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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까치로 만든 다리
여름, 쓰르라미가 우는 강 가을, 남쪽 인연 겨울, 귤나무가 자라는 절 역자 후기 |
저미치오 슈스케
관심작가 알림신청Shukai Michio,みちお しゅうすけ,道尾 秀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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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김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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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의 무생물 이동의 법칙이라. ‘움직이지 않는 물건이라도 누군가에게 방해가 되는 곳까지는 이동할 수 있다……’ 과연.”
“또 그걸 읽는 거야?” 책에서 얼굴을 든 가사사기는 옅은 눈썹을 거듭 씰룩거리며 말했다. “『머피의 법칙』은 몇 번을 읽어도 배워야 할 내용이 바닥나지 않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실패의 예, 그것들을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재주꾼들의 말로 완벽하게 망라해놓은 게 바로 이 책이야. 인생에서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는 일단 실패란 무엇인가를 샅샅이 알아두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히구라시.” 이 말은 벌써 몇 번이나 들었다. 가사사기가 말하고 있으면 나도 동시에 입을 움직이며 따라 할 수도 있다. 바깥에서 자동차 경적 소리가 짤막하게 들렸다. 나미가 창문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중년 남자가 도로에서 뭐라고 소리를 지르고 있는 듯하다. “아, 죄송합니다. 바로 옮길게요. 저기, 택시 기사님이 화내고 있어. 히구라시 씨가 어중간한 곳에 놓아둔 장롱이 방해된다면서.” “그것 봐!” 가사사기가 내 쪽을 보더니, 손에 든 『머피의 법칙』을 가리키며 스스로도 놀란 것처럼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딱 벌렸다. --- p.13 “히구라시 씨, 그 얼굴은 혹시.” “응……. 또 당했어.” “‘저질렀다’겠지.” 나미가 그야말로 지당한 말로 정정했다. “히구라시 씨, 진짜 장사 수완 없다. 이래서야 가게는 언제까지고 적자일 거야. 가사사기 씨가 불쌍해.” “그 녀석이 잘못한 거야. 난 원래 장사에 소질 없다고 그랬는데 억지로 이 일을 하자고 꼬드겼으니까.” (75쪽) “강은 이게 올바른 겁니다. 굽이굽이 휘어지며 흐르는 법이에요. 구부러져 있으니까 흐르는 겁니다. 누가 지도 위에 자를 대고 그은 선 위를 흐르라고 해도 강은 그렇게는 할 수 없습니다.” 사치코의 등을 보며 말을 걸면서도 내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잘 몰랐다. 몰랐지만 그 모르는 것을 어떻게든 사치코에게 전하고 싶었다. “인간은 매일매일 여러 가지 일을 생각하고, 여러 가지를 동경하며 구부러지는 법입니다. 누구든지 그래요. 그렇게 흐르는 동안은 어디에 다다를지 모르죠. 제 생각에 구부러진다는 건 중요한 일이에요.” --- p.143 아쉽다는 것은 분명 잊고 싶지 않다는 뜻이리라. 소중히 하겠다는 뜻이리라. 그리고 언젠가 추억에서 꺼내서 자신의 힘으로 삼기 위해, 마음속 어딘가에 간직해 두겠다는 뜻이리라. --- p.145 그때 나미 앞에 우두커니 서 있던 내 가슴에 솟구쳐 올랐던 것은 공감도 동정도 아니었다. 아주 뜨거운 한 가지 소원이었다. 나는 두 번 다시 나미의 이런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았다. 지진이 일어났을 때 벽에서 시계가 떨어졌다고 엄마에게 거짓말을 한 나미. 스스로 구급차를 부른 그 기분. 냄새 나는 파스를 어깨에 붙인 그 기분. 빌딩 위에 혼자 서 있는데 발견됐다고 말한 그 기분. 나미는 분명 거짓말을 했다. 하지만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던 그 기분은 더할 나위 없이 진심이었을 것이다. 나미는 어째서 거짓말을 들켰을까. 나미가 거짓말을 할 줄 모르는 아이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목놓아 울고 있는 얼굴을 무표정이라는 거짓으로 덮어도 슬픔을 조금도 감출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 p.203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들이 최대한 많은 사람이 행복해지는 방향으로 흘러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p.271 |
손때 묻고 상처받은 물건도 반짝반짝 새것이 되는 곳
수상한 중고상점에서 벌어지는 기묘하고 따뜻한 이야기 2011년, 미치오 슈스케의 나오키상 수상 직후에 출간되어 이목이 집중되었던 『수상한 중고상점』이 11년 만에 국내 독자를 다시 찾아왔다. 미치오 슈스케는 일본에서는 데뷔 이래 문학상을 휩쓸며 문단의 주목을 받아온 작가로, 호러, 미스터리 등 장르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완성도 있는 작품을 발표해왔다. 『수상한 중고상점』은 진지한 기존 문체에서 벗어나 상처를 가진 평범한 인물들이 아픔을 극복하고 치유되어 가는 과정을 따뜻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이런 녀석들이 있다면 즐거울 것 같다”고 생각하며 작품을 써내려갔다는 작가는 갖가지 사연이 담긴 물건들이 진열되어 있는 중고상점을 배경으로 인간미 넘치고 정감 있는 세 주인공을 등장시키는 한편, 가벼운 반전으로 무장하여 밝은 힐링 드라마로 탄생시켰다. 이 책을 우리말로 옮긴 김은모 번역가는 이 책의 무대가 되는 가사사기 중고상점을 “행복하고 싶을 때 찾아온다면 다정한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물건에게도 기회가 있는데, 인생이라고 다를 게 있나요?” 미대 출신에 낡은 물건도 금세 수리하고 새것처럼 보이게 할 수 있다는 이유로 동업 제안을 받아 부점장으로 일하고 있지만, 장사 수완이 없어 매번 손님들에게 바가지를 쓰곤 하는 히구라시. 사실 가게 운영에는 별 관심이 없고 어떤 사건에 휘말리기를 기대하며 엉뚱한 추리를 늘어놓기에 바쁜 점장 가사사기. 말 못 할 사정으로 중고상점을 드나들며 이들과 함께 오랜 시간을 보내는 가게의 어엿한 일원 중학생 미나미. 히구라시는 가사사기 옆에서 실수나 헛발질을 하나하나 짚어주기보다는 그의 추리가 진짜처럼 보이게 증거를 꾸미거나 아무도 모르게 사건의 진상을 풀어낸다.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람의 의도를 헤아리기도 하고, 일단 부탁받은 일이라면 손해를 보더라도 해내기도 한다. 어쩐지 어설프고 어수룩한 사람들이 경영하는 이곳에는 물건을 사고팔기 위해 각자의 고민과 사연을 품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엄마를 지키기 위해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던 소년, 자신이 쓸모와 능력치에 대해 고민이 많았지만 누구에게도 마음을 터놓을 수 없었던 신입 목수,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하게 된 여성…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모두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지만 저마다 상처를 간직하고 있다. 이들의 주변에는 한번 더 관심을 갖고 상처를 위로해줄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물건을 사고팔기 위해 가사사기 중고상점에 찾아와서는 어쩌다 미처 말하지 못했던 자신의 이야기를 터놓을 때, 물건에 얽힌 사건이나 수수께끼가 해결되는 것처럼 인물들의 인생에도 또 한 번의 기회가 주어지게 된다.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일은 곧 아픔을 털어내고 다시 희망을 바라보는 일이 되며, 이는 적자가 계속되더라도 중고상점을 경영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수수께끼와 인간관계, 그리고 당신의 다친 마음까지 모두 수리해줍니다.” 소설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이전엔 어딘가에서 소중히 간직되었을 물건들이 다시 시장에 나오며 물건에 얽힌 사연들, 각자의 아픔을 가지고 있는 인물들이 치유되는 과정을 계절의 변화에 따라 그려내고 있다. 책 속 인물들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은 잊고 살았던 중요한 가치가 되살아나는 것을 느끼게 된다. 당연하기에 쉽게 잊은 관계의 소중함, 순간의 동경으로 시작했지만 어떻게든 계속해온 일에 대한 열정… 인물의 이야기가 독자들에게 삶을 긍정하고 다시 사랑할 수 있는 잔잔한 계기로 다가간다.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들이 최대한 많은 사람이 행복해지는 방향으로 흘러가면 좋겠다”는 히구라시의 바람처럼 소설은 독자에게 기분 좋은 선물이자 편안한 휴식 같은 책이 되어줄 것이다. 늘 적자에 허덕이지만 행복과 감동은 모자라지 않은 수상한 곳, 지금, 『수상한 중고상점』으로 당신을 초대한다. 독자 서평 - 유쾌한 주인장이 수수께끼와 인간관계, 당신의 다친 마음까지 수리해줍니다. - 가볍지만 진한 여운으로 남는 책. 미치오 슈스케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한 미스터리. - 거짓말도 다정하면 죄가 아니다. 이 책에는 다정한 거짓말이 많이 나와서 따뜻하고 포근했다. - 개성이 뚜렷하면서도 다정한 캐릭터들이 나와서 마음이 따뜻했다. - 잔혹한 묘사 대신 사람 사이의 잔잔한 정을 느낄 수 있는 기분 좋은 소설 -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잇는 따뜻한 감동을 받았다. - 탐정 가사사기의 추리는 완전히 빗나가지만, 캐릭터는 미워할 수 없어서 좋다. - 미워할 수 없는 점장과 부점장 콤비의 찬란한 중고상점 운영기 - 조마조마하다가 피식피식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소설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