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의료는 어디까지 발전할 것인가? 지금으로서는 거의 예측할 수 없다. 20세기 초 의학의 최첨단은 감염증을 일으키는 병원체에 대한 탐구였다. 1900년 영국의 캐롤은 황열병 환자를 쏜 모기에 자신도 쏘여서 일부러 황열병에 걸렸다. 이것은 황열병이 모기에 의해 감염된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실시한 끔찍한 실험이었다. 항생 물질을 이용하여 감염증을 극복하기까지 감염증은 병의 주역이었다.
20세기 초에는 X선이 발견되었지만 의료에 응용되기까지는 아직 요원한 상태였고 혈압계가 없으면 수혈도 할 수 없었다(이것이 가능해진 것은 1905년부터 였다). 심장 수술도 인공 심폐 장치가 없었기 때문에 불가능했다.
이 시기에 살던 사람들은 20세기 후반의 의학이 어느 정도까지 발전할 것인지에 대해 감히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지금의 우리들도 21세기 후반의 의학이 어디까자 나아갈 것인지를 짐작하지 못한다. 다만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그때에도 유전자 연구를 통해 생명의 비밀을 풀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으리라는 것, 그리고 그와 함께 우리들의 자연관과 생명관도 변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것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는가에 따라 지금부터 새로운 의료 기술을 수용하는 방식도 변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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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가치관 속 가장 깊은 곳에는 ‘엔트로피 감소야말로 가치의 근원’이라는 인식 원리가 깊이 잠재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행동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도 결국은 이 가치관, 엔트로피를 감소시키는 방향이야말로 가치를 증대시키는 것이라는 가치관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바이오테크놀러지의 문제를 생각할 때도 이러한 관점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개인에게 좋은 것인가, 개인이 속하는 사회에 좋은 것인가, 지구 사회에 좋은 것인가, 인간이라는 종(種)에게 좋은 것인가, 생명 세계 전체에 좋은 것인가, 자연계 전체에 좋은 것인가 하는 문제들을 생각하지 않으면 올바른 해답은 나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놓여진 입장에 따라 올바른 해답이 다른 경우에는 그 해답이 틀린 것일 수도 있습니다. 다시 말해 이런 문제들 중에는 간단하게 해답이 나오지 않는 것도 있다는 뜻입니다. 어떠한 문제에 대해서도 진지한 논의를 계속 쌓아 나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것도 인간의 가치관 속 가장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는 근본적인 원리까지 내려가는 논쟁적인 논의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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