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심리를 알면 이상한 방향으로 그들을 자극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들의 비위를 맞추려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기분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때로는 ‘그래, 저렇게 생겨 먹은 거니 어쩔 수 없지 뭐.’라며 넓은 마음으로 봐줄 수도 있겠죠. 덕분에 성가시고 짜증스러운 마음 또한 가라앉힐 수 있습니다. 웃기면서도 슬픈 사실은, 당하는 사람은 질릴 대로 질린 상태인데 정작 본인은 본인이 얼마나 피곤한 사람인지 꿈에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기분이 상하고, 일이 꼬이고, 피해를 보는 것은 주변 사람들일 뿐입니다. 잘 생각해보면 이런 상황은 당황스럽고 혼란스러운 일이 아닌가요? 이 사실은 우리를 ‘흠칫’하게 합니다. ‘주변을 피곤하게 하는 사람은, 정작 자신이 그런 가해자인 줄 모른다.’라…? 어쩌면 우리 자신도 모르는 사이, 주변 사람에게 ‘엮이면 피곤해지는 사람’으로 분류되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 pp.11-12
“팀장님, 일단 제가 한 번 작성해봤습니다. 한번 봐주세요.”
“뭐? 그걸 혼자서 다 했다고?”
상사가 바쁠 때 혼자서 일을 빠릿하게 처리했으니,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왠지 칭찬받을 거라고 생각했던 기대는 혼자만의 착각이었습니다. 상사의 미간이 격정적으로 찌그러지는 걸 보면 알 수 있죠.
“흠…. 이제 뭐 다 알아서 하고, 내 도움이 필요 없었나 보지?”
아뿔사. 등에 식은땀이 흐릅니다.
“아니요. 그게 아니라요 팀장님. 오늘 여러 개 미팅으로 바쁘신 것 같아, 급한 건이니 일단 제가 먼저 작성하고 나서 검토를 받으려고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이렇게 내 딴에는 최선을 다하려고 했던 행동임을 어필 하려고 해도 이미 틀렸습니다.
“그래? 이젠 혼자 그런 결정도 다하고. 능력이 참 탁월하셔.”
상대방이 바빠 보여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일부러 배려 한 것인데, 오히려 일이 꼬였습니다.
--- p.29
이런 사람들은 막상 사귀어보면 성격이 나쁜 것도 아니고 악의가 있는 말을 하는 것도 아닙니다. 딱히 큰 피해를 주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같이 있으면 견디기 힘들고, 신경이 거슬리고, 피곤해집니다. 맞습니다. 되려 악의가 없고 눈치가 없기 때문에 우리가 더 피곤해지는 것입니다. 차라리 대놓고 못 됐거나 ‘싸가지가 없기’라도 하면 미워하든 연을 끊든 할텐데 그게 참 애매한 겁니다.
이런 사람을 상대하려면 매우 골치가 아프죠. 성가시고 피곤한 타입이라서 어쩔 수 없이 거리를 둘 수밖에 없습니다. 일상생활 속에서 엮일 수밖에 없다면 최소한의 관계만 유지하게 됩니다. 여기서 잠깐, 혹시 이 글을 읽고 갑자기 불안해지시나요? “아니? 난 전혀 그럴 리가 없어!”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사람보다는 가능성이 적지만, 그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습니다. (오히려 자신있게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야말로 본인만 자각 못하는 ‘엮이면 피곤해지는 그 사람’일 수도.) 어쩌면 당신도 주변 사람들에게 엮이면 피곤해지는 사람일 수 있습니다.
--- pp.46-47
상사의 마음속에는 본인이 부하직원에게 존경받는 사람인가, 부하직원이 따르고 싶은 상사인가, 부하직원이 본인을 얕보지는 않는가 등 온갖 걱정과 근심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부하직원이 도움을 요청하면 본인을 필요로 한다는 생각에 안도하죠. 이런 의미에서 상사에게 빠짐없이 보고, 도움 요청, 연락을 하면 상사의 마음을 녹일 수 있습니다.
특히, 자신을 치켜세워주길 바라는 타입은 자신감이 부족하고 항상 마음속에 불안을 품고 살기 때문에 누군가가 본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아주 큰 심리적 보상이 됩니다. 그래서 이런 타입을 대하는 포인트만 잘 알고 있으면 다루기 쉬운 면도 있죠. 물론,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더 많은 배려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여전히 엮이면 피곤하긴 하지만요.
--- p.100
자신의 어리광이 본인의 생각처럼 상대방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때 이들이 느끼는 다양한 감정 중에는 ‘피해 의식’이 크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줄 거야.’, ‘나를 신경 써줄 거야.’라고 잔뜩 기대하고 있었는데 상대방이 그런 어리광을 받아주지 않으면 욕구 불만으로 이어져 공격성을 드러내는 것이죠.
“왜 헤아려 주지 않는 거지?”, “좀 알아주면 안 돼?”, “말로 해야 알다니 너무하잖아!” 아주 공격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실제 내용은 어리광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처럼 얼핏 보면 공격적인 태도가 어리광과는 정반대의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사실 같은 원인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p.129
사실 이렇게 남을 피곤하게 하는 성격이 자신에게는 편한 지점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기 자랑만 늘어놓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게 쪼잔한 사람으로 비칠 순 있지만, 본인만큼은 자랑을 늘어놓으면서 자신의 콤플렉스를 덮고 자존감을 높입니다. 본인의 열등감을 의식하는 것만큼 불안한 일은 없기 때문에, 최대한 이를 의식하지 않고 자랑질을 하면서 그 열등감의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것입니다.
그때그때의 상황에 따라 스스로 적확하게 판단할 자신이 없어 규칙이나 순서에 집착하는 사람 역시, 지적을 받게 되면 ‘그래 맞아.’ 하는 생각이 들지만 본인 스스로에게는 나름대로 메리트가 있기 때문에 쉽사리 기존의 방식을 버릴 수 없습니다.
--- p.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