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미타주 미술관은 런던의 대영박물관,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과 함께 세계 3대 박물관으로 손꼽힌다. 페트로 파블로프스키 요새가 바라다 보이는 네바강변에 줄지어 선 웅장한 에르미타주 미술관은 한때 황제의 거처였던 겨울궁전을 비롯해 소(小)에르미타주, 신(新)에르미타주, 구(舊)에르미타주 등 모두 5채의 건물로 이뤄져 있다. 겨울궁전에만 자그만치 1,050여 개의 전시실이 있고, 그 전시실만 이어도 길이가 27km에 달한다고 한다.
5개 전시실에는 렘브란트의 작품을 비롯해 루벤스, 라파엘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 세잔느, 고흐, 고갱, 드가 등 인상파와 피카소, 칸딘스키에 이르는 20세기 초 화가의 그림들에 이르기까지 약 8천여 점의 명화들이 벽면을 가득 메우고 있다. 해마다 300만 명이 넘는 인원이 이곳을 찾아갈 정도라니, 에르미타주 미술관은 러시아 황실이 후손들에게 남긴 최고의 문화유산이라 할 것이다.
이 에르미타주 미술관이 겪은 가장 큰 위기는 1941년 나치의 침공이었다. 독일군이 진격해오자 미술관 직원들은 그림과 조각, 값비싼 소장품들을 나무상자에 포장해 우랄 지방으로 보냈다. 잇단 포격으로 건물이 허물어지고 부숴 지는 동안에도, 미술관 직원들은 900일 동안 미술관에서 생활하며 문화재를 지켰다. 직원들은 수시로 부서진 창문과 벽을 보수하고 잿더미와 유리 조각을 청소했다. 배고픔으로 액자를 붙이는 풀인 아마인유를 끓여 젤리를 만들어 먹으면서도 그들은 미술관을 떠나지 않았다. 그래서 2,000여 직원 중 40여 명이 이곳에서 굶어죽었다고 한다.
전쟁을 겪어본 적도 없고, 러시아를 방문한 적도 없고, 러시아인은 더더구나 아닌 데브라 딘이 이 소설을 쓰게 된 데는 1995년 미국 공영방송(PBS)의 다큐멘터리가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지금은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이름이 바뀐 레닌그라드의 에르미타주 미술관을 다룬 다큐멘터리에서 당시 직원 한 명은 “텅 빈 에르미타주 미술관을 방문한 관람객들을 데리고 우리는 미술관 관람투어를 했다. 우리는 마치 그들이 눈앞에서 그림들을 볼 수 있는 것처럼 묘사를 했다.”고 말했다.
이 이미지에 매혹된 작가는 안내원들이 너무 잘 묘사해서 관람객들이 그 그림을 거의 눈앞에 떠올릴 수 있었을 거라고 추측했고, 예술이 부여하는 놀라운 힘에 대한 감동적인 소설을 쓸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러시아에 대한 배경 지식이 전무했던 작가는 러시아와 에르미타주 미술관에 대한 철저한 리서치에 들어갔고, 그 결과 마치 한 편의 시 같기도 한, 아름답고 감동적인 소설 한편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각 장마다 소개하고 있는 작품들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원서에는 없는 화보를 삽입하였으며, 좀더 정보가 필요하다면, 에르미타주 홈페이지www.hermitagemuseum.org를 방문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