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1년 12월 0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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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160쪽 | 210g | 122*188*20mm |
ISBN13 | 9791197563829 |
ISBN10 | 1197563822 |
발행일 | 2021년 12월 0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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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160쪽 | 210g | 122*188*20mm |
ISBN13 | 9791197563829 |
ISBN10 | 1197563822 |
서론: 자본주의 그 자체만큼이나 오래된 싸움 1장 노동중독 사회에서 살아가기 2장 테크놀로지가 해결해주지 못하는 것 3장 여성의 시간은 더 빠르게 흘러간다 4장 환경을 위한 시간 5장 주당 노동시간 단축 투쟁 주 |
대한민국 노동자의 노동시간이 드디어 2천 시간 이하로 줄긴 했지만 여전히 다른 OECD 국가에 비해 많다. 기업 친화적인 미국보다도 많다! 1일 노동 시간에서 차이도 있겠지만, 연차 소진에서 대한민국 노동자는 압도적으로 불쌍하다. 개 불 쌍 하 다. 아파서 쉰 날도 압도적으로 적다. 대한민국 사람들이 더 건강해서? 아니다. 아파도 쉬지 않고 출근해야 하는 분위기니까. 그 결과는? 중대재해 발생율이 훨씬 높다. 당연하지. 중대재해로 대개 판명되지 않을 우울증, 번아웃도 많으리라 본다.
어떻게 해야 몸과 마음이 건강한 노동 환경을 만들 수 있을까? 여러 해법이 있겠지만, 『오버타임』에서 중점적으로 이야기하는 주4일제 도입에 관해 검토해볼 수 있겠다. 이 책은 영국 저자가 쓴 영국 노동에 관한 연구서인데, 영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서도 주4일제 논의가 서서히 활발해지고 있다. 대한민국도 그러하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공략으로 나왔고, 최근 대선에서는 심상정 후보가 밀고 있다.
이 책이 주4일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크게 네 가지다. 첫째, 일단 노동자 개인을 위해서다. 우리는 여전히 너무 많이 일하고 있다. 1일 권장 평균 8시간을 일한다고 해도, 평일에 자신을 위해 쓸 수 있는 시간이 몇 시간이나 있을까. 출퇴근 시간에, 일하고 완전히 소진되어 집에 오면 대부분은 그저 자기에 바쁠 테다. 기껏 할 수 있는 건 홀로 맥주를 홀짝이거나, 유튜브 보겠지. 그리고 다음 날 출근. 둘째, 양성 평등을 위해서다. 여전히 가사 노동은 여성이 더 많이 담당하고 있다. 이는 여러 가지를 함의하는데, 여성에 육아와 가사 노동 부담이 더 짊어진다는 뜻이고. 이러한 압력 때문에 여성이 선택할 수 있는 일자리가 제한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허한 여성을 고용하는 업무는 대개 소득이나 고용 안정성면이 낮다. 이는 젠더 소득 불평등으로 이어진다. 고용시간 단축은 남자나 여성 모두에 부불 노동을 할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하기에, 저출산에 대한 대책이 될 수도 있겠다. 그리고 세 번째 이유는 환경 측면이다. 덜 일하는 건 생산이나 소비 측면에서 탄소 발자국을 줄인다. 넷째, 노동 시간 단축으로 일자리를 더 만들어낼 수 있다. 노동시간 단축은 실업에 대한 해결책일 수 있다.
대충 이런 내용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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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공들의 사례는 역사상 노동시간을 둘러싼 다른 숱한 투쟁들과 함께 우리에게 적어도 두 가지 교훈을 준다. 첫째, 고된 노동으로부터의 자유는 그냥 주어지기 힘들다는 것. 요구하고 싸워서 쟁취해야 한다는 것. 둘째, 노동시간 단축이 어떤 자본주의 시대에서든, 어떤 고용형태에서든 일하는 사람들의 열망이라는 것. 당시 석공들에게는 긴장을 풀고, 사랑하는 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자신이 선택한 활동을 하고, 상사로부터의 자유를 확보하는 것이 인간으로서 본질적인 부분에 해당하는 것이 분명했다(지금 우리에게 분명한 만큼이나 말이다). 시간이 쌓이면 결국 인생이 되는 법이다. (9쪽)
지금의 주당 노동시간 단축 캠페인은 노동시장의 질적 저하라는 맥락에서 새로운 동력을 얻었다. 직장에서의 '고된 일'이 전에는 노동자의 상황을 확실하게 개선시켜주었는지 몰라도 이제는 장담할 수가 없다. 지난 수십 년간 국민소득 가운데 임금 비중은 낮아진 반면 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커졌다. 이는 주식이나 주택 같은 자산을 소유하기만 해도 경제적 성공을 이루기 더 쉽다는 뜻이다. 생활비를 '일해서 번다'는 표현은 시대에 뒤떨어진 말이다. (12쪽)
주당 노동시간 단축은 단지 노동에 대한 개입이 아니다. 지불노동과 부불노동, 주로 여성화된 가정 내 노동 분배를 평등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페미니즘 사안이며, 친환경 정책이기도 하다. 적게 일함으로써 우리 경제의 급격한 탈탄소화를 위한 기둥 하나를 마련할 수 있고, 이는 다른 숱한 영역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19쪽)
여기서 우리는 상충하는 두 가지 요구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하나는 일에서 벗어나 더 많은 자유 시간을 누리고자 하는 노동자의 요구이며, 다른 하나는 노동자로부터 더 많은 노동을 쥐어짜기 위해 노동시간을 늘리고자 하는 기업주의 압력이다. 시간을 둘러싼 이 투쟁은 산업혁명기 대규모 공장 및 창고들의 단순한 잔여물이 아니며, 고용 안에 태생적으로 내재하여 오늘날까지 다양한 형태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가 생존을 위해 노동하는 동안 이 투쟁은 매일 펼쳐진다. 점심시간을 단속하고, 모두가 목표량을 달성하고 있다는 것, '실적을 못 올리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직원들이 가볍게 수다를 떨거나 그들 각자의 속도로 일하는 모습을 노려보는 상사를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마찬가지로 업무 중에 소셜미디어를 들여다보거나, 점심시간을 5분 더 쓰거나, 아침에만 네 번째 차를 타러 자리를 비워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이런 흔해빠진 경험들은 분명 악마나 비도덕적인 개인 - '나쁜 상사' 대 '게으름뱅이' - 의 실증이 아니다. 한쪽은 시간을 통제하려는 구조적 압력이 표현된 것이며, 한쪽은 이윤에 따라 움직이는 시스템의 압력에 통제당하지 않으려는 정반대의 욕망이 표현된 것일 뿐이다. (30~31쪽)
마르크스는 종종 대단히 아이러니한 의미를 담아 '자유로운 노동자'를 언급했다. 노동자가 된다는 것의 이중적 특징을 포착하기 위해서였다. 당신은 원하는 고용자에게 스스로를 판매하여 일하겠다는 '선택'을 할 수 있는 한 '자유'롭다. 그리고 노동할 수 있는 능력 이외에는 아무것도(또는 거의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는 한 물질로부터 '자유'롭다. 서글프게도 마르크스가 서술한 프롤레타리아트의 상황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적절해 보인다. 영국인 네 명 중 한 명은 은행잔고가 한 푼도 없어 날품팔이로 하루하루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35~36쪽)
노동시간은 19세기에 그러했듯이 오늘날 자본주의에서 삶의 핵심부를 관통한다. 시간은 돈이지만, 자유를 얻기 위한 귀중한 자원이기도 하다. 우리 자신을 위한 시간과 고용자를 위한 시간 사이의 줄다리기는 한 번도 종적을 감춘 적이 없다. (41쪽)
우리는 노동 중심 사회에서 노동이 공동체적 즐거움과, 육체적 에너지의 자유로운 소모와, 이제껏 알려지지 않았던 인간 역량에 대한 탐구와 경쟁하는 사회로 우선순위를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59쪽)
2018년 노동조합의회가 영국 노동자 수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응답자 4분의 3이상이 주4일 노동 또는 그 이하로 일하기를 원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코로나 19가 대대적으로 퍼진 상황에서도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희망은 변함이 없어서, 2020년 여름 영국인의 63%가 지지를 표했고 반대는 12%에 그쳤다. 바야흐로 노동시간을 단축할 때가 다가온 것으로 보인다. (67쪽)
따라서 여성이 주로 종사하는 일자리들은 스트레스, 번아웃, 소진에 취약할 뿐만 아니라 그것이 가하는 압력은 여성들이 계속 짊어지고 있는 부불 가사노동에 대한 끈질긴 기대에 의해 더욱 가중된다. (81쪽)
이러한 불평등을 해소하려면 전 사회적으로 우리가 노동하는 방식을 재정립하고 노동시간을 바꿔야 한다. 이는 노동시간 바깥에 놓여 있다고 여겼던 노동을 고려하기 위해 전일제 고용으로 정의된 시간의 양을 줄이는 것을 의미한다. 모두의 직장 근무시간을 단축하면 남성과 여성이 가사노동을 더 공정하게 배분할 수 있는 공간이 열린다. (87쪽)
결과는 어땠을까? "노동시간이 긴 가정은 탄소 발자국이 상당히 더 크다." 점점 지속불가능해지는 소비 패턴과 높은 노동 부하 간에 걱정스러운 상관관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연구는 새벽같이 출근하고 늦은 밤에야 퇴근해서 요리를 하기에는 너무 피곤한 나머지 배달 음식이나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리기만 하면 되는 간편식, 혹은 비닐에 겹겹이 싸인 포장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일상적인 경험과 맞아떨어진다. (97~9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