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1년 07월 07일 |
---|---|
쪽수, 무게, 크기 | 316쪽 | 376g | 133*200*30mm |
ISBN13 | 9788954680691 |
ISBN10 | 8954680690 |
발행일 | 2021년 07월 0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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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16쪽 | 376g | 133*200*30mm |
ISBN13 | 9788954680691 |
ISBN10 | 8954680690 |
MD 한마디
작가 윤성희가 선보이는 다정하고 유쾌하고 뭉클한 세계. 책에 수록한 11편의 소설을 통해 그는 여성 서사부터 성장과 가족 이야기까지 두루 다루며 보통의 날들에 알알이 박힌 빛나는 순간을 포착한다. 단정하게 꾸밈없이 그려낸 생생한 삶의 풍경들이, 책 곳곳에서 우리를 반갑게 기다린다. -소설MD 박형욱
여름방학 _007 여섯 번의 깁스 _033 남은 기억 _061 어느 밤 _087 어제 꾼 꿈 _113 네모난 기억 _141 눈꺼풀 _169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밤 _197 블랙홀 _225 스위치 _253 날마다 만우절 _281 작가의 말_309 |
2023.04월의 첫 번째
윤성희 "날마다 만우절"
- 쪽수 : 316쪽
- 별점 : ☆☆☆☆☆
- 한줄 : 서로가 서로에게 건네는 위로의 순간들
11개의 단편이 모여있는데 읽으면서 뭔가 계속 연결이 되고 있는 것 같았다. 요 전 이야기에서 봤던 인물이 다시 나오는 것 같고, 그 상황의 다른 면에서 이야기가 계속 되는 것 같고. 그래서 연작소설인가. 하는 맘으로 읽어나갔다. 비슷하지만 다른 이야기들이었다. 비슷하다고 느낀 건 우리의 삶과 무관하지 않은 설정, 그리고 인물들의 평범함, 그 안에서 서로가 서로를 위로하고 보듬는 과정이 허구의 먼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의 가까운 내 주위의 이야기였기 때문임을 알게 되었다.
작가의 말처럼, 우리 삶 속에는 작게든 크게든 구멍 하나씩은 있는 것 같다. 그 구멍이 더 이상 커지지 않도록 메워 나가는 것, 그것은 나 혼자만의 일은 아니다. 누군가 함께 그곳을 들여다 봐 주고 같이 메워주는 것이다. 그렇게 위로 받고 또 누군가를 위로해주며 함께 살아가는 것이 삶인 것이다.
그들에게 괜찮다고 말하고, 다정해지고 싶다는 작가를 통해 위로 받는 시간이었고,
이야기 속의 눈물 짓는 인물들의 등을 토탁여줄 수 있는 시간이었다.
4월1일은 만우절이다. 그래서 그 때 맞춰 읽어 보려고 읽은 소설집이었다. 사기를 치는 거짓말은 안 되겠지만 간혹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상상의 거짓말 정도는 이 날 하루 맘껏 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나는 오늘이 방학 첫날이라고 생각해보았다. 나는 맨바닥에 누웠다. 여름방학이라고 생각하니 마루에 누워 구름이 지나가는 것을구경해야만 할 것 같았다. 구름은 보아자 않았지만 그래도 구름이 하늘에 있다고 상상해보았다. 그만 뒹굴거려. 누군가 내게 그런 잔소리를 해주었으면. 방학이 끝날 때까지만 이대로 있고 싶어. 나는 부러 투정을 부리는 말투로 말해보았다. 늦잠을 자는 나를 깨우던 어머니에게 하던 것처럼. ('여름방학' 中에서 p. 20)'
'오빠는 따뜻한 신발을 신고 눈길을 걸으면 뭐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신감이 생긴다고 했다. 나는 따뜻한 신발을 신고 길을 걷다보면 낯선 곳으로 빨려들어갈 것만 같다고 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내 말을 들은 오빠가 이해할 수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따뜻한 신발 덕분에 오빠는 자신감이 넘치은 청년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책임감 강한 아버지가 되었다. 따듯한 신발을 신고 동화 속 주인공을 상상하던 나는 뭐가 되었을까? ... "나는, 음, 그냥 어른이 되었지," ('여섯 번의 깁스' 中에서 p. 55)'
'가끔 얼음이 되어야겠다고. 나는 청년에게 지금은 술래를 피해 얼음이 된 거라고 말했다.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곧 누군가 땡 하고 외쳐줄 거라고. 얼음땡 놀이란 그런 거라고. 누군가 땡 하고 말해줘야 집에 갈 수 있는 거라고. 그러자 청년이 웃었다. 흐흐흐 그렇게 웃었다 ('어느 밤' 中에서 p. 109)'
'외로워서 감기에 걸리는 게 아니라 감기에 걸리니 외롭다는 생각이 드는 거라고. 며칠 후에 그 문장 아래에 누군가 이런 글을 적어놓았다. '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음.'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밤' 中에서 p. 215)'
'스위치 같은 거야. 그렇게 이상한 놈이 되는 건. 버튼 하나로 왔다갔다하는 거지. 그러니 스위치를 잘 켜고 있어야 해. 그 말을 할 때 삼촌의 목소리는 비장했다. ('스위치' 中에서 p. 279)'
#윤성희 #날마다만우절 #문학동네 #소설집 #위로 #소설책읽기 #북스타그램
윤성희 작가의 이름을 오래 전부터 많이 들었는데 작품을 읽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읽어보니 과연 좋고, 요즘 내가 관심 있는 작가들(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하라다 히카 등)이 대체로 노년 여성의 노동과 투병 또는 간병 문제를 다루는데 이 작가도 비슷한 문제를 다뤄서 반가웠다. 남들 눈에는 별일 없이 사는 듯 보이는 사람들의 삶에 어떤 참담하고 황당한 사건들이 있었을 수 있는지, 그들이 그걸 얼마나 감쪽같이 숨기고 살아가는지를 보여준달까.
내가 서른 살 이전에 이 책을 읽었다면 별다른 감명을 받지 못했을 것 같은데, 이 책에 나오는 것처럼 멀쩡하게 잘 살던 사람이 갑자기 죽거나, 아파서 입원하거나, 사고를 당하거나, 가족을 잃거나, 소송에 휘말리거나, 투옥되거나 하는 일들이 가까운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것을 보고, 언젠가는 나 역시 그런 일을 겪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강하게 하게 되면서부터는 이런 소설을 읽을 때 정신을 집중하게 된다. 무엇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 때조차 뭐라도 하는 소설 속 인물들의 지혜를 배우고 싶달까.
가령 <여름방학>의 병자 씨는 퇴직 후 자신의 삶에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자 이름을 바꿔 보기로 한다. <어느 밤>의 할머니는 매일 밤 킥보드를 타고, <스위치>의 청년은 양말을 산다. 그리고 다수의 인물들이 음식을 해먹거나 사 먹는 것으로 시름을 달래는데, 나 또한 먹는 걸로 스트레스를 푸는 편이었지만 이제는 건강상의 문제로 힘들어졌다(먹고 싶은 걸 원 없이 먹을 수 있는 것도 행복이다...). 대체 삶이 나에게서 뭘 더 빼앗아 가려나. 받는 것 없이 빼앗기기만 하네...
날마다만우절 . 윤성희 . 문학동네
따뜻한신발을신
동화속주인공을상상하던
나는뭐가되었을까 ?
/ 55 . 여섯번의깁스
+
단편열하나
-
여름방학
지금누군가날본다면
비도오지않았는데
옷이젖은걸
이상하게여길것만같았다
젖은옷이
몸에달라붙었다
속옷이비칠것이다
누가보면어때
나는
창피해하지말자고생각했다
여름방학때는
누구나물놀이를하는법이니까 /32
-
여섯번의깁스
응급차에실려가면서
나는이정도사고면
갈비뼈는부러졌을거라는
생각이들었다
재수없으면
엉치뼈나다리가
부러졌을것이다
이번이여섯번째네
지금까지살면서
나는네번의절교와
한번의파혼을당했다
네번의절교와
한번의왕따를당한뒤
선물처럼찾아온
단짝친구의죽음과
아버지의죽음을겪었다
두번이나이직을했고,
스트레스로탈모를겪기도했다
그리고
마침내여섯뻔째로
뼈가부러지는사고를당했다
그렇게애를써서
나는그냥어른이되었다
그생각을하자
헛웃음이나왔다 /59
-
남은기억
그리고그딴생각하지마요
그러면불면증걸려 /82
-
어느밤
너무걱정하지말라고
곧누군가
땡하고외쳐줄거라고
얼음땡놀이란
그런거라고
누군가땡하고말해줘야
집에갈수있는거라고
그러자
청년이웃었다
흐흐흐,
그렇게웃었다
조금있으면
구급대원이도착할거예요
그러면
제가땡이라고말해줄게요 /109
-
어제꾼꿈
나는막대기를저으며
속으로주문을외웠다
아들따라다니는
꼬마유령사라지게해주세요
딸이일이주일에
한번씩전화하게해주세요
지후에게막대기를건네주며
나는속으로주문을외웠다고말했다
"무슨주문인지말해주면안돼요?"
지후가물어서
나는지후의귀에대고속삭였다
"할머니가되고싶다고빌었어
손주가태어나면
구연동화도해주겠다고"
지후가올해주문이성공하면
내년에도같이하자고말해서
나는그러자고했다
새끼손가락을걸고약속을했다
그러자이모든게
내가어젯밤꾼꿈처럼느껴졌다 /139
-
네모난기억
그러면서
뒤늦은후회를했다
민정의소식을들었을때
화를내면안되었다
걱정을했어야했다
자신이그것밖에
안되는놈이라는사실때문에
정민은실망스러웠다 /162
-
눈꺼풀
세상에,
눈꺼풀이너무나무거웠다
이무거운눈꺼풀을
들어올릴수만있다면
앞으로뭐든지
할수있을것만같았다 /195
-
아무도미워하지않는밤
정말,
정말좋았어요
그순간이 /223
-
블랙홀
그날이후·······
뭐랄까,
마음에커다란구멍이뚫린것만같아
블랙홀같은거
조금만잘못해도
그안으로빨려들어갈것만같았어 /248
-
스위치
스위치같은거야
그렇게이상한놈이되는건
버튼하나로
왔다갔다하는거지
그러니
스위치를잘켜고있어야해 /279
-
날마다만우절
"오빠도, 순진도하지 . 그걸믿고"
그러면서고모가또웃었다
그말에엄마도웃었다
두분이하도기분좋게웃어서
나는고모가계속계속
거짓말을해주길바랐다 /300
++
첫단편부터
마지막단편까지
한장한장
소중히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