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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더가 출발했습니다

라이더가 출발했습니다

: 우리가 만든 어떤 편한 세상에 대하여

사탐 (사회탐사)-06이동
리뷰 총점10.0 리뷰 1건 | 판매지수 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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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정치 top100 1주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9월 06일
쪽수, 무게, 크기 208쪽 | 314g | 152*215*20mm
ISBN13 9788964373828
ISBN10 8964373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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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들어가며 ‘심부름 거인’이 자라나고 있다 009

1 밀어서 배달 수락 013
2 플랫폼을 움직이는 사람들 057
3 민준이의 죽음, 그리고 그 후 095
4 자영업의 덫 123
5 플랫폼 기업, 그들이 사는 법 155

취재 후기 1 201
취재 후기 2 205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아, 오늘의 목표는 아무도 다치지 않는 것이다.’ 4차선 교차로에서 빨간불에도 멈추지 않고 달려가는 두 대의 오토바이를 보고 있자니 정신이 아득해졌다. 머릿속에서 나는 오늘의 목표를 수정했다. … 라이더들은 말 그대로 ‘목숨을 걸고’ 달리는 것 같았다. 왜 이렇게 질주하는 걸까?
--- pp.19~20

영화 〈극한직업〉에서 마약반 형사들이 본분을 잊고 통닭 튀기기에 전념하게 된 것처럼 우리도 어느 순간 취재라는 본분을 잊고 “손님, 조금만 기다리세요. 음식 갑니다!”를 외쳐 대며 운전대를 잡았다. 그러기를 다섯 시간. 허 기자에게 이제 그만하자고 말할 타이밍만 찾던 찰나, 앱에 프로모션이 떴다. 배달 단가가 7000원까지 올라간다는 것이었다! 콜을 잡은 건 내가 아니라 내 손가락이었다.
--- p.32

노동을 하기 위해선 비용과 시간이 든다. 그러나 주문형 노동에선 노동에 대한 대가가 건당 수수료로 주어지고, 일을 하기 위해 기다린 시간은 노동시간으로 계산되지 않는다. 플랫폼 노동자는 배달을 할 때만 노동자다.
--- p.36

도저히 다리가 움직여지지 않아 마지막 배달은 결국 택시를 탔다. 배달비로 3천원을 받고 택시비로 4천원을 쓰는 미련한 짓을 끝으로 우리의 그날 배달은 마무리됐다.
--- p.45

배달앱에서 말하는 ‘효율성 증대’란 결국 라이더들의 노동효율성 증대를 말하는 것이었다. 플랫폼 산업에서 가장 혁신적인 점을 든다면 어떤 가혹한 명령이든 공장주나 자본가가 아닌 인공지능이 시키는 것으로 보이게 만든다는 것이었다.
--- p.48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배달을 해보며 그전에는 몰랐던 배달 서비스의 편리를 더 잘 알게 됐다. 커피와 빵을 배달했던 기억이 남아 나 또한 커피와 빵을 몇 번 시켜 먹었고, ‘누가 이런 걸 배달 시켜’가 아니라 ‘이건 배달 안 되나’ 하는 식으로 사고도 바뀌었다. 그럴 때마다 “조심히 안전하게 천천히 와주세요”라는 문구를 남기며 알량한 양심의 위안으로 삼았지만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라이더는 그런 나를 민망하게 만들었다.
--- p.52

“형님들 멘탈 관리 어떻게 하십니까?” 배달 라이더들이 모여 있는 익명 카톡방에서 한 라이더가 물었다. “멘탈 관리가 필요해요? 나 없으면 밥도 못 먹는 불쌍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삼.”
--- p.59

주식회사 우아한형제들 사옥을 뒤로하고 나오는 길에 머릿속에 남은 질문은 이런 것이었다. ‘그래서 우아한형제들은 배달 회사야? IT회사야?’ 김봉진 의장은 배달의민족을 “푸드테크” 회사라고 불렀다. 업계 1위를 달리는 기술적이고 창의적인 회사. 그것이 우아한형제들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좁고 지저분한 곳에서 지친 몸을 잠시 뉘었다 가는 땀내 나는 라이더들 없이 배달 플랫폼 자체가 성립할 수 있을까? 잘 관리된 건물의 세련됨은 그래서 더욱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 pp.90~91

2021년 1월에도 열여섯 살 고등학생이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그 역시 민준이처럼 근로계약서도, 부모 동의서도 없었다. 아버지는 장례식 날에야 아들이 배달일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하지만 아들이 일했던 업체는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 배달 대행업체였기 때문이다. 아들은 특수 형태 근로 종사자, 즉 현 근로기준법하에선 보호받을 수 없는 ‘사장’이었다. 열여섯 아들이 사장이었다는 현실을 아버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 p.121

자유로운 시장보다는 위계적 조직에 가깝다. 이들은 기업이 직원에게 일 시키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일감을 할당하고 일하는 방식을 통제한다. 그러면서 플랫폼 기업들은 이런 노동자를 프리랜서로 위장하고 노동법을 적용하지 않는 것을 혁신이라고 말한다.
--- p.172

배달앱의 혁신을 긍정하는 이들은 기존 노동법을 긱 워커에게 적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렇게 되면 결국 일자리가 감소하고 국가 경쟁력이 하락할 것이라는, 너무나 혁신적이지 않은 명분을 들이대면서 말이다.
--- p.176

내 한 몸 누일 수 있는 방 한 칸, 제법한 직장은커녕 비정규직 일자리조차 구하기 힘든 청년 세대들, 은퇴 이후 사회보장 없이 허덕이는 노년층, 코로나19로 생계 수단을 잃은 자영업자들. 이들을 구제해 줄 수 있는 건 위험이 산재한 질 낮은 일감들뿐이다. 그래도 우리는 쿠팡과 같은 기업이 없다면 일감조차 없을 테니 감사해야 하는 걸까?
--- p.179

저렴한 지하철 요금과 전기요금 뒤에는 구의역 김 군과 발전소 김용균 씨가 있었다. 대형 마트가 문을 닫은 밤, 내일 아침상에 오를 반찬이 없을 때 이제는 핸드폰 속 앱을 열고 클릭 몇 번이면 새벽같이 내 식탁 위에 맞춤형 음식이 올라오는 세상이 되었다. 이런 편리 뒤에 숨은 건 또 무엇일까?
--- p.200

플랫폼 기업이 혁신한 건 비단 소비자의 편리뿐만이 아니다. 치타 배송, 새벽 배송, 단건 배송 등 배송 속도, 즉 노동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경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들이 도입한 인공지능 기술이 실은 인정사정없이 배송기사들을 몰아치는 기술이라는 점을 이제는 모두가 다 안다. 모든 혁신들을 떠받치고 있는 근간은 이런 노동 생산성 향상 기법의 혁신이다.
--- p.206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경쟁이 아닌 협업이 다다른 곳|MZ세대 기자와 X세대 기자의 숨 쉴 틈 없는 플랫폼 추적기

이 책의 시작은 배달 청년들의 죽음이었다. 2018년 고 김용균의 산재사망 사건 이후 ‘청년층 산재’ 문제에 골몰하고 있던 강혜인 기자는 타 매체의 허환주 기자와 이야기하던 중 그해 청년층의 산재가 크게 늘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2018년, 18~24세 연령층의 산재사망은 전년보다 17명이나 증가했다). 공동 취재를 통해 이들의 죽음을 추적해 나가기 시작한 두 기자는 이들 대부분이 오토바이 배달을 하다 사망했음을 발견한다. 게다가 대부분은 일한 지 보름도 안 돼 사망했고, 일하던 곳이 모두 5인 미만 사업장이었다. 이 가운데 특히 주목했던 것은, 열여덟 민준 군 사건이었는데, 운전면허도 없는 미성년자에게 배달을 시키고도 업주가 벌금 30만 원형만 받았기 때문이었다.

민준 군이 배달 나가는 것을 몰랐다고 끝까지 부인했던 업주를 만나기 위해 제주도를 찾은 두 기자는 민준 군의 죽음 이후 업주가 바뀌고 플랫폼 배달 업체를 이용하기 시작한 다른 업주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자영업자 입장에서 플랫폼은 여러 골치아픈 일들을 모두 배달원 개인에게 전가함으로써 편히 장사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것.

이후 두 기자는 배달 플랫폼에 대한 취재를 시작해 직접 체험과 동행 취재 등 현장을 발로 뛰며 위험천만한 배달 노동의 세계를 기록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다양한 취재 방법을 동원할 수밖에 없었던 것 역시 플랫폼의 변화 때문이었는데, “배달 대행” 플랫폼 소속 라이더들을 동행 취재해서 원고를 쓰고 나니 1년 새 크라우드 소싱 방식이 확산되어 직접 체험을 통해 원고를 보충해야 했고, 배민이나 쿠팡, 카카오 택시나 타다 등의 변천사 역시 책을 쓰는 과정에서 어제 쓴 원고를 오늘 버려야 할 정도로 끊임없이 변화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어찌 보면 플랫폼 기업이라는 ‘거인’의 발걸음을 버겁게 뒤쫓은 작은 발걸음들의 모음이다. 하지만 그 덕분에 독자는 1인칭 시점과 3인칭 시점을 오가며 저자들이 시시각각 겪었던 실제 변화의 추이를 느낄 수 있다. 또 플랫폼 기업의 혁신적 마케팅에 잠시 속았다는 MZ세대 기자의 솔직한 고백들과, 직업소개소에서 막노동 일감을 기다렸던 경험과 배달앱에서 ‘온’ 스위치를 켜고 주문이 뜨기만을 기다리는 라이더의 입장을 비교하는 X세대 아날로그 기자의 이야기가 어우러지며 보다 입체적인 그림을 그려 낸다는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그 속에서 독자들은 플랫폼 기업의 마케팅에 웃음지었던 스스로의 모습을 볼 수도 있고, 그런 마케팅 뒤에 숨은 플랫폼 노동자, 자영업자, 그리고 소비자의 얼굴을 한 우리의 모습도 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강혜인 기자가 취재한 20, 30대 여성 플랫폼 노동자들의 이야기는 그간 남성 라이더들만의 이야기로 재현되었던 플랫폼 노동시장에 엔잡러 여성들이 어떻게 유입되고 있는지, 또 어떤 고충을 겪고 있는지를 새롭게 보여 준다.

플랫폼 안의 소우주, 사람들|라이더와 커넥터들의 세계

 배달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열여덟 정수는 배달 대행 플랫폼에 소속돼 오후 3시부터 다음날 새벽 3시까지 12시간을 일한다. 이 시간을 채우지 못하면 수수료가 증액되고 지각을 해도 마찬가지다. 물론 정수와 플랫폼 업체의 관계는 위탁계약 관계로 정수는 사장님이다. 하지만 정수는 자신이 근로계약을 맺은 줄 알고 있다. 건당 받는 수수료는 정수 계정에 적립금처럼 쌓이지만 그때그때 빼서 쓰는 탓에 한 달에 정확히 얼마를 버는지는 계산해 본 적이 없다. 5개월간 열두 차례 사고가 났지만 정수는 피할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한다. 그간 다른 아르바이트를 할 때 윗사람의 통제를 받는 게 힘들었던 정수는 “눈치 보는 일 없는” 이 일이 좋다.

 스물두 살 대학생 선희 씨는 단기 알바로 배민에서 운영하는 비마트에서 일한다. 주5일제 8시간 근무는 삼교대로 이루어지고 8시간 내내 계속 매장 안을 걸으며 해야 하는 일이라 그만두는 사람이 많지만 선희 씨는 이 일이 좋다. 하루에 40~80개 정도의 주문을 받고 포장만 하면 되는데, 사람을 대면할 필요가 없으니 감정 소모가 없어 그간의 아르바이트들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연극배우 연두 씨는 배우라는 꿈을 놓지 않기 위해 엔잡러의 삶을 살고 있다. 현재는 직업이 네 개로, 밤에는 남편과 대리운전을 뛰고, 낮에는 틈틈이 도보 배달과 전화 알바 등을 한다. 월평균수입은 50만 원이지만 운동도 되고 부담 없이 언제든 할 수 있는 도보 배달이 좋다.

 20대 지연 씨 역시 엔잡러다. 원래는 일식집 주방일을 했으나 심각한 습진에 걸려 주방일을 아예 할 수 없게 됐다. 그때부터 닥치는 대로 가능한 일들을 전전해온 지연 씨는 이제 어느 정도 엔잡러의 삶에 적응한 상태다. 지금은 매일 저녁 6시부터 10시까지 콜센터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전에 할 수 있는 일로 도보 배달을 하고 있다. 지연 씨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시간에만 일할 수 있는 도보 배달이 만족스럽다.

 대리기사 현정 씨는 20년 가까이 대리일을 한 베테랑이다. 플랫폼 이전과 이후를 모두 경험한 그녀는 여러 가지 면에서 플랫폼을 통해 일하는 지금이 더 좋다. 출퇴근 강요가 없을 뿐 아니라 업체 홍보 같이 불필요한 일을 안 해도 되고 무엇보다 깜깜이 콜을 받을 필요 없이 원하는 콜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앱에도 규칙은 있어서 콜을 취소하면 화면을 30분간 블라인드 처리하는 등의 페널티가 있고, 단가가 더 낮아진 점이 마음에 걸리지만 적어도 이전에 겪었던 업체의 갑질은 사라졌다고 생각한다.

 청소앱 노동자 선향 씨는 전에도 파출부 일이나 식당 일을 인력사무소를 통해 했던 중국 동포다. 그녀에겐 플랫폼이 더 좋냐는 질문이 의미가 없다. 그녀는 그저 코로나 이후 나갈 수 없게 된 식당 대신 생계를 위해 플랫폼 가사일을 택했을 뿐이다.

그간 배달일을 기자들이 직접 체험한 기사와 책들은 많았다. 이 책에도 두 기자의 생생한 직접 체험기가 담겨 있다. 하지만 그런 초보 배달원으로서의 “미련한” 경험들을 뒤로하고 두 기자는 당사자들에게 다가간다. 이 책의 미덕은, 거대한 플랫폼 경제의 구성 요소들을 조목조목 짚어 내면서도 그것이 이런 사람들의 삶 하나하나를 밑거름으로 성장해 왔다는 점을 놓치지 않는 데 있다.

정수와 지연 씨, 현정 씨에게 플랫폼이 ‘좋은’ 것은 그들의 아르바이트 경험이나 업체의 갑질이 있었기 때문이다. 연두 씨가 수입이 얼마 되지 않는데도 도보 배달이 좋다고 하는 것은 자신의 꿈이 있기 때문이다. ‘철가방’으로 불리기도 했던 배달노동자들은 이제 ‘라이더’라 불리고 법적 지위는 ‘사장님’이 되었지만, 누군가는 한 가지 일로는 생활이 불가능해서, 누군가는 다른 직업이 있지만 돈벌이가 되지 않아서, 누군가는 수천만 원의 대출을 갚을 길이 없어서, 또 누군가는 적은 월급 받아 가며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삶이 싫어서 플랫폼 노동자가 되었다. 내 한 몸 건사할 만한 직장 하나 갖기 힘든 사회, 단내 나는 노동을 열정과 노력으로 포장하는 사회, 그렇게 열심히 일해도 한 치도 나아지지 않는 현실을 버텨야 하는 이들의 땀방울을 플랫폼 기업은 먹고 자라고 있었음을 이 책은 잘 보여 준다.

플랫폼의 혁신, 일하는 사람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오늘날 플랫폼 기업의 마케팅은 유머와 센스가 넘치고, 플랫폼 기업의 리더, 소위 ‘의장’들은 수평적 기업문화를 내세우며 강연을 하러 다니며, 다양한 통로를 통해 문화적으로도 힙한 시도들을 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소비자로서 누리게 된 새로운 편리뿐만 아니라 바로 이런 점들을 ‘혁신’이라 말하며 열광한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들은 이와 같은 혁신들에 가려 보이지 않던 플랫폼 기업들의 진짜 혁신을 일하는 사람들의 관점에서 다시 쓴다. 인공지능의 도입을 통한 노동 효율성의 향상은 이들이 이룬 가장 대표적인 혁신이다. 배달에 AI 방식을 제일 처음 도입한 중국의 경우, 알고리즘의 도입 이후 3킬로미터 거리에 소요되던 배달 시간이 1시간에서 28분까지 줄어들었고, 1인이 최대 12건의 배달을 동시에 할당받을 수 있게 되었다(2020년 2월 배민이 배차 시스템에 처음으로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한 이후 배달 시간은 26퍼센트 감소했다). 기록적인 폭우 속에서도 강혜인 기자의 핸드폰 화면을 뒤덮은 것은 집중호우 속보 알림과 “우천 할증 연장!”이라는 쿠팡이츠가 라이더에게 보내는 알림이었다는 사실은,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가차없음을 잘 보여 준다.

무엇보다 가장 큰 혁신은 1, 2차 노동시장에서 밀려난 사람들을 ‘사장’이라 불리는 특고로 만들어 놓고 일이 없을 때 발생하는 경제적 부담, 노동력 재생산 비용, 산재가 발생할 경우 져야 하는 기업의 부담 등을 모두 개인이 지게 만든 데 있다.

금융 자본주의하에서 최대 부를 거머쥔 플랫폼 기업

2017년 다보스포럼에서 발표된 「90퍼센트를 위한 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단 8명이 36억 명의 재산과 같은 규모의 부를 소유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그 8명 중 3명이 플랫폼 기업 오너들이라는 것이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오라클의 래리 앨리슨이 그들. 2021년, 베조스는 1위가 되었고 구글 공동창업주 2인이 순위 안에 새로 진입했다.

하지만 신기한 점은 아마존의 적자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 이는 아마존의 카피캣 쿠팡도 마찬가지다. 쿠팡의 경우 2021년 1분기까지 총 누적 적자액은 4조5000억에 달했다. 그럼에도 쿠팡은 뉴욕 증권거래소 상장에 성공했는데, 이후 쿠팡의 기업가치는 삼성에 이어 2위가 되었고, 김범석 의장의 주식 가치는 한때 10조5243억까지 치솟았다.

플랫폼 기업들의 고질적 적자가 독점이라는 장기 이익을 목표로 한 공격적인 초기 투자와 마케팅 비용 때문이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 이 책은 이 외에도 플랫폼 기업들이 추구하는 각종 탈세 방법과 기존의 법과 규제로부터 빠져나가는 방법들을 다양하게 분석한다.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

어슐러 르 귄의 단편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에는 한 아이의 비극에 의해 유지되는 ‘행복한 사람들의 사회’, 오멜라스가 등장한다. 오멜라스 사람들은 이 비극을 알면서도 자신들의 행복을 위해 묵인한다.

누군가는 이불 속에서 핸드폰 하나 들고 끼니부터 생수까지 온갖 것을 주문하지만 또 누군가는 새벽배송을 위해 어둠을 뚫고 달리는 사회. 우리는 저렴한 지하철 요금과 전기요금을 편하게 누리지만 그 혜택 뒤에는 구의역 김 군과 발전소 김용균 씨가 있었다. 모두가 누리는 편리의 이면에 누군가의 노동이 부당한 값으로 거래되는 ‘불의’가 존재한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까? 쌓여 가는 플라스틱 쓰레기, 독점 이후 점점 오르는 배달료, 자영업자의 몰락이 현실화되고 있는 지금, 과연 우리는 어떤 세상을 만들 것인가? 우리는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두 기자는 마지막 질문을 우리 모두에게 던진다.

회원리뷰 (1건) 리뷰 총점10.0

혜택 및 유의사항?
구매 라이더가 출발했습니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수퍼스타 오* | 2022.01.02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스마트폰에 깔린 배달앱으로 손쉽게 주문 끝! 편리해진 세상, 뭐가 문제 있나요? <라이더가 출발했습니다>는 두 기자의 사회탐사 찐 취재기예요. 뉴스타파(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소속의 강혜인 기자와 <프레시안> 사회팀 소속의 허환주 기자는 2019년부터 배달 노동의 현실을 공동 취재했고 이 책에서 각종 플랫폼으로 확장하여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플랫폼 기업은 하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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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에 깔린 배달앱으로 손쉽게 주문 끝!

편리해진 세상, 뭐가 문제 있나요?

<라이더가 출발했습니다>는 두 기자의 사회탐사 찐 취재기예요.

뉴스타파(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소속의 강혜인 기자와 <프레시안> 사회팀 소속의 허환주 기자는 2019년부터 배달 노동의 현실을 공동 취재했고 이 책에서 각종 플랫폼으로 확장하여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플랫폼 기업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해가고 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런 의구심 없이 그 편리함을 누리고 있어요.

그러나 이 책은 우리 모두에게 '3000원의 편리함'에 가려진 불편하고도 섬뜩한 이면을 보여주고 있어요.

 

청년들이 더 많이 죽었다.

배달 시장과 플랫폼 노동에 대한 우리의 질문은 거기서 시작됐다.

매년 5월, 고용노동부는 전년도 기준 「산업재해 발생 현황」을 발표한다.

한 해 몇 명이 일하다 죽었는지, 사망자들의 업종과 사고 유형, 연령층 등을 정리한 보고서다.

2018년 12월, 스물넷 김용균 씨가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사망하는 사고가 있은 후 우리는 산업재해 현황 전반을 검토해 보기로 했다.

... 그 결과 2016년부터 2019년 상반기까지 '사업장 외 교통사고'로 사망한 33명의 사망자 중 2명을 제외한 31명이 모두 오토바이 배달을 하다가 사망했음을 알게 됐다.

피자, 치킨, 족발을 배달하다 트럭, 가로수, 버스에 치여 사망한 것이다. 연도별로 보면 2016년에는 총 21명의 청년이 산재로 사망했는데, 이 가운데 10명이 오토바이 배달 중 사망했다. 2017년에는 13명 중 4명, 2018년에는 30명 중 12명이었다. 2019년 상반기에도 8명 중 6명이 오토바이 배달 중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15-17p)

 

두 기자는 2019년 9월부터 직접 라이더를 밀착 취재했고, 2020년에는 쿠팡이츠에 배달 파트너로 가입하여 자동차 배달, 자전거 배달, 도보 배달을 직접 해봤으며 배달의민족 배민커넥트에서 배달을 해봤어요. 동행 취재와 직접 체험을 통해 두 기자는 거대한 배달 산업을 굴러가게 하는 배달 노동의 실상을 알게 됐어요.

 

연간 10~15조 원 규모의 배달 시장은 건당 3000원 하는 배달 노동자들과 함께 톱니바퀴처럼 굴러갔다.

우리가 목격한 건 "혁신"이라는 허울 뒤에 숨은 불합리, 알고리즘 뒤에 숨은 탐욕, 그리고 자유로운 선택을 강조하는 광고 뒤에 숨은 강제성이었다.

우리가 가장 장시간 쉬지 않고 일했던 날을 꼽아 수익을 계산해봤다. 하루 여섯 시간 자동차 배달로 번 돈은 4만 8930원, 운전한 총거리는 54.9 킬로미터, (자동차 연비를 리터당 10킬로미터로 잡고 기름값을 1300원으로 계산해)  기름값 7150원과 그날 먹은 점심깞 8000원을 제외한 후 이를 여섯 시간으로 나누니 시간당 5630원을 번 셈이 됐다. 

2020년 최저임금 8590원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다. 그러나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이 플랫폼 노동에 뛰어들고 있다.  (53p)

 

작년에 쿠팡 본사 앞에서 배달 기사들의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이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이츠의 독단적 정책을 중단하는 모습을 뉴스 기사로 본 적이 있어요. 

그때는 그들이 무엇을 주장하는 건지 제대로 알지 못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소름이 돋았어요. 플랫폼 시장은 갈수록 커지고 배달 노동자(플랫폼 노동자)는 점점 많아지고 있는데, 이들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법이 없다는 건 심각한 문제예요. 국회에서는 2021년 3월 18일, '플랫폼 종사자 보호 및 지원 등 에 관한 법률안'과 '직업안정법 전부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그 내용을 살펴보면 뚜렷한 한계점이 있어요. 바로 플랫폼 노동자를 노동자로 온전히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현재 플랫폼 업체들은 '특고' 신분인 노동자들과 '사장 대 사장'으로 위탁계약을 맺고 있어 기업이 의무적으로 이행해야 하는 근로기준법이나 산안법은 물론, 4대 보험 등도 가입할 필요가 없어요. '특고' 신분인 플랫폼 노동자들 (배달앱의 라이더들이나 청소앱의 가사 노동자들, 대리앱의 운전기사들)은 명목상 '사장'이라서 노동법 적용을 받지 못하고, 단체 행동을 통해 수수료 인하나 노동조건 개선 등을 요구할 수 없어요. 플랫폼 경제는 이러한 사장들의 노동력을 값싼 비용으로 착취하며 굴러가고 있어요. 결국 플랫폼 기업이 말하는 혁신이란 플랫폼 노동자들의 피 땀 눈물을 쥐어짜내는 시스템 전환이었어요. 

만약 플랫폼 기업들이 아무런 법적 제재 없이 지속적으로 성장해버린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너무 끔찍할 것 같아요. 당장의 편리함에 속아서 우리의 미래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놓쳐서는 안 될 것 같아요. 두 기자의 찐 취재기 덕분에 정신이 번쩍 들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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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나면 지나가는 배달 오토바이가 조금은 다른게 보여요.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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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로얄 p*******e | 2023.03.23
구매 평점5점
우리가 만든 어떤 편한 세상의 불편한 진실, 이것이 찐 취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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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플래티넘 오* | 2022.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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