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웃사람]은 말 그대로 영화다 보니 범죄자의 특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하지만 실제로 내가 만난 사람들은 결코 그렇지 않았다. 그들은 외형적으로 “내가 범죄자요” 할 만큼 특색은 없다. 그렇게 범죄자들은 우리 곁에서 이웃으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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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뽕뿐만이 아니다. 불면증 치료에 쓰이는 신경 안정제인 졸피뎀 또한 성범죄자들이 즐겨 쓰는 의약품이다. 졸피뎀을 넣은 술을 마시면 만취한 사람처럼 행동하게 되고, 결국 정신을 잃는다. 최음제도 사람을 혼미하게 만들고, 흥분시킨다. 모두 쉽게 구할 수 있어 성범죄자들이 많이 사용하는 약물이며, 당신을 의도치 않는 성폭력에 노출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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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사이에 사랑은 중요하다. 하지만 사랑을 확인한다는 명분으로 성관계 영상을 요구한다면 냉정하게 거절하라. 현재 사랑하는 감정이 끝까지 가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성관계 영상이 협박용이 되는 사례를 많이 보았다. 연인 사이에서도 도를 넘는 요구는 거부해야 한다. 더구나 사랑을 확인하는 방법이 성관계 영상 요구일 리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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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성범죄가 만연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성범죄 사실을 알면서도 입을 닫는 방관자들 때문이다. 동료의 피해 사실을 알고도 나와는 상관 없는 일이라고 여기며 무관심한 사람도 있고, 심지어 웃는 사람도 있다. 여전히 조직 내에서 가해자들이 안하무인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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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세 미만 아동의 경우, 장소별로는 주거지 46%, 노상 15.4%, 숙박·유흥업소 4.2%, 학교 3.5%가 발생했고, 관계별로는 타인에게 55.1%, 친족에게 17.6%, 이웃·지인에게 16.6%가 발생했다. 즉, 아동은 타인에게 노상에서 당하거나, 친족에게 주거지에서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과연 우리나라는 치안 안전국이 맞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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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우리는 겉모습으로 절대 그들을 알아볼 수 없다. 게다가 성범죄자라고 해서 모두 전자발찌를 부착하거나 신상정보가 고지되는 것도 아니다. 그저 평범한 옆집 사람, 상가 주인, 친절한 경비원 등의 모습으로 우리 주변에 살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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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들이 진짜로 위험한 이유는 무엇일까? 성범죄자 대부분은 여성이 많은 곳에서 활동하며 쉽게 여성을 만난다. 물론,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있지만, 간혹 진짜로 잘 만나보려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그 어떤 만남이든, 성적인 목적을 이루지 못하면 그들은 잔혹한 본색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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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또한 친절한 사람에게 약하다. 친절한 성범죄자는 천천히 아이들과 친분을 쌓고, 본인을 잘 따를 즈음 집으로 유인해 성폭행한다. 전형적인 ‘그루밍 성범죄’이다. 친절함은 좋지만 친절함 뒤에 숨은 목적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성범죄자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친절함을 무기로 당신에게, 그리고 당신의 아이에게 접근하고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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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성범죄자는 우발적 범행을 저지른다고 생각하지만 계획적인 범행이 많다. 예를 들어, 한 여성을 강간하기로 목적을 두었다면 그 여성이 주거지 귀가 여부를 확인한다. 그리고 혼자 사는지, 침입하기 용이한 진입로와 범행을 저지른 후 도망갈 수 있는 퇴로를 확인해 둔다. 또 준비된 위협용 흉기와 소리 방지용 테이프 등을 준비하며 바로 실행하지 않고 그
주위를 맴돌다가 안전한 기회가 되었을 때 범행을 착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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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절대 방심하지 말아야 할 곳은 ‘집 앞’이다. 쫓아와서 외진 곳으로 끌고 가 범행하는 사람도 있지만, 집 앞에서 기다렸다가 집 안으로 끌고 들어가 범행하는 사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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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누구를 사칭할까? 사칭 성범죄자를 만나본 결과, 이들은 대중이 신뢰하거나, 친숙하게 여기는 직업을 선택했다. 택배기사, 가스 검침원, 수리 기사, 사회 복지사 같이 집을 자주 방문하는 직업이나, 사복 경찰 같은 신뢰할 수 있는 직업 말이다. 특히, 사복 경찰은 ‘혹시 가족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하는 걱정에 쉽게 문을 열어주었다. 즉,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사람, 약속이 되어 있지 않은 사람, 공무원이라고 하는 사람은 모두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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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의 집으로 유인하는 성범죄자도 많다. 자택에서 범행하는 경우는 보통 면식범인데 파티를 하자고 초대해서 범죄를 저지른다. 친구, 지인, 직장 동료, 호감 있는 사이에서 범행이 일어난다. 처음에는 달콤한 말로 다가올지 모른다. 그러나 뜻대로 되지 않으면 돌변해 감금하거나 강압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다. 그리고 실제 범죄 현장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참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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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길, 조심해야 할 것이 하나 더 있다. 주차된 차량이다. 성범죄자들은 시동을 끈 차 안에 조용히 있다가, 적당한 상황이 되면 문을 열고 나와 여성을 납치한다. 주변에 사람이 없는데 주차된 차량이 즐비하다면 신속히 지나가라. 괜히 남의 차 안을 들여다보거나, 창문에 당신을 비춰보는 것도 금물이다. 범행 대상이 되기 좋은 행동이다. 당신의 앞에 갑자기 멈추어 서거나, 따라붙는 차량도 조심해야 한다.
--- p.152-153
하지만 게스트하우스를 찾는 사람 가운데 성범죄자가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너무 뻔하게 들리겠지만, 술을 권하는 사람을 조심하자. 특히, 지속해서 당신에게 술을 따라주고, 칭찬하는 사람을 조심하자. 여행지에서의 설렘과 당신을 기분 좋게 하는 말에 넘어가 과하게 술을 마셔 몸을 가누지 못하는 순간, 그들은 돌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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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자체가 불법이지만, 성범죄자들은 돈을 주고 성매매를 하지 않는다. 그들은 유흥업 종사자를 마음대로 취해도 되는 사람이라 생각해 너무도 쉽게 성범죄를 저지른다. 유흥업 종사자가 성폭력 당하는 것에 대해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하는 거 아니야? 유흥업을 선택했다는 건 자기 몸을 소중히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잖아. 무슨 상관이지”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내 생각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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