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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읽는 시간

죽음을 읽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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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8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336쪽 | 394g | 130*200*30mm
ISBN13 9791130640020
ISBN10 113064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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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국의 정신과 전문의이자 미국의 호스피스 완화의료 전문의다. …… 정신의학이 삶의 고통을 완화하고 호스피스 완화의학은 죽음의 고통을 완화한다는 측면에서 볼 때, 서로 다른 두 학문은 같은 목표를 향하고 있다. 완화(palliation)의 어원은 라틴어 ‘palliare’이며 이는 ‘외투(colck)’의 뜻을 담고 있다. 그러므로 동트기 직전 칠흑 같은 어둠과 추위를 견뎌낼 한 벌의 외투가 필요한 이들에게 온기가 되어주는 일이 나의 역할이고 이 책의 존재 의미다. 마음이 시린 날에 다시 찾게 되는, 당신 옷장 속의 톡톡한 외투처럼 오랫동안 곁에 두고 싶은 책이 되길 바란다.
---「삶에도 죽음에도 따뜻한 외투가 필요하다」 중에서

좋은 삶에 대해 더 깊이 알기 위해서 죽음에 대한 공부를 해야겠다고 결심한 것은 결국 내게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끝이 있음을 아는 것은 인생의 모든 순간을 약간의 슬픔으로 물들여놓는다. 행복한 지금 이 순간도 언젠가는 끝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우리의 시간은 더 열렬히 반짝여야 한다. 나는 인생을 축제처럼 살기 위해 죽음을 공부하기로 했다.
---「호스피스 의사가 되어볼까」 중에서

“내가 처방전을 하나 써줄 건데, 반드시 따라야 해요. 알겠죠?”
나는 내게 주어진 권한으로 그에게 3일간의 휴가를 처방했다. 휴가는 그가 상담실 밖으로 나가는 순간부터 시작되며 휴가가 끝나기 전까지는 병원으로 절대 돌아오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3일 동안 구름을 보고 바람을 느끼고 햇볕을 쬐고 길가에 심긴 꽃과 나무를 보며 향기를 맡고 집으로 돌아가 가족과 식사를 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오랜 친구들을 만나 수다를 떨 것을 처방했다. …… 휴가가 끝난 뒤 병원으로 복귀한 그는 한결 밝고 건강해진 모습이었다. 그에게 필요한 치료는 삶이었지 항우울제가 아니었다. 그는 자살하지 않았다.
---「의사 K의 죽음」 중에서

아래의 여섯 가지 질문은 그의 남은 삶을 위해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들이다. 병의 치료를 위해 의사와 병원이 쥐고 있던 삶의 결정권을 당사자에게 다시 돌려주고 남은 삶을 그답게 살다 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해 필요한 질문들이다.
“이대로 회복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삶의 마지막을 보내고 싶나요?”
“마지막 순간까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신체 기능은 무엇인가요?”
“지금 가지고 있는 불편함을 다 해결할 수 없다면 무엇을 먼저 해결하고 싶나요?”
“죽기 전에 꼭 마무리해야 할 일이 있나요?”
“어떤 치료를 마저 받고 싶으며 그 치료를 통해서 얻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인가요?”
“어디서 죽음을 맞이하고 싶나요? 집이어야 하나요, 병원이어도 괜찮은가요?”
---「지금, 살 만한 삶인가요」 중에서

주체적으로 선택하고 그 선택에 책임지는 삶을 살았던 이들은, 많은 경우에 죽음 역시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선택하기를 바란다. 죽음에 가까워질수록 우리는 자신의 본모습을 조금 더 있는 그대로 드러낼 용기를 얻는다. 다른 삶이 있을 뿐 틀린 삶은 없듯이 틀린 죽음도 없다. 죽음은 그저 태어남과 동시에 결정된 피할 수 없는 삶의 과정이다. 좋은 죽음이든 존엄사든 안락사든, 우리 모두는 그저 살던 대로 살다 가는 자기다운 마무리를 맞을 것이다.
---「지금, 살 만한 삶인가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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