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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제5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

2022 제5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

한국과학문학상이동
리뷰 총점9.6 리뷰 19건 | 판매지수 1,986
베스트
소설/시/희곡 top100 5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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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5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400쪽 | 454g | 125*210*18mm
ISBN13 9791190090643
ISBN10 119009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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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MD 한마디

[여섯 개의 빛나는 우주로 초대합니다!] 김초엽, 천선란의 탄생을 알린 한국과학문학상이 또 한번의 시작을 전한다. 심사위원단부터 수상작품집의 디자인까지 새롭게 단장해 돌아온 것. 대상을 수상한 서윤빈의 「루나」를 비롯, 총 여섯 편의 이야기에 담긴 빛나는 세계를 통해 한국 SF의 미래를 한 발 앞서 만나보자 -소설 MD 박형욱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대상】 서윤빈, 「루나」 ·9
작가노트 ·53

【우수상】 김혜윤, 「블랙박스와의 인터뷰」 ·57
작가노트 ·111

【가작】 김쿠만, 「옛날 옛적 판교에서」 ·115
작가노트 ·181

【가작】 김필산, 「책이 된 남자」 ·163
작가노트 ·247

【가작】 성수나, 「신께서는 아이들」 ·251
작가노트 ·285

【가작】 이멍, 「후루룩 쩝접 맛있는」 ·289
작가노트 ·345


2022 제5회 한국과학문학상 심사평 ·349

저자 소개 (6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나아가는 것보다 중요한 건 돌아오는 것이다.”
--- 「서윤빈, 루나」 중에서

그때 위성이 녹색으로 반짝였다. 포스필라이트. 고개를 들어보니 이오가 향하는 방향에 활주로처럼 포스필라이트의 녹색 빛이 이어져 있는 게 보였다.
--- 「서윤빈, 루나」 중에서

불법 시술을 받았다는 걸 들키면 안 되기에 우리는 로티와 비슷한 사람들이 단속을 피해 모여 사는 골목으로 이사했다. 그 동네는 늘 숨죽인 듯 삭막하고 고요했다.
--- 「김혜윤, 블랙박스와의 인터뷰」 중에서

우리는 유령들이야. 엘리는 웃으며 말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낡아가지만 아무도 우릴 못 봐.
--- 「김혜윤, 블랙박스와의 인터뷰」 중에서

소닉이 담배를 물고 화장실에 들어왔어. 레드애플 담배였지. 독하기 그지없어서 어떤 병에 걸릴 수 있다는 건강 검진 결과를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마초들이나 태울 수 있는 그 담배 말이야.
--- 「김쿠만, 옛날 옛적 판교에서는」 중에서

연우 님은 대변기 앞에 지우 님을 놓아둔 채 혼자 나왔지. 기묘하게도, 연우 님이 문을 여니 바로 옆 칸으로 연우 님과 비슷한 옷을 입은 사람이 들어가더라고. 하필이면 그 칸 바로 앞에 거울이 비스듬히 있어서 연우님은 자신이 다시 화장실로 들어가는 것처럼 보였대.
--- 「김쿠만, 옛날 옛적 판교에서는」 중에서

독자여, 무엇이든 물어보라. 책이 대답할 것이니.
--- 「김필산, 책이 된 남자」 중에서

“경께서는 책이 될 것입니다.”
“책, 책이라고?”
“그렇습니다. 경께서 열정적으로 책을 수집하신다는 것을 소문을 들어 잘 알고 있었습니다. 콘스탄티노폴리스의 지성이라고 불리시더군요. 그렇다면 직접 책이 되어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요?”
--- 「김필산, 책이 된 남자」 중에서

다른 아이들도 자신의 목을 감싼 채 울고 있다. 나는 갈색 머리 여자아이 앞에 쪼그려 앉아 입술을 움직인다. 아이가 이해하기 쉽도록 천천히. 나도, 너도, 모두, 목소리, 없어. 괜찮아. 내 말에 아이가 개를 가리킨다. 개는 여전히 컹컹 짖으며 아이들 주변을 돌아다니고 있다.
--- 「성수나, 신께서는 아이들을」 중에서

나는 바다에 들어갈 수 없다. 신이 내게 바다를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식욕을 느끼는 건 나뿐이다.
--- 「성수나, 신께서는 아이들을」 중에서

어른 외계인들은 우아하게 긴 손가락을 포크 삼아 파스타를…, 아니 면발을…, 아니 지구인 혈관을… 돌돌 말아 호로록 빨아 넘겼다.
--- 「이멍, 후루룩 쩝쩝 맛있는」 중에서

지구인 혈관 볶음은 한때 랍-곶에서 제일 사랑받는 음식이었습니다. 혈관의 쫄깃한 식감과 톡 쏘는 양념이 한데 어우러진 지구인 혈관 볶음은 누구든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맛을 자랑했습니다. 금세기 최고의 히트작이었지요.
--- 「이멍, 후루룩 쩝쩝 맛있는」 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김초엽”, “천선란”의 탄생을 함께한 한국과학문학상 전격 리뉴얼!?
팬데믹으로 어두웠던 지난밤을 밝히는 신예 작가들의 빛나는 우주!?


세계관을 구축하는 이야기는 필연적으로 우주에 대한 질문 또는 대답으로 시작하기 마련이며, 이는 고대 신화나 현대 SF나 마찬가지다. 고대 중국의 세계관이 담긴 『천자문』이 “하늘은 검고 땅은 누르며, 우주는 넓고도 거칠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것처럼, SF도 푸른 하늘 너머에 있는 검고 광활한 우주에 질문을 던지며 시작한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우주엔 답이 없고, 그저 텅 빈 어둠만이 있을 뿐이다. 답을 구할 방법은 하나뿐이다. 우주의 빈 부분을 상상력으로 채워 자신만의 우주를 새롭게 만드는 것. 그리고 지금 여기, 빛나는 상상력으로 자신의 우주를 창조하려는 6명의 신예 작가가 있다. 바로 제5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부문 수상자인 “서윤빈”, “김혜윤”, “김쿠만”, “김필산”, “성수나”, “이멍”이다.

지난 2019년부터 오는 2022년까지, 우리의 지난밤은 팬데믹으로 인해 어둡고 암울했다. 그 여파로 한국과학문학상도 한 회를 쉬게 되었으나, 주최사 〈허블〉과 파트너사 〈스튜디오드래곤〉이 만나 다행히 2년 만에 재개하게 됐다. 문학상 공모 이후, SF 팬덤이 보여준 반응은 실로 놀라웠다. 감사하게도 그들은 한국과학문학상을 잊지 않았다는 것을 폭발적인 응모 편수를 통해 몸소 보여줬다. 예년 평균 250여 편이었던 응모 편수가 2배 이상 증가한 550여 편에 이른 것이다. 허블은 그 성원에 힘입어 한국과학문학상을 전격 리뉴얼했다. 문학의 최전선에서 활동 중인 “김보영”, “김성중”, “김희선” 소설가와 “강지희”, “인아영” 평론가와 함께 심사위원단을 새롭게 구성했으며, 그들과 함께 맞이한 신예 작가의 작품을 새로운 디자인과 특별 보급가로 준비했다. 이 모든 리뉴얼은 조금이라도 더 넓은 세상에서 작가의 탄생을 함께하기 위해 진행되었다.

앞서 김초엽(제2회 중·단편 대상)과 천선란(제4회 장편 대상) 등 21명의 신예 작가가 절망의 어둠 속에서 회복의 빛을 그러모아 연대의 우주를 빚어냈듯이, 제5회 중·단편 수상자들 또한 지금 우리가 가진 불안과 두려움을 가지고서 희망의 우주를 빚는다. 지금 우리의 불안이 팬데믹 등 미래적인 사건에서 비롯된 만큼, 그 불안을 희망으로 바꿀 상상력도 좀 더 미래적일 필요가 있다. 어두웠던 우리의 지난밤, 그 밤하늘을 밝혀줄 6개의 우주를 지금부터 소개한다.


★대상★ 서윤빈의 「루나」
우주에서 모계 사회를 이루며 해물 대신 광물을 캐는 제주 해녀들


“‘우주 유영’을 ‘해녀의 물질’에 비유한,
한국에서밖에 나올 수 없는 아름다움“_ 김보영(소설가)

대상 수상작 「루나」의 우주에선 제주 해녀들이 바다가 아닌 우주공간에서 ‘물질’을 한다. ‘삼무호’라는 우주기지를 거처 삼아 모계 공동체를 이루며, 위성 사이를 유영하면서 해물 대신 광물을 캐는 것이다. 김보영 심사위원이 “전에 본 적 없는 새로운 이야기”라고 감탄할 만큼 독창적인 이 SF의 주인공은 ‘루나’라는 이름의 해녀다. 할머니 해녀들 그리고 또래의 어린 해녀들과 함께 평화롭게 살아가던 루나는 자신이 구출한 우주 조난자 ‘켈빈’ 때문에 여태껏 느껴보지 못한 삶의 거대한 진동을 느낀다. 이전부터 자신이 누구이고 어디서 왔는지를 궁금해하던 루나와 그런 루나를 지구에 함께 가자고 부추기는 켈빈. 삼무호에 남고 싶으면서도 지구에 가보고 싶었던 루나는 차마 어느 쪽도 선택하지 못한다. 그러던 중 자신의 절친한 친구 ‘이오’와 함께 우주공간을 유영하다 환영을 보게 되는데, 의아하게도 그것은 갓난아기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오’는 그 환영에 홀려 실종된다.

“끝내 명쾌하게 설명되지 않는 얼룩”을 품고 있어 애정한다는 강지희 심사위원의 말대로, 「루나」는 설명이 누락된 부분 때문에 혼란스럽지만 동시에 그 누락된 부분이 정확히 인물의 욕망을 가리키고 있어 놀랍다. 혼란스러움과 놀라움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이 작품은, 마치 우주공간을 유영하는 아이의 모습처럼, 무척이나 환상적이고 아름답다.


★우수상★ 김혜윤의 「블랙박스와의 인터뷰」
신체를 잃고 구형 기계에 의식이 옮겨진 가족을 간병하는 청년들


“구형 기계 속으로 의식을 옮겨간 존재를 통해,
근 미래와 장애인 주제에 대해 던지는 동시대적 질문“_김성중(소설가)

우수상 수상작 「블랙박스와의 인터뷰」의 우주에선 사고로 신체를 잃게 될 경우 기계에 의식을 옮겨 연명할 수 있는데, 가난한 환자는 블랙박스나 라디오 등 구형 기계를 제2의 몸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 김성중 심사위원이 “(마인드 업로딩에까지) 계급이 작동한다는 점에서 사실성이 돋보인다”라고 말할 만큼 이 현실적인 SF의 주인공은 ‘라나’라는 이름의 가난한 청년이다. 그는 부양해야 하는 가족이 있는데, 그의 이름은 ‘로티’. 로티는 라나의 양육자로, 큰 사고를 당해 전신이 으깨지고 만다. 그런 로티가 연명할 방법이란 구형 기계에 의식을 옮기는 것뿐. 그렇게 블랙박스를 몸으로 한 사이보그가 된 로티는, 현격히 떨어진 공감 및 소통 능력으로 라나를 집요한 고통 속에 몰아넣는다. 이런 라나와 로티를 보면 자연스레 기약 없는 간병 노동에 내몰린 치매 환자 가족이 연상된다. 이 영원할 것 같은 고통의 굴레에서, 결국 라나는 도망친다. 새 삶을 살게 되었지만 늘 부채감을 안고 살았던 라나. 그는 자신이 배운 구술사 수업을 토대로 구형 기계 안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목소리를 모으기 시작한다.

“도덕적인 어조로 설득하지 않“고, ”스스로 규정지은 범주의 틀을 부수고 나왔을 때 비로소 열리게 될 새로운 관능적 세계에 대해 상상하게 했“다는 점에서 아름답다는 강지희 심사위원의 말대로, 「블랙박스와의 인터뷰」는 가슴 뜨거운 진술을 던지는 순간에도 객관적인 시선을 놓지 않는다. 그런 작가의 태도가 무척 믿음직스럽다.


★가작★ 김쿠만의 「옛날 옛적 판교에서는」
판교 게임 개발자들의 애환을 게임 속에서 회상하는 창작 AI


“현실감 넘치는 게임 개발 현장 묘사와
창작 AI에 대한 통찰이 발군인 소설“_ 김보영(소설가)

가작 「옛날 옛적 판교에서는」의 우주에선 창작 AI가 자신을 개발한 이들의 삶을 반추하면서 게임 스토리를 진행해 나가며, AI가 진행시키는 그 게임은, 김성중 심사위원의 표현을 빌리자면, “두 개의 양말 짝을 모아 뒤집어 하나의 양말 뭉치를 만들듯, 혹은 하나의 양말 뭉치를 풀어 두 짝의 양말로 만들듯, 안이 겉이 되고 겉이 안이 되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김보영 심사위원이 “게임 개발 현장 묘사도 발군, 창작 AI에 대한 통찰도 발군”라고 말할 만큼 현실 고증이 뛰어난 이 SF의 주인공은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라 해야 맞겠으나, 한 명을 굳이 꼽자면 판교의 게임 개발자인 ‘지우’다. 스토리텔링 인공지능도 개발하고 1,000억 원짜리 비디오 게임도 준비하다가 결국 무엇하나 제대로 완성시키지 못한 채 풍비박산 나버린 회사에 다니다 결국 헛고생만 한 젊은 청춘 지우. 이 작품은 그가 자신보다 조금 더 어리지만 훨씬 더 과감하게 회사를 때려치운 ‘연우’와 새파랗게 물들인 바텐더 ‘소닉’, 그리고 별다른 성과 없이 덜컥 1,000억짜리 대형 프로젝트를 맡게 된 고인물 꼰대 ‘팀장’과 얽히고설키는 이야기다. 매일매일 출근하며 게임을 개발하는 유쾌하면서도 또 씁쓸한, 이제는 머나먼 과거가 되어버린 이야기다.

“너무 재미있고 자연스럽게 술술 읽혀서 마치 작가가 앉은 자리에서 한 번에 쉽게 써 내려갔을 것만 같”았다는 인아영 심사위원의 말대로, 「옛날 옛적 판교에서는」은 튜브를 끼고 물에 둥둥 떠다니는 것처럼 이야기 자체가 가진 흐름과 에너지를 부담없이 즐길 수 있게 한다. 혀를 내두를 정도의 능숙능란함이다.


★가작★ 김필산의 「책이 된 남자」
뇌가 절편처럼 썰려 책 속에 간힌 남자와 그를 훔친 책 사냥꾼


“‘마인드 업로딩’과 ‘영생불사’라는 주제를
동로마 시대를 무대로 끝까지 밀어붙이는 하드 SF” _ 김희선(소설가)

가작 「책이 된 남자」의 우주는 동로마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데, 뇌를 얇디얇은 절편으로 썬 다음 전기를 흘려 그 전류를 측정하고 종이에 옮기면 의식이 종이에 옮겨지는 기술이 ‘알 라시르’라는 연금술사에 의해 발명된다. 김희선 심사위원이 “마인드 업로딩과 영생불사에 관한 현대 과학의 주제를, 과거를 배경으로 멋지게 풀 수작”이라고 극찬한 이 SF의 주인공은 ‘레오’라는 책 사냥꾼과 알 라시르에게 납치돼 강제로 책이 되어버린 동로마 전역에 이름을 떨쳤던 대부호이자 번역자인 ‘콤니모스‘다. 고서의 가치를 중요시 생각하는 레오는 훼손될 위험이 큰 책을 훔치거나 필사본을 만드는 일을 하는데, 프로 ’책 사냥꾼‘ 레오의 레이더에 걸린 책이 있었으니, 바로 알 라시르가 저술한 『죽음과 지혜의 책 I』이다. 내용의 99퍼센트가 무의미해 보이는 아라비아 숫자로 가득한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은 다음과 같다. ’무엇이든 물어보라. 책이 대답할 것이니.‘ 레오는 자신이 필사한 그 책을 오랜 기간 연구한 끝에, 숫자를 계산해 책에게 묻는다. ’너의 이름은 무엇인가?‘ 그리고 책은 답한다. ’나의 이름은 콤니모스다.‘ 이렇게 책 속에 갇힌 남자와 책 사냥꾼 사이의 숫자를 매개로 한 지난한 대화가 시작된다.

“최소한 현대 한국에서 보기 어려운 발상이며, SF 팬으로서 이 정도까지 나아간 작품을 발견하여 반가웠다”라는 김보영 심사위원의 말대로, 「책이 된 남자」는 언뜻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고대의 연금술과 현대의 마인드 업로딩을 참신하게 엮어낸 뒤, 인정사정없이 하드 SF로 밀어붙인다. 그것도 『천일야화』처럼 재밌게. 실로 압도적이다.


★가작★ 성수나의 「신께서는 아이들을」
동물만이 목소리를 갖는 사후세계에서 홀로 아이들을 돌보는 관리자


“아이들이 환생을 결정하는 사후세계에서
위로되지 않는 슬픔의 존재를 체험하는 황홀함”_ 강지희(평론가)

가작 「신께서는 아이들을」의 우주에선 죽은 아이들이 환생할지 사라질지 선택할 수 있는 사후세계 ‘피안’이라는 섬에 가고, 그 피안에는 한 마리의 동물과 한 명의 인간이 기다리고 있다. 피안은 동물만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침묵의 세계이며, 수많은 아이들이 지나쳐 가지만 결국 관리자만 홀로 남게 되는 고독의 세계다. 강지희 심사위원이 “이상한 행동을 반복하거나 기이한 행동으로 욕망에서 미끄러지는 인간은 우리를 동요시키며, (…) 그 무의미해 보이는 행동들 속에서 어느 순간 의지로 비약하거나 파열되는 것을 보여줄 때 좋은 서사가 되고, (…) 그런 점에서 가장 탁월하다”라고 말한 것처럼, 우리를 정서적으로 미치게 하는 이 SF의 주인공은 개와 함께 사는 피안의 관리자 ‘나’다. ‘나’의 처지란, 김성중 심사위원의 말을 빌리자면, “게임 NPC 같은 존재”다. 일종의 ‘게임 플레이어’라고 할 수 있는 아이들이 올 때마다 그들을 맞이하고 떠나보내야 하는 무한 루프에 갇힌 존재인 것이다. 게다가 아이들을 떠나 보낼 때마다 기억이 대부분 사라져, 자신의 존재와 기원에 대한 고민은 늘 실패한다. 이처럼 무력한 세계에서 ‘나’는 신의 섭리에 대해 생각한다. 신을 의심한다. 그리고 너무도 낯선 사랑을 마주한다.

“대화와 서술이 섞이는 자연스러운 흐름이 시적으로 읽힐 만큼 완성도를 갖춘 작품”이라는 인아영 심사위원의 말대로, 「신께서는 아이들은」은 특정 정서와 감각이 반영된 세계 질서를 마련한 후 그 세계를 리듬감 있는 문체로 노래하듯 서술한다는 점에서 굉장히 시적이며, 아름답다. 그것은 정말이지 위로가 되는 아름다움이다.


★가작★ 이멍의 「후루룩 쩝쩝 맛있는」
임상 중 외계인에 잡혀 식재료가 될 위기에 처한 썸 관계의 남녀


“말랑하고 귀여운 연애담에 외계인의 인간 도축을
연결하며 인류에게 던지는 날카로운 질문.” _ 인아영(평론가)

가작 「후루룩 쩝쩝 맛있는」의 우주에선 지구인의 혈관에 맛 들린 외계인 ‘랍-곶인’들이 존재하는데, 그들은 지구인을 잡아다 ‘아주 활발히’ 사육하고 도축하며 인육을 즐긴다. 그러나 그런 황금기도 잠시, 여러 사정으로 사육·도축 행위가 금지되자 랍-곶인들은 지구인의 혈관을 돈으로 사들이기 시작한다. “오늘날 인간이라는 종이 지구에서 살아가는 생태학적 조건을 날카롭게 드러내는 질문“으로 읽힌다는 인아영 심사위원의 말처럼, 육식에 대한 조롱, 비틀기, 해학이 넘치는 블랙 코미디인 이 SF의 주인공은 외계인이 계획한 임상 시험의 참가자 ‘양희’다. 심혈관계 질환 가족력을 가지고 있는 양희는 동맥경화 및 혈전 제거 관련 시약 테스트를 위해 참가했다가, 외계인들이 준비한 혈관 건강엔 아주 안 좋지만 맛은 참 좋은 음식을 잔뜩 먹고, 동향의 꽤 괜찮아 보이는 썸남까지 만난다. 그렇게 2박 3일간의 테스트를 행복하게 마치고 귀가하려는데, 갑자기 외계인들이 정체를 드러내며 두 사람을 기절시킨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TV 앞에 앉아 있는 양희. 얌전히 시청하라는 안내 방송이 나오고, 화면의 외계인이 자신들의 상황을 설명한다.

“다른 종을 착취하면서도 자주 기만에 젖는 인간의 한계를 드러내며 인지적 충격을 주면서도, 비장한 고발의 논지를 띠지 않고 시종일관 유쾌한 어조를 유지”해 예사롭지 않고 특별하게 여겨졌다는 강지희 심사위원의 말대로, 「후루룩 쩝쩝 맛있는」은 기본적으로 굉장히 재밌고 유쾌한데, 우리의 치부를 드러내니 시선을 돌릴 수가 없다. 가히 파괴적인 몰입감이다.

회원리뷰 (19건) 리뷰 총점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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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주간우수작 2022 제5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골드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하* | 2023.06.19 | 추천14 | 댓글8 리뷰제목
제5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은 6개의 단편 수상작품을 엮어 출간한 책이다. 모두 SF물에 독특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어서 읽는 재미가 있기도 했다. 우주와 해녀를 결합한 소설 '루나', 기계속으로 의식이 옮겨간 사람들을 만나는 '블랙박스와의 인터뷰', 게임 개발과 창작 AI가 등장하는 '옛날 옛적 판교에서는', 의식을 책으로 옮겨 영생을 살고자 했던 소설 '책이 된 남자', 환생;
리뷰제목

제5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은 6개의 단편 수상작품을 엮어 출간한 책이다. 모두 SF물에 독특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어서 읽는 재미가 있기도 했다.

우주와 해녀를 결합한 소설 '루나', 기계속으로 의식이 옮겨간 사람들을 만나는 '블랙박스와의 인터뷰', 게임 개발과 창작 AI가 등장하는 '옛날 옛적 판교에서는', 의식을 책으로 옮겨 영생을 살고자 했던 소설 '책이 된 남자', 환생과 소멸을 선택하는 사후세계를 그리는 '신께서는 아이들을', 연애담 뒤에 숨겨진 외계인의 인간 도축을 다루는 '후루룩 쩝쩝 맛있는'. 이렇게 6개의 소설들은 각자 독특한 이야기를 하고 있기도 했지만, 기존에 만나보지 못했던 독특한 상상력을 볼 수 있어서 즐겁기도 했다.

아래의 글은 그 중에 하나, 김혜윤 작가님의 '블랙박스와의 인터뷰'에 해당하는 리뷰다.

처음 '블랙박스와의 인터뷰'라는 제목을 봤을 때, 단순히 로봇과의 인터뷰만을 생각했었다. 로봇과의 인터뷰가 가능한가?라는 질문은 둘째치더라도, 어떤 인터뷰가 필요한지에 관한 의문이 남아있었다. 하지만 그런 걱정과는 달리 이 소설은 독특한 설정이 있다. 바로 인간의 의식을 기계로 옮기는 기술이 있다는 것이다. 주인공인 '라나'의 보호자였던 '로티' 또한 의식을 기계로 옮기는 시술을 받았다. 활공 오토바이에서 미끄러져 몸이 으스러진 로티는 배달일을 하며 혼자 아이를 키우던 사람이었다. 로티는 라나를 두고 죽길 원하지 않았다. 혼자 둘 수 없다는 이유로 시술을 결정했지만, 여기저기서 끌어모은 돈으로는 구형 블랙박스 정도가 최선이었다. 거기다 시술이 불법으로 분류되어 의식을 옮기는 데 성공해도 숨어지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가족을 두고 혼자 떠날 수 없다라는 마음과 갑작스런 사고로 보호자와 헤어질 준비가 되지않은 아이. 블랙박스가 된 후 로티와의 관계는 조금 달라졌다. 딱딱한 음성이 나오고 카메라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세상을 보는 로티는 주인공인 라나에게 여러 생활지식들을 가르쳐준다. 하지만 블랙박스의 어휘가 제한적이라 소통이 매우 어려웠고, 블랙박스가 종종 전원이 꺼져버리면 로티의 기억도 잃어버리곤 했다. 어쩌면 알츠하이머 같은 느낌일지도 모르겠다. 나눴던 대화가 모두 사라지고, 의지했던 모습이 점점 사라져가는 모습이 주인공에겐 미어지는 슬픔이었리라. 하지만 하나 남은 가족의 모습이 어떻든 함께 있어야한다는 마음과, 점점 변해가는 로티의 모습에 지친마음은 라나의 안에서 계속 충돌한다. 그리고 라나는 로티가 정말로 죽어버리고 나자 도망치듯 집을 벗어난다. 불법 시술을 한 사람들이 모여있던 곳에서 새로운 가능성이 있는 화성으로. 하지만 주인공은 로티에 대한 부채감을 지울 수 없었는지, 화성에서 의식을 기계로 옮긴 사람들을 찾아 그들을 인터뷰하기로 한다.

기계에 사람의 의식이 이식된다는 설정이 재밌었던 소설이었다. 그 과정에서 전재산을 탈탈 털어도 구형 블랙박스밖에 구하지 못했던 사람, 구형 라디오에 동생의 의식을 이식한 사람, 이외에도 많은 기계들에 의식을 이식한 사람들을 보며 착잡함과 동시에 다행이라는 마음도 들었다. 기계에 의식이 이식되면 기계 안에 들어있는 어휘만 구사할 수 있고,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게 바뀌어간다. 원래 사람임에도 기계의 몸을 입으면 스스로가 사람인지 기계인지조차 헷갈릴텐데 가족들 또한 그런 변화를 느끼고 힘들어한다. 그렇다면 이식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물론 스스로 원하고 만족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로티 같은 경우도 있었지만 이후의 커리어를 생각하며 기계가 된 사람도 있었다. 라나는 인터뷰를 하기 위해 대상자를 물색하는 과정에서 생각보다 다양한 삶이 있음을 알게된다.

소설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기계안에 들어간 사람의 의식이 스스로 목소리를 내려할 때 방법이 딱히 없었다는 것이다. 불법 시술을 받은 사람은 기계의 한계 때문에, 사람들의 삶 속에서 가동되는 기계는 사회의 부품인 기계이기 때문에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 라나의 인터뷰를 보기 전까지 전혀 해보지 못했던 생각이었다. 그런 점에서 보면 뭔가 부당하기도, 안됐기도, 뭉클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어쨌든 복잡미묘하다는 소리다. 사람의 의식이 기계로 옮겨가면 사람으로 봐야하는가? 그렇다면 사람의 권리는 어디로 갔는가?라는 생각을 하다보니 그 모든 것을 포기하고도 가족의 곁에 남고 싶었던 로티의 마음이 아리게 다가왔다. 분명 함께 있고 싶어서 선택한 길인데 온전히 함께할 수 있는 길이 아니었다. 작가 후기에서 보았듯 라나와 로티가 함께 정말로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한 셈이다. 사이보그들이 질문이 없더라도 목소리를 내는 이야기 역시 마찬가지다. SF라는 이름 아래 미래의 사회를 그리고 있지만, 이 이야기가 마냥 낯설지 않은 것은 우리가 온전히 함께 할 수 없는 삶을 살아내고 있음이 아닐까. 상실의 아픔에서부터 시작한 이야기라서 이 소설이 더 기억에 남았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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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문화리뷰 거기에 루나가 있었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꼼* | 2022.06.26 | 추천4 | 댓글0 리뷰제목
기억 저편에는 언제나 그리움과 회한이 존재하지만, 현재의 내가 있기 위해서는 아스라한 기억의 잿더미 속에 산재하는 수많은 좌절과 절망으로부터 나를 일으켜 세웠던 용기의 순간들 또한 존재한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러므로 기억한다는 건 시간을 들쳐업고 나만의 외길로 들어선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슴아슴 멀어져 가는 용기의 순간들을 들먹인다는 건 우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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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저편에는 언제나 그리움과 회한이 존재하지만, 현재의 내가 있기 위해서는 아스라한 기억의 잿더미 속에 산재하는 수많은 좌절과 절망으로부터 나를 일으켜 세웠던 용기의 순간들 또한 존재한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러므로 기억한다는 건 시간을 들쳐업고 나만의 외길로 들어선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슴아슴 멀어져 가는 용기의 순간들을 들먹인다는 건 우리가 습관처럼 되뇌는 '언젠가'에 숨겨진 일상성의 회복과 그 옅은 희망에 대한 강력한 신뢰를 다짐하는 일이다. 이를테면 우리는 행복한 순간에도 '언젠가 다시 하자'라고 말하기도 하고, 멋진 풍광을 보면서도 '언젠가 꼭 다시 오자'라는 다짐을 구호처럼 내뱉기도 하지만, 헤어날 수 없는 절망의 순간에도 '반드시 극복하여 언젠가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서로의 가슴에 꼭꼭 눌러 새기듯 다짐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언어 습관에 포함된 '언젠가'에는 평범한 일상에 대한 몸짓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걸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나는 바다에 가본 적이 없다. 가장 오랜 기억까지 되짚어봐도 나는 언제나 삼무호 안에 있었다. 할망들이 배경처럼 깔린 지구를 가리키며 파란 게 바다라고 말해줘도, 바다가 나오는 영상을 보아도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았다. 물이 구형으로 둥둥 떠다니거나 용기 안에 있지 않고 넓고 깊이 웅덩이져 있다니, 물이 밀려와서 발을 간질이고 사라진다니, 그건 도대체 어떤 느낌일까."  (p.22 '루나' 중에서)

 

제5회 한국과학문학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서윤빈 작가의 '루나'는 과거의 기억을 미래에 접목시킨 독특한 작품이다. 단편소설에서 무학적 완성도를 기대한다는 건 지나친 욕심일 수도 있겠으나, 제주 해녀들이 바다가 아닌 우주공간에서 '물질'을 한다는 상상력은 쉽게 연결지을 수 없는 기발한 착상임에 틀림없다. '삼무호'라는 우주기지를 근거지로 모계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가는 제주 해녀들이 바다 대신 위성 사이를 유영하면서 광물을 캔다는 착상. 소설의 주인공인 '루나'는 할머니 해녀들과 또래의 어린 해녀들과 함께 평화로운 일상을 살아가던 어느 날 자신이 구출한 우주 조난자 '켈빈'으로 인해 거대한 삶의 변화에 직면한다.

 

"켈빈을 믿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동기들은 입을 모아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만약 지구 생활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떻게든 돌아올 방법이 있을 테니, 한번 가봐서 나쁠 게 뭐가 있겠냐는 이유였다. 켈빈은 한술 더 떠서 돌아오기를 원한다면 최선을 다해 돕겠다는 서약서까지 써주었다. 하지만 사실 나는 정말 돌아올 수 있는지를 걱정하는 건 아니었다. 내가 망설이는 건 스스로 뭘 원하는지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이었다."  (p.43 '루나' 중에서)

 

자신이 누구이고 어디에서 왔는지 몹시 궁금해하던 차에 켈빈이 나타났고, 자신과 함께 지구에 가자고 루나를 부추겼던 것이다. 삼무호에 남을 거이냐, 아니면 켈빈과 함께 지구에 갈 것이냐 결정을 하지 못하던 루나에게 해녀 중급 시험일이 다가왔다. 친구인 ;이오'와 함께 50m 명줄을 달고 앞으로 나아가던 도중 환영을 보게 되고 결국 '이오'는 환영에 이끌려 실종되고 만다. '삼무호'로 돌아온 루나와 우주 속으로 사라진 이오. 그리고 내일 지구를 향해 떠나게 되는 켈빈.

 

과거의 기억은 이따금 우리를 달무리처럼 유혹하기도 하고, 깊은 좌절의 순간을 딛고 일어섰던 용기의 발원지를 떠올리게도 한다. 그런 까닭에 과거는 미처 도래하지 않은 미래와 손잡기도 하고, 선택에 놓인 현재의 우리를 흔들기도 한다. 서윤빈 작가의 단편소설 '루나'가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까닭은 바로 그 지점이다. 과거(제주 해녀의 물질)의 기억이 미래(우주공간에서의 물질)와 맞닿아 있고, 바로 그 경계에 흔들리는 현재(선택을 하지 못하는 루나)가 존재한다는 구성. 그리고 현재의 우리는 언제나 삶이 내미는 시험지를 앞에 둔 채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거기에 루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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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책이 된 남자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쎄******t | 2022.06.30 | 추천2 | 댓글0 리뷰제목
『2022 제5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 _서윤빈 외 / 허블       인간의 뇌엔 뇌가소성이라는 것이 있다. 뇌세포와 뇌 부위가 유동적으로 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학습이나 여러 환경에 따라 뇌세포의 성장과 쇠퇴가 이뤄진다. 특히 기억을 담당하는 부위인 해마에선 오래된 신경세포는 소멸하고 새로운 신경세포가 생성되는 매우 활발한 뇌가소성을 보인다;
리뷰제목

2022 5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

_서윤빈 외 / 허블

 

 

 

인간의 뇌엔 뇌가소성이라는 것이 있다. 뇌세포와 뇌 부위가 유동적으로 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학습이나 여러 환경에 따라 뇌세포의 성장과 쇠퇴가 이뤄진다. 특히 기억을 담당하는 부위인 해마에선 오래된 신경세포는 소멸하고 새로운 신경세포가 생성되는 매우 활발한 뇌가소성을 보인다. 이런 상상을 해본다. 신경과학적 차원에서 볼 때는 신경가소성이라고 하는데 이는 뉴런사이의 연결 강도의 변화를 말한다. 신경 사이의 연결이 강해질 수도, 약해질 수도 있다. 뇌세포의 자생력이 그만큼 강하다면, 사후에도 인간의 뇌를 활용해 뭔가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머리아플지도 모르는 뇌 이야기부터 시작한 것은 순전히 이 소설 때문이다. 5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6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그 중 김필산의 책이 된 남자는 뇌와 관련된 스토리이다. 소설은 크게 두 축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보통 레오라 불리는 레오나르도 브라촐리니라는 책 사냥꾼(또는 책 수집가)과 레오의 시대와 차이가 나는 네메시우스 콤니무스라는 이와 알 라시르라는 이의 만남이다. 레오는 오래 된 수도원을 방문해서 소문만 들었던 책(선대의 책 사냥꾼들 중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 책)을 한 권 발견한다. 책 제목은 죽음과 지혜의 책Ⅰ』이다.

 

 

네메시우스 콤니무스는 콘스탄티노플리스의 이름난 장군이었던 아버지의 유산으로 물려받은 저택과 재산으로 경제적으로 제법 풍요한 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7세 때부터 모국어인 그리스어뿐만 아니라 고전 라틴어와 이국의 아랍어까지 능통한 언어의 달인이다. 그는 아랍어로 쓰인 책들을 수집해 라틴어로 번역했다. 그의 꿈은 아버지의 유산을 활용해서 전 세계에 있는 수많은 책을 수집하고, 명성 있는 연금술사를 후원해서 그들이 쓴 책을 모아 장대한 도서관을 건립할 계획이다.

 

 

알 라시르는 연금술사이다. 수상한 점이 많지만, 네메시우스는 알 라시르가 (기꺼이 그의 후원자가 될 만큼) 역량 있는 사람으로 추측하고 있다. 알 라시르는 바그다드 외곽의 거의 무너져 가는 성탑에 산다. 세간에선 그 탑을 저주의 탑이라고 부른다. 사람들은 그 탑 근처에도 가기를 싫어한다. 그것은 알 라시르의 기괴한 연금술 실험이 죽음을 연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브라힘이라는 유대계 상인의 연결로 네메시우스와 알 라시르가 만난다. 알 라시르에겐 행운이고, 네메시우스에겐 악연이다. 알 라시르는 네메시우스에게 인간의 생이란, 대수학적 계산이라고 한다. 즉 그의 연구 주제가 죽음의 대수학적인 해석이라는 이야기다. 이어서 삶과 죽음,영생에 대한 다소 장황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문제는 알 라시르가 네메시우스를 만나고 싶었던 이유가 그의 가 탐이 났기 때문이다. 저항불가능한 상태의 네메시우스는 결박되어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그의 두개골이 열리고 그의 는 절편처럼 썰려 이 된다. 그 책이 바로 책 사냥꾼 레오가 찾은 죽음과 지혜의 책Ⅰ』이다.

 

독자여, 무엇이든 물어보라. 책이 대답할 것이니.

 

레오는 오랜 시간동안 책과 씨름하면서 답을 얻기 위해 애쓴다. 결국 답을 얻는다. 책과 대화가 이뤄진다. 책에 잠긴 네메시우스는 레오에게 알 라시르에게 복수를 해달라고 요청한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가? 그러나 레오가 도와줄 여지는 있었다. 죽음과 지혜의 책Ⅱ』에 연금술사 알 라시르가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의 작가 김필산은 물리학과 인지과학을 전공했다고 한다. 이 소설의 단초는 2006년에 작가가 읽었던 더글러스 호프스태터와 대니얼 데닛의 공저 이런, 이게 바로 나야!라는 책에 실린 아인슈타인에 대한 이야기라고 한다. “아인슈타인 뇌의 모든 뉴런 연결 상태와 시냅스 강도를 책으로 적어놓는다면, 그 책은 아인슈타인 자체가 되어 생각하고 말할 수 있다.” 글의 구성이 탄탄하다. 적절히 팩트를 추가해서 픽션이 아닌 팩션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스토리 구성도 중요하지만, 등장인물의 이름 명명에도 나름대로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게 이끌어간 것도 작가의 역량이다. 차기 작품을 기대한다.

 

 

 

#5회한국과학문학상수상작품집

#김필산

#책이된남자

#허블

#쎄인트의책이야기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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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드는 작품이 많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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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로얄 a*****0 | 2023.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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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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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플래티넘 l*******7 | 2023.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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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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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골드 하* | 2023.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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