싸여 다정한 포즈를 취한 신혼부부의 사진이 수만 장 떠오른다. 스크롤을 내려도 내려도 끝이 없다. 그들과 마찬가지로 신혼인 나는 불안해진다. ‘부부싸움은 우리만 하는 건가?’ ‘다들 알콩달콩 잘만 사는 것 같은데, 나만 이렇게 답답한 걸까?’ 결혼을 후회하는 게 아니다. 누군가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이 뭐냐고 물으면 망설임 없이 결혼이라고 답할 것이다. 남편(혹은 아내)이 싫은 건 더더욱 아니다. 싫기는커녕 세상에서 가장 고맙고 사랑스러운 존재는 배우자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런데도 마음 깊은 곳에서 자꾸만 날 찔러대는 이 찝찝함의 정체는 무엇일까. “이 책은 스스로 던진 물음표를 좇는 과정을 담았다. 택배 뜯다가 가출하고, 싱크대 앞에서 친정엄마가 떠올라 대성통곡했던 나날들. 어떤 날은 눈만 마주쳐도 좋은 남편이 왜 어떤 날은 김치 씹는 소리조차 싫은지. 깨소금 향기가 폴폴 나도 모자랄 신혼생활에 이따금 밥 타는 냄새 같은 순간이 들이닥칠 땐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결혼하고 나서야 알게 된 마음들을 고스란히 나눠보고자 한다.” _〈프롤로그: 신혼, 심장 초음파를 찍은 이유〉 중에서 “결혼은 희로애락이 짙어지는 일.” 결혼 앞에서는 행복도 슬픔도 분노도 즐거움도 모두 곱절이 됨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이 만만치 않은 신혼생활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실마리가 보일지도 모른다. 어디 가서 말 못 할 이야기 배우자의 외도, 고부 갈등…. 우리가 결혼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흔히 떠올리는 갈등은 이런 것들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같이 극적인 사연보다 오히려 ‘종이에 베인 듯’ 사소한 일들이 더 아프게 다가왔음을 이야기한다. “모든 남자가 성매매 업소에 가는 것이 아니고, 모든 시가가 눈에 불을 켜고 며느리를 잡진 않는다. 내가 결혼하고 가장 당혹스러웠던 것은, 이런 막장 사연보다 오히려 종이에 베인 듯 사소한 불평등들이 더 아프게 다가왔다는 점이다. 결혼 전엔 그 어디에서도 듣지 못했던 미세한 불균형. 목소리 높여 말하기엔 애매한, 그렇다고 모른 체하기엔 신발에 들어간 돌멩이처럼 종일 나를 아프게 만드는 불편함 말이다.” _〈남편 검증〉 중에서 결혼하고부터는 모든 것이 조심스럽다. 자신이 하는 말과 행동 뒤로 ‘결혼하더니 달라졌네’, ‘남편이 잘 안 해주나 보네’, ‘결혼하더니’라는 선입견이 쫓아올까 봐. 집 안에서는 또 어떤가. 쏟아지는 신혼살림 택배 박스를 뜯다 남편의 퉁명스러운 한 마디로 시작된 부부싸움, 그리고 가출. 바지락 된장찌개 때문에 엄마 생각이 나 대성통곡한 저녁…. 이처럼 어디 가서 말 못 할, 미세하고도 모호한 기혼자의 상처들이 이 책에는 고스란히 담겨 있다. 결혼의 달콤함도, 힘든 이야기도 쉽사리 털어놓지 못하는 이들의 마음을 온전히 품어줄 수 있는 책이다. 그럼에도, 결혼 그럼에도 결혼을 택한 저자다. 비록 배우자와의 대화 주파수가 맞지 않아도, 자신들만의 대화 카테고리를 신설해 오롯한 둘만의 세상을 조금씩 넓혀간다. 교집합을 찾고, 함께 생활의 리듬을 맞춰가는 기쁨과 집 앞에서 아쉽게 헤어지지 않아도 되는 행복을 마음껏 누린다. 둘만이 아는 서로의 체취를 감당하며 우리가 우리일 수 있음에 편안히 미소 짓는다. 그리고 마침내 저자는 결혼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한 가지 깨닫는다. 결혼은 배우자가 아닌 ‘나를 감당하는 일’이었다는 사실을. “결국 ‘나에 대한 이해’의 문제였다. 내가 어떤 말에 발끈하고, 어떤 상황에 나사가 풀리는지. 날 못 견디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결혼하고 나서 확실히 알게 됐다. 내가 나를 이해하고 나니, 더는 남편에게 이해받고 싶어 안달 나지 않았다. 날 좀 이해해달라고 아우성치는 대신 마음의 근육을 키운다. 덕분에 나를 감당하는 일이 쉬워졌다. 더는 내가 못 견디는 일 앞에 무너지지 않는다. 우리의 다름이 언제고 ‘조율 가능한 일’, 혹은 ‘변화 가능한 일’로 분류될 것을 알기에. 나의 예민함이 곧 무뎌질 걸 알기에.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그저 우리라는 트랙을 신나게 달리면 되기에. 그렇게 무아지경 땀을 빼고 나면, 나를 감당하는 일은 한 뼘 더 쉬어질 걸 알기에.” _〈에필로그: 나를 감당하는 일〉 중에서 저자는 이 책을 쓰고 난 후, 가슴 속 그늘이 사라졌으며 더없이 안온해졌음을 고백한다. 마찬가지로 결혼이라는 단어 아래, 어찌할 바 모른 채 외로워하고 있는 이들은 이 책을 펼쳐보길 바란다. 한 자 한 자 눌러 담긴 그만의 결혼 이야기, 혹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부터 각자에게 꼭 필요한 위안을 얻으리라 믿는다. |
데이트가 피곤해서 결혼했다고 하는데 그 안의 세계가 무궁무진하다. 막연한 결혼의 개념이 안락한 사랑의 종착지로, 나를 감당하는 일로, 그리고 부모님과의 두 번째 만남으로 내 일처럼 다가온다. 언젠가 결혼을 약속하고도 스스로 한 발짝 내딛는 용기가 필요한 경계에서 이 책을 다시 찾을 것 같다. - 고아성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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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연의 힘을 믿는다. 어느덧 작가가 된 기자의 데뷔 글에 축사를 얹는 일도, 그녀의 촘촘한 글 한구석에 내 작품이 스며든 것도, 유달리 반짝이는 슬픈 눈으로 고민 상담하듯 풀어냈던 8년 전 그날의 특별한 인터뷰도 모두. 그저, 자연스럽게 벌어졌다. 여러 날에 걸쳐 읽은 글 뒤로 오늘 나는 문득 《어린 왕자》를 꺼내 들었다. ‘관계 맺음’에 대하여, ‘길들여짐’에 대하여 많은 질문을 던지고 답했던 그 어린 왕자가 별이 되어 다시 내 사막에 돌아온 기분이다. ‘우리’가 그냥 ‘우리’라서 좋은 ‘나’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이해를 그녀는 제안한다. 좀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중요한 것들을 유형의 글들로 책 속에 아로새긴 그녀와 오랫동안 동행하고 싶다. - 홍지영 (영화 [키친], [결혼전야],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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