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 홀린 광대』는 다만, 쉴새없이, 중얼거린다. (…) 이 중얼거림을 듣고 나면, 어느 한순간에 현존재들이 떠받드는 진리는 비본래적인 가치로 뒤바뀌고, 현존재들의 진리를 향한 실천은 소음과 소란으로 전도된다. 그리고 대신 ‘달에 홀린 광대’와 같은 현존재로부터 버려진 것들과 침묵을 강요당했던 것들이 찰나적으로 사유의 중심으로 떠오른다. 하지만 그 빛과 그 빛이 빚어내는 경이는 곧 사라지고 그 경이가 떠난 자리는 불안과 권태와 냉소가 채운다. 『달에 홀린 광대』는 이처럼 아무런 화학적 변화도 없이 빛이 어둠으로, 어둠이 빛으로 전화하는 마법으로 가득찬 소설이거니와, 이로써 우리는 진정한 의미의 해체 소설을 만나게 되었다.
- 류보선 (문학평론가, 군산대 국문과 교수)
정영문의 소설은 세상의 변화에 무감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글쓰기에 대한 반응의 변화조차 크게 의식하지 않는 글쓰기가 그려낼 수 있는 투명하고 일관된 궤적을 가지고 있다. 이런 경향의 이야기들은 대체로 주관적 의식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다소 고압적인 성향을 갖는 것이 일반적인데도, 정영문의 소설은 이례적으로 유머를 간직하고 있다. (…) 정영문이 베케트의 소설로부터 발전적으로 계승한 것은 자연주의에 갇히지 않는 서사의 가능성, 존재를 바라보는 관점, 극적 성격, 그리고 결정적으로는 바로 이 유머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정영문에게는 어떤 의미에서 문학 그 자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 손정수 (문학평론가, 계명대 문예창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