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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중고상점 (눈꽃 에디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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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4월 12일
쪽수, 무게, 크기 324쪽 | 448g | 137*197*19mm
ISBN13 9791130689241
ISBN10 1130689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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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의 무생물 이동의 법칙이라. ‘움직이지 않는 물건이라도 누군가에게 방해가 되는 곳까지는 이동할 수 있다……’ 과연.”
“또 그걸 읽는 거야?”
책에서 얼굴을 든 가사사기는 옅은 눈썹을 거듭 씰룩거리며 말했다.
“『머피의 법칙』은 몇 번을 읽어도 배워야 할 내용이 바닥나지 않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실패의 예, 그것들을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재주꾼들의 말로 완벽하게 망라해놓은 게 바로 이 책이야. 인생에서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는 일단 실패란 무엇인가를 샅샅이 알아두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히구라시.”
이 말은 벌써 몇 번이나 들었다. 가사사기가 말하고 있으면 나도 동시에 입을 움직이며 따라 할 수도 있다.
바깥에서 자동차 경적 소리가 짤막하게 들렸다. 나미가 창문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중년 남자가 도로에서 뭐라고 소리를 지르고 있는 듯하다.
“아, 죄송합니다. 바로 옮길게요. 저기, 택시 기사님이 화내고 있어. 히구라시 씨가 어중간한 곳에 놓아둔 장롱이 방해된다면서.”
“그것 봐!”
가사사기가 내 쪽을 보더니, 손에 든 『머피의 법칙』을 가리키며 스스로도 놀란 것처럼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딱 벌렸다.
--- p.13

“히구라시 씨, 그 얼굴은 혹시.”
“응……. 또 당했어.”
“‘저질렀다’겠지.”
나미가 그야말로 지당한 말로 정정했다.
“히구라시 씨, 진짜 장사 수완 없다. 이래서야 가게는 언제까지고 적자일 거야. 가사사기 씨가 불쌍해.”
“그 녀석이 잘못한 거야. 난 원래 장사에 소질 없다고 그랬는데 억지로 이 일을 하자고 꼬드겼으니까.” (75쪽)

“강은 이게 올바른 겁니다. 굽이굽이 휘어지며 흐르는 법이에요. 구부러져 있으니까 흐르는 겁니다. 누가 지도 위에 자를 대고 그은 선 위를 흐르라고 해도 강은 그렇게는 할 수 없습니다.”
사치코의 등을 보며 말을 걸면서도 내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잘 몰랐다. 몰랐지만 그 모르는 것을 어떻게든 사치코에게 전하고 싶었다.
“인간은 매일매일 여러 가지 일을 생각하고, 여러 가지를 동경하며 구부러지는 법입니다. 누구든지 그래요. 그렇게 흐르는 동안은 어디에 다다를지 모르죠. 제 생각에 구부러진다는 건 중요한 일이에요.”
--- p.143

아쉽다는 것은 분명 잊고 싶지 않다는 뜻이리라. 소중히 하겠다는 뜻이리라. 그리고 언젠가 추억에서 꺼내서 자신의 힘으로 삼기 위해, 마음속 어딘가에 간직해 두겠다는 뜻이리라.
--- p.145

그때 나미 앞에 우두커니 서 있던 내 가슴에 솟구쳐 올랐던 것은 공감도 동정도 아니었다. 아주 뜨거운 한 가지 소원이었다. 나는 두 번 다시 나미의 이런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았다. 지진이 일어났을 때 벽에서 시계가 떨어졌다고 엄마에게 거짓말을 한 나미. 스스로 구급차를 부른 그 기분. 냄새 나는 파스를 어깨에 붙인 그 기분. 빌딩 위에 혼자 서 있는데 발견됐다고 말한 그 기분. 나미는 분명 거짓말을 했다. 하지만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던 그 기분은 더할 나위 없이 진심이었을 것이다. 나미는 어째서 거짓말을 들켰을까. 나미가 거짓말을 할 줄 모르는 아이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목놓아 울고 있는 얼굴을 무표정이라는 거짓으로 덮어도 슬픔을 조금도 감출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 p.203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들이 최대한 많은 사람이 행복해지는 방향으로 흘러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p.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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