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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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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1월 19일
쪽수, 무게, 크기 320쪽 | 358g | 127*195*19mm
ISBN13 9791191193275
ISBN10 1191193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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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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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과 별 사이를 본다. 텅 빈 공간이다. 사실은 비어 있지 않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로 가득하다는 것 정도는 안다. 하지만 빛의 일부밖에 보지 못하는 불완전한 광 수용체가 만들어 주는 어둡고 황홀한 공허를 어떻게 무시할 수 있을까. 눈부시게 빛나는 우주를 바라봐야만 하는, 전구 속에 갇힌 신세가 되지 않아서 다행이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 내가 있다. 그러기에 내가 있을 수 있다. 다른 게 있다면 내가 여기에 있어 봐야 뭐 하겠는가.
--- p.11

“그게 제 일이니까요. 하드필드를 완벽히 스캔해서 나중에 현장이 흐트러져도 조사가 가능하도록 하는 게.” 간호사는 잠시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대단한 깨달음이라도 얻은 것마냥 고개를 끄덕였다. “아하, 하드필드. 물리적 현장이라는 거군요. 그래서 경물 조사관이라는 거고. 그럼 경찰들은 스캔한 걸 가져가서 굳이 현장에 나오지 않고도 안경만 있으면 확장 현실로 언제든지 조사를 할 수 있겠네요. 아니, 거기선 소프트필드라고 부르나요?”
--- p.18

사서가 고개를 돌려 목 뒤에 붙어 있는 명함 크기의 연분홍색 스티커를 보여줬다. “휴모로패드라는 거랍니다. 신경계에 직접 접속해서 뇌에 필요한 정보를 보내 줘요. 머리에 구멍을 내서 수술을 할 필요도 없어요. 고작 스티커 한 장으로 가능해요. 지금 저는 이곳 의 감시 카메라 영상을 통해 당신의 모습을 보고 있어요.”
--- p.41

“완전 인간형 로봇이 금지된 이유를 기억하나요? 인공 지능이 의식을 가질 수 없다는 게 증명되자마자 사람들은 인간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로봇들을 학대하기 시작했죠. 그런데 인간을 닮은 로봇을 향한 폭력은 다른 인간에게도 퍼져 나가기 쉬웠어요. 그렇다고 그들이 진짜 인간이나 동물이라도 되는 것처럼 완전 인간형 로봇 학대 금지법 따위를 만들 수는 없으니 그냥 생산을 금지해 버린 거죠.”
--- p.83

“내 예상대로라면 멀지 않은 시기에 지구 전체의 연결망을 하나의 뇌로 이용하는 상위 의식체가 발생할 거야. 그걸로 우리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변칙을 정확히 소모할 수 있고. 필연적인 발생인 거지.” “인간이 만들어 낸 물건엔 의식이 깃들 수 없다고 한 게 당신이었잖아.” “이건 내가 만드는 게 아니야. 번개를 유도하는 것과 번개를 만드는 게 전혀 다른 일인 것처럼. 난 그저 상위 의식체의 발생을 촉진하려는 것뿐이고.”
--- p.116

“베르티아가 착륙할 수 있는 후보지를 골라 둬. 중력이 약한 곳이라면 가능할지도 몰라. 가급적 가까운 곳으로. 생존자들이 초광속 비행을 견디기는 어려울 거야. 태양계 어딘가가 가장 좋아.”
--- p.166-167

“고성능 뉴런 250억 개와 무한에 가까운 시냅스로 구성된 뇌를 가진 우리의 핀은 동심 어린 시간을 보내다가 어느 순간 우울증에 빠졌고 걷잡을 수 없는 자살 충동에 빠져 결국 스스로를 파괴했다. 그게 만약 사실이라면…… 이 사태의 이유를 찾은 거 같군요.”
--- p.187-188

우리는 우주에 홀로 존재한다. 이것은 안도일까, 슬픔일까, 위기일까, 아니면 다른 무엇일까. 오랜 과거에 존재했던 가짜 신에게는 이것이 공포였고 그는 이 사실을 견디지 못했다. 가짜 신은 무책임한 자멸을 선택했고 우리는 땅속으로 도망쳤다. 모두가 알고 있는 이야기다.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 나는 의심했다. 어떻게 믿을 수 있단 말인가? 신에 대한 말이 아니다. 나는 신에게는 관심이 없다. 가짜 신은 나약했을 뿐 이다. 내가 믿지 못했던 건 우리가 우주에 홀로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우리 말고는 아무도 존재하지 않는다니.
--- p.225

그곳에 두 번째 베르티아에 대한 기록이 있었다. 두 번째 베르티아는 지상과 우주에서 거의 모든 핵심 장 치들이 완성되고 조립만 남은 단계였지만 정치적인 이유로 출발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인류세 최고의 기술이 집약된 만큼, 지상에서 부분적으로 조립되어 세계 곳곳에서 거대한 연구 시설로 활용되었다. 나는 떠오를 기회조차 잡지 못하고 처참하게 분해된 이 우주선을 되살리기로 했다. 지금까지 베르티아는 나를 앞서 나간 존재였다. 하지만 이제 곧, 두 번째 베르티아를 다시 탄생시킨다면 우리는 같은 선상에 서게 될 거야. 그렇다면 두 번째 베르티아라는 이름부터 바꿔야겠지. 어떤 이름이 좋을까.
--- p.261

48억 년이 지났다. 빛의 속도로 다가오는 눈부신 소멸에 손을 뻗는다. 수소 원자의 전자마저 멈춰 버린 짧은 시간 속에서 소멸의 빛을 손끝으로 느끼며 나는 이 기록을 남긴다. 아무도 보지 못할 것이고 결코 존재하지 않을 기록을. 이 우주에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무의미한 정보를.
--- p.308-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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