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우리나라는 88 서울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와 국가 경제의 도약의 한가운데서 ‘세계화’ 라는 기치에 더욱 감성적으로 열광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 한국미술의 해외진출과 세계화’ 는 일종의 표어에 가까운 것이었다. 지역과 국가의 경계를 넘어 다원주의, 문화적 유목주의 등 동시대 현대미술의 이념과 철학을 본격적으로 수용하기 시작한 것을 2000 년 이후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 이 전시는 한국현대미술의 본격적인 세계화, 글로벌리즘의 지형도가 안착되기 이전에 국립현대미술관은 어떤 계기와 경로로 국제미술 소장품을 선정하고 수집해 왔을지 그 배경을 살펴보기 위해 기획되었다.
--- p.17, 「미술로, 세계로: 국립현대미술관 국제미술 소장품 수집의 첫걸음_이효진(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중에서
해방 후 80 년대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가 질곡의 시대인 만큼 우리 미술계도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긴 터널의 시대였다. 세대간의 갈등, 조형이념의 대립, 아카데미즘과 반 아카데미즘의 반목이 순수한 정신의 발효로서 예술의 성숙을 부단히 저해한 요인이었다. 그것이 70 년대에 들어오면서 서서히 극복의 단계를 맞이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사회, 경제적인 활성화와 민주화의 의식이 국가적 위상을 고양한 데 기인한 것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개발도상국에서 중진국으로 숨가쁘게 끌어올린 국력이 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열기를 더해준 것이다. 열린 국제사회로 진입해간 국가적 위상이 미술의 국제사회 진입의 배경이 되었다는 점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 p.19, 「1980, 90 년대를 통한 한국현대미술의 국제화 양상_오광수(미술평론가, 국립현대미술관 전(前) 관장)」 중에서
1970 년대 주로 국립현대미술관을 중심으로 피카소, 밀레 등 전통적인 서양의 유명작가의 전시가 기획되던 것과 달리, 1980 년대는 늘어난 미술 인구와 미술애호가를 토대로 외국 미술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는데 그동안 프랑스, 미국 등 해외 미술 동향에 민감하게 반응했던 국내 미술계의 특성상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특히 전시장을 설립한 주체의 관심에 따라 다양한 외국 미술이 수입되곤 했다.
--- p.31, 「세계현대미술제(1988) 전후의 외국 작가 전시와 국내 미술계의 변화_양은희(스페이스 D 디렉터), 31쪽
《미술로, 세계로》에 전시된 〈레디메이드 부메랑〉(1990) 판화 포트폴리오는 뒤샹의 레디메이드에 기반을 둔 케이지의 일상의 미학이 이후 오랫동안 많은 예술가들의 창작과 실험에 지속되었음을 보여준다. 1990 년 제 8 회 시드니비엔날레의 연계 전시와 퍼포먼스 프로그램을 후원하기 위해 베를린 기반 큐레이터이자 아트 딜러인 르네 블록(Rene Block)이 주도하여 제작 판매한 이 포트폴리오는 총 21인의 네오다다, 플럭서스, 팝아트, 개념미술 작가 및 당시의 신진 예술가들의 판화를 포함하고 있다. 텍스트와 인쇄물, 평범한 물건과 사진 등을 차용하여 아이러니와 위트가 넘치는 내용으로 구성한 포트폴리오 중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칼리그람 형식을 차용한 케이지의 시 〈메소스틱( Methostic )〉이다.
--- p.233, 「일상의 힘, 미술이 되다: 전위적 실험에서 모든 이의 예술로_정은영(미술사학 박사, 한국교원대학교」 중에서
1960 년대 이후의 서구 미술가들은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다양한 경계와 위계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회화와 조각으로 구분되어왔던 장르 간의 경계나 소위 말하는 고급미술과 저급미술 사이의 위계, 천재 예술가가 지녀왔던 절대적 권위 등에 도전해왔다. 앞서 살펴보았던 프랑스 현대미술 속에서도 우리는 그러한 면면들을 발견할 수 있다. 자질구레한 물건들이나 해진 포스터, 낡은 고철 등을 이용한 누보 레알리즘의 작품들과 대량 복제된 이미지들을 직간접적으로 도입했던 구상 작가들의 작업은 전통적인 장르뿐 아니라, 순수미술과 대중문화 간의 벽을 허무는데 일조하였다. 또, 평범한 이들의 삶 속에 들어가 작품을 전시했던 쉬포르 쉬르파스 작가들은 예술과 삶의 거리를 좁히고, 예술가와 관람자가 상호 간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는 수평적인 관계로 나아가도록 하였다. 이 글은 서양 현대미술의 흐름 속에서 프랑스 미술가들이 분투해온 노력과 흔적을 살펴보고자 하였다. 이번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 전시회인 《미술로, 세계로》 를 통해 앞서 살펴보았던 프랑스 현대미술의 작품들을 직접 보고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 p.257, 「1960?년대 이후의 프랑스 현대미술_한승혜 (이화여자대학교 미술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