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종근의 뻔뻔한 태도로 인해 이 사건은 다시 한번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됩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사형선고를 받아서 사형당하기 싫다. 사형은 위헌이다.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사형제는 폐지해야 된다.’고 하면서 위헌심판을 청구합니다. 결국 위헌심판이 들어왔기 때문에 진행하지 않을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2년 동안 심리를 진행했고 2010년 2월 헌법재판소에서 합헌 결정이 내려집니다. ‘사형은 합헌이다. 위헌은 아니다.’라는 거죠. 그리고 2010년 6월 2심에서 항소를 기각해버리죠. 결국 사형이 확정된 거죠. 그런데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우리나라에서는 2007년 12월 30일 이후로 사형을 집행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현재 사형수의 몸으로 수감 중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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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말씀하신 내용이 굉장히 중요한 내용입니다. 그렇게 멋있게 이야기하지는 못했지만, 제가 선배님들께 항상 들었던 이야기가 있어요. “형사가 포기하는 순간 범인은 발 뻗고 잠들게 된다.”는 이야기였는데 저도 후배들에게 그 이야기를 많이 해줬어요. 형사가 포기하지 않으면 그 범인은 어디를 가더라도 두 발 뻗고 잠들 수 없어요. 그래서 형사는 미제사건을 절대로 포기하면 안 되는 겁니다. 포기하는 순간 범인은 사람을 죽여 놓고도 성폭행을 하고도 두 발 뻗고 편하게 잠들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떤 이유가 있어도 형사는 절대로 포기하면 안 됩니다. 저는 형사가 미제사건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이것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그것이 형사의 의무이자 숙명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치유의 시작’이라는 배상훈 교수님이나 김윤희 프로파일러의 말씀은 형사들이 새겨 들어야 하는 정말 중요한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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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금도 말씀하신 부분에 공감을 하는 것이 사람들이 박한상이 어떤 인물인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잖아요. 그리고 ‘연쇄살인범들은 태어날 때부터 연쇄살인범인가요? 아니면 성장하면서 연쇄살인범이 되는 것인가요?’라는 것을 자주 물어보시거든요. 저는 반반이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기질 자체는 어느 정도 타고 나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제가 만나봤던 범죄자들 중에는 환경적으로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있었어요. 저는 자기에게 주어진 환경 속에서 통제력이나 사회에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방법들을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박한상 같은 경우에는 기질이라는 것이 분명히 존재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사실 이런 부모를 만난다고 해서 모두 다 박한상처럼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솔직하게 좋은 부모, 또는 훌륭한 부모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 정도면 괜찮은 부모, 또는 나쁘지 않은 부모라고 생각해요. 그런 환경을 고려했을 때 박한상이 저지른 범죄는 너무나 극악하다는 것이죠.
--- p. 109
재판 과정에서도 정말 어이없는 일이 있었어요. 일단 최정수는 사형을 선고받았고요. 다음으로 부두목 박지원과 행동대장 정진영이 있었잖아요. 검찰에서는 이들 2명에게도 사형을 구형했지만 무기징역으로 끝이 났어요. 3명 중에서 한 사람만 사형이고 나머지는 무기징역을 받았어요. 그리고 검찰에서는 9명 중에서 나머지 6명에 대해서는 5년~15년을 구형했는데 재판에서는 1년 6월에서 집행유예 3년으로 감형이 됐어요. 대표적인 3명에 대해서만 한 명은 사형, 두 명은 무기징역을 선고했던 거예요. 그런데 재판 과정에서 엄청나게 황당한 상황이 벌어졌죠. 판사가 최정수는 사형, 박지원과 정진영은 무기징역이라고 판결을 했어요. 그때 이들이 피고인석에서 일어나서 ‘야, 이 새끼야! 네가 무슨 판사냐?’라고 하면서 판사를 향해 욕을 했어요. ‘야, 이 새끼야! 네가 판사면 다냐? 너는 평생 살 것 같아? 내가 나가면 죽여 버릴 거야.’라고 판사에게 협박을 하면서 난동을 피운 거예요. 그래서 감치 10일 받습니다. 감치는 법정에서 소란을 피우거나 난동을 부리면 형량과 관계없이 유치장에 가두는 것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 p.229-230
봄에는 살해된 사람이 아니라도 사체가 발견되는 일이 많습니다. 전에도 말씀드렸는데 양주 쪽은 관할지역이 넓어서 근무를 하다보면 봄에 나물 캐러 갔던 아주머니들이 거의 정신이 나간 상태에서 신고를 해요. 나물 캐다가 시체를 발견해서 혼비백산해서 신고를 하는 거예요. 어떤 경우에는 발견된 사체가 한 사람이 아닌 경우도 있어요. 저는 하루에 11구의 시신을 발견해서 11구의 변사사건을 처리했던 적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도 꽤 있는데, 이 경우는 3월이고 봄이 왔잖아요. 겨울에 30cm의 구덩이를 파서 묻었지만 날이 풀리면서 아이가 너무 억울해서 얼굴을 드러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예비군 훈련을 하던 송 씨가 아이의 얼굴을 발견하고 신고를 해서 발굴 작업에 들어갑니다. 다른 유류품은 발견하지 못했고요. 시신은 수습을 했어요. 근처에 다 같이 묻었는데 사체를 발굴해서 수습해 보니 신장이 142cm, 그리고 발사이즈 200mm, 머리카락이 길고 어린이용 머리끈을 묶고 있었어요. 이것을 확인한 경찰에서 직감했겠죠. 어려서 지문을 대조할 수는 없었지만 치아 상태로 봤을 때 8세~10세로 추정을 했고 DNA를 대조했더니 이 양이 맞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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