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턱이 빠져라 입을 벌린 채, 마코토는 몸이 굳고 말았다. 아까부터 보였다 사라졌다 하던 커다란 하얀 물체가 흔들흔들 흔들리면서 다가오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다음 순간 그것은 큰 파도에 밀려 마코토의 발밑에 던져졌다.
“……쁜 놈……, 말도 안 돼. 이건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어째서 바다가, 바다인 주제에 앙갚음 같은 걸 하는 거냐고.”
엉덩방아를 찧고 울상을 지으며, 아이자와 마코토는 지금까지는 그저 리허설에 지나지 않았다는 듯이, 이번에야말로 진심으로 온몸과 온 마음을 다해 나쁜 놈아, 하고 부르짖었다.
마코토의 눈앞에 밀려온 것은 틀림없는 사람의 시체였다.
--- p.15
“인생에는 큰 파도가 계속해서 밀려오는 때도 있어. 거기에 제때 올라타지 못하고 떠밀려 물에 빠졌다고 자신을 비하할 건 없지. 파도가 밀려올 것을 미리 알고 기다리는 사람은 거의 없으니까. 내가 경외하는 하드보일드 작가, 쓰노다 고다이 선생님 책의 한 구절입니다.”
“네?”
마코토는 조금 놀라 마스터를 바라봤다. 그가 계속했다.
“하지만 파도가 오는 걸 알면서도 올라탈 노력을 하지 않는 건 바보다. 썩 편하지는 않더라도 어쨌든 노력을 해야 한다. 이렇게 문장이 계속되지요.”
“네.”
“생각건대 진달래 고서점은 아가씨가 올라타볼 만한 파도가 아닐까요?”
--- p.80
“이것 봐. 헨리 제임스의 친필 편지야.”
“헨리 제임스라뇨, 그 『나사의 회전』을 쓴?”
“그래. 『나사의 회전』은 최상급의 로맨스소설이야.”
“그……랬었나요.”
베니코는 혼자 싱글거리며 마코토에게 말했다.
“내가 무얼 가지고 로맨스소설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는 얼굴이군.”
“네.”
“우선, 남자와 여자의 애증을 그려야 한다, 라는 조건은 있지만 말이야. 기본은 지극히 단순해. 내가 로맨스라고 정한 것이 로맨스야.”
“……역시, 정말 단순하군요.”
“다만 뭐, 남자와 남자, 여자와 여자 사이에도 로맨스는 존재하니까. 오스카 와일드의 삶 같은 경우는, 정말로 이렇게, 깊은 맛이 있다고 생각지 않나? 옛날에 런던에 갔을 때, 난 와일드가 남색을 했다는 죄로 체포된 캐도건 호텔을 찾아서 첼시를 온통 다 뒤졌지.”
--- p.116~117
“정말, 믿을 수 없어.”
아이자와 마코토는 이마에 거대한 반창고를 붙여주는 지아키와 후쿠후쿠의 주인 고이케 이사무를 번갈아 노려봤다.
“아니라고 하는 말이 안 들렸어요? 느닷없이 그런 쇠냄비로 때리다니. 그러다 죽으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요?”
“정말 죄송합니다. 그, 그렇긴 해도, 참 그 소리만큼은 좋았는데. 안 그래요?”
“그게 참, 정말 그래요. 하자키 최고의 명찰 다이로쿠산 삼동사에서 치는 제야의 종소리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
“상해죄로 고소당하고 싶어요?”
마코토의 섬뜩한 시선에 부딪친 지아키와 고이케는 고개를 숙였다. 마사루가 구급상자를 닫고 뜨거운 김이 오르는 우유를 날라 왔다.
“혹시 모르니까 내일 뇌파를 찍어보세요. 있는 힘껏 때린 게 아니라서 괜찮을 것 같지만요. 물론 비용은 내가 부담하지요.”
--- p.190
하지만 어젯밤에 든 도둑이 브라질에 있던 손님이라면 아이자와 마코토가 가게를 보게 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거 아냐.
하지만 도둑은 그런 사실을 몰랐으니 딴 놈이야.”
“아니, 제 말은 그런 뜻이 아니에요.”
이쓰키하라가 목소리를 낮췄다. 마에다 히데하루의 수사는 겉으로는 끝난 것으로 되어 있다.
“히데하루의 사체를 발견한 여자가 이번에는 그 고모할머니의 가게를 맡게 된 것이 우연이냐 아니냐 하는 겁니다. 아이자와 마코토, 도대체 정체가 뭘까요?”
“그건 자네가 가장 잘 알잖아. 어쨌든 자네의 애인이니까.”
“그만 하세요, 그런 농담.”
--- p.201
“과연 지아키야. 도저히 무면허라고는 생각 못 하겠어.”
“간다. 내가 사체를 관에서 꺼낼 거야. 유키야 넌 바로 자료실로 날라.”
“난?”
마코토가 물었다. 기노우치 미쓰히코가 빙긋이 웃었다.
“당신이 가장 중요한 역할이야. 자, 간다.”
셋은 살그머니 관으로 다가갔다. 의사는 멍청히 입을 벌린 채 등을 보이고 서 있었다. 미쓰히코가 관 뚜껑을 열고는 순식간에 사체를 꺼내 바로 유키야의 등에 업혔다. 유키야는 사체를 등에 업고 힘껏 달려 자료실로 사라졌다. 미쓰히코가 마코토를 꽉 잡아당겨서는 귀에 대고 속삭였다.
“관이 비면 가벼워서 금방 들키거든. 잠시만 참아.”
“헉?”
미쓰히코는 마코토를 관으로 밀어 넣고 뚜껑을 닫았다.
간발의 차로 의사가 돌아봤다. 미쓰히코는 방금 온 것처럼 하고 물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저 차.”
--- p.227~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