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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

소금

[ 양장, 개정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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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 (큰글자도서)
[도서] 소금 (큰글자도서)
박범신 저 한겨레출판
0% 35,000
소금 (큰글자도서)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5월 13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368쪽 | 550g | 143*210*23mm
ISBN13 9791160408218
ISBN10 1160408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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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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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종의 그림자, 유령 같은 존재가 바로 아버지였다.
--- p.36

죽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아버지는 여전히, 어디선가 그렇게 걷고 있을 것 같았다. 어떤 날엔 낯선 산협 사이로 난 외줄기 벼랑 끝을, 또 어떤 날엔 가뭇없는 허공을 걸어가는 아버지의 꿈을 꾸기도 했다. 아버지 없는 자리는 나날이, 놀랄 만큼 확장되고 있었다. 무심히 지나쳐 무의식 속으로 침전되어버린 아버지에 대한 기억들이 하루가 다르게 복원되는 속도도 놀라웠다. 아버지는 수많은 해석의 길을 거느린 놀라운 텍스트였다. 그녀는 그것을 너무 뒤늦게 알았다.
--- p.52

“버리긴 뭘 버려요? 아저씨 취했네!” 그녀가 받았고, 만취한 내가 한 번 더 목청을 높였다. “버렸잖아, 지금? 이제 내 인생 살아야 한다, 깃발은 그럴 듯하지만 그게 뭐야, 버리는 거지. 안 그래? 나도 고등학교 때 하란 공부는 안 하고, 아버지 등짐 져 번 돈으로 겨우 시집이나 사서 모은 놈이야. 울 아버지는 시가 뭔지도 몰라. 이 꼬락서니로 살 거면서, 그때 이미 아버지를 내다 버린 거지 뭐. 모든 아버지가 다 그래. 늙으면 무조건 버림받게 돼 있어. 과실을 따올 때 겨우 아버지, 아버지 하는 거라고. 둘러봐. 아버지가 번 돈으로 술 마시는 쟤네들, 쟤들 머릿속에 지금 늙어가는 아버지들이 들어 있겠어?” 그녀의 눈에서 그 순간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 p.83

“선 상무, 이 사람 참 몹쓸 사람일세. 이런 딸들을 두고 어찌 그렇게 떠날 수 있어? 저세상 사람이 됐어도 그래. 아버지라는 사람이 어떻게 제 맘대로 세상을 등질 수가 있냐고. 애들이 있으면 죽을 권리도 없는 사람이 아버지야!”
--- p.94∼95

그의 대학 졸업식이 있던 날이었다. 아버지는 졸업식엔 참석할 수 없었다. 아버지가 소금밭 결정지에서 소금 더미에 코를 박고 쓰러져 죽은 것이었다. 그것은 아버지 인생의 마지막이었을 뿐만 아니라, 그와 아버지 관계의 마지막이기도 했다. 죽음으로 관계가 끝나는 건 아니었다. 관계의 끝은 죽음이 아니라 망각일 터였다. 아버지의 시신을 땅에 묻고 나서 망각은 가속도를 탔다. 열흘쯤 지나서 아버지의 얼굴이 생각나지 않았고, 스무날쯤 지나고 나서 아버지의 목소리가 생각나지 않았으며, 반년쯤 지나자 아예 염전이 생각나지 않았다. 아버지가 염부였다는 사실조차 지워지고 없었다. 아버지 얼굴을 본 적이 없어요, 라고 말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을 정도였다. 아버지에 대한 모든 기억은 그렇게 철저히 봉인되었다.
--- p.154∼155

언덕을 지나자 강이 바다처럼 넓어졌다. 아까보다 붉어진 강이었다. 곧 어두워질 터였다. 갈대들이 수런거리며 저녁 바람에 서로 몸을 섞고 있었다. 어둡기 전에 나루에 닿아야 해, 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러나 생각뿐이었다. 눈꺼풀이 자꾸 내려와 덮였다. 강의 잔물결 정수리마다 놀 꽃이 피고 있었다. 보는 방향에 따라 수만 송이 붉은 꽃잎들이 얹혀 있는 것 같기도 했다. 물새들이 꽃잎을 차고 놀았다. 그리고 붉은 꽃잎들이 시시각각 암갈색으로 변하기 시작했을 때, 마침내 긴 여로의 끝이 왔다. 죽음보다 깊게, 그는 오직 자고 싶었다. 이윽고 털썩, 그가 쓰러졌다.
--- p.179∼180

시우의 입술이 내게로 온 게 그 순간이었다. 아무런 징후도 없었지만 아주 자연스럽고 고요한 진행이었다. 햇빛이 부셔 나는 얼른 눈을 감았다. 그녀의 입술은 마치 햇빛이라는 강을 타고 내려온 작은 나뭇잎 같았다. 입술과 함께 그녀의 눈물도 혀끝을 적시고 들어왔다. 우리는 햇빛 쏟아지는 모현재 마루 끝에 앉아 양손은 불구의 그것처럼 마루를 짚은 채 가만히, 오래 키스했다. 호수 쪽으로 날아가는 새 떼들이 떠들지 마라 떠들지 마라, 하고 우짖고 있었다.
--- p.209∼210

“아버지들 얘기야. 처자식이 딸리면 치사한 것도 견디고 필요에 따라 이념도 바꿔야지. 오늘의 아버지들, 예전에 비해 그 권세는 다 날아갔는데 그 의무는 하나도 덜어지지 않았거든. 어느 날 애비가 부당한 걸 견디지 못하고 직장을 박차고 나와 낚시질이나 하고 있어 봐. 이해하고 사랑할 자식들이 얼마나 있겠어? 강남권 초등학교에선 애들이 모여 앉아 제 애비가 죽으면 무엇 무엇을 물려받을지 셈하고 있다는 말도 들었어. 효도가 비즈니스가 된 세상이야. 그러니 어떤 애비가 배롱나무처럼 살 수 있겠느냐고.”
--- p.218

그녀를 태운 택시가 햇빛 사이로 아득히 흘러갔다.
--- p.222

이미 모든 걸 버려두고 떠나온 길이었다. 두렵지 않았고, 그래서 붙잡으려 발버둥치지도 않았다. 췌장암도 차츰 잊어버렸고 처자식도 잊었다. 가진 게 있으면 먹고, 쓸쓸할 때면 쓸쓸한 사람들 손을 잡았으며, 기분이 아늑해지면 구부리고 잠들었다. 진실로 유장한 시간의 강을 따라 자신이 가벼이 흐르고 있다고 그는 느꼈다. 그것은 자연으로서의 삶이었으며 자본주의적 체제의 정교하고 잔인한 프로그램에서 놓여난 삶이었다. 그런 삶을 한 번도 상상해본 적이 없으므로, 자신이 살아 있는지 죽은 다음의 새로운 세상을 살고 있는지도 때로는 애매모호했다. 자신이 하나의 ‘자연’이라는 사실을 길 위에서 하루가 다르게 알아차리는 과정이었다.
--- p.224

예전의 삶이 부랑이었다면 그즈음의 삶은 유랑이었고, 자유였고, 자연이었다. 그것이야말로 역시 참된 단맛이었다. 누가 인생에 대해 묻는다면 그는 말할 참이었다. “인생엔 두 개의 단맛이 있어. 하나의 단맛은 자본주의적 세계가 퍼뜨린 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태에서 빨대로 빠는 소비의 단맛이고, 다른 하나는 참된 자유를 얻어 몸과 영혼으로 느끼는 해방감의 단맛이야.” 그가 얻은 결론은 그랬다. 이가 썩어가기 마련인 단맛에서 새로운 생성을 얻어가는 단맛으로 그 자신의 인생을 극적으로 뒤바꾼 것이었다.
--- p.253∼254

“언제나, 세희 누나가 내 가슴속에 있었네. 그건 사실이야. 하지만 내 삶이 그랬으니 찾아볼 생각까진 차마 하지 못한 게지. 찾아볼 염치도 없었고.”
--- p.294

성년을 맞는 시우의 생일, 그 눈바람 속에서 키 작은 남자 김승민의 트럭을 만나지 않았다면, 아니 트럭에 실린 소금 자루들을 만나지 않았다면, 그는 어쩌면 지금도 열심히 회사나 다니면서 가족들의 소비 온도를 따라가느라 허겁지겁 살고 있을지 몰랐다. 그가 일상의 옆구리 생살을 찢고 전혀 다른 생으로 튕겨 나온 것은 전적으로 김승민의 트럭 짐칸에 실린 소금 자루들이 불러온 기억 때문이었다. 트럭 위에 실린 생경한 흰빛의 소금 자루들을 보았을 때, 봉인된 기억의 회로에서 그 찰나에 대체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는 알 수 없었다. 어떤 소금 자루들은 붕 떠오르고 어떤 소금 자루들은 마구 터지고 있다고 느꼈다. …… 그것은 아, 분명히 아버지의 비명 소리였다.
--- p.319

“나이가 얼마나 들면…….” 내가 혀 꼬부라진 소리로 물었다. “……사는 게, 무섭지 않을까요?” “시인한테 내가 묻고 싶은 말이네.” “그럼 지금도 무섭단 말인가요?” …… “글쎄, 그게 언제부터 없어지냐고요?” “나이 먹어 절로 없어진 게 아니야. 공짜는 없어. 생산성이라는 사슬을 끊었기 때문에 얻은 축복이지. 외부로부터 부여받은 목표치를 걷어찼기 때문이라고! 시인이야 이런 거 알 필요 없겠지만.” “아뇨!” 내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문단에도 있어요. 과장, 부장, 이사, 뭐 그런 계급요. 시인들도 생산성을 가져야 이 땅에선 살아남으니까요!” 눈꺼풀이 무거워 나는 슬며시 눈을 감았다.
--- p.353∼354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고향으로 돌아와서 강의를 하는 시인인 나는 배롱나무가 있는 폐교에서 우연히 시우를 처음 만난다. 시우는 10년 전에 눈이 많이 오는 자신의 스무 살 생일날에 뒷모습을 보이며 사라진 아버지를 찾아다니는 중이었다. 그 과정에서 나는 강경에서 젓갈 가게를 하는 친구 텁석부리와 함께 한대수의 노래를 좋아하는 옥녀봉 꼭대기 소금집의 신비한 청동조각 김을 만나게 된다. 그는 전신 마비 남자와 다리를 저는 함열댁, 척추 장애인인 큰딸 신애, 실명하는 선천적인 병에 걸린 둘째딸 지애와 함께 살고 있다. 그와 만나면서 조금은 특이해 보이는 청동조각 김의 특별한 가족들과 만나게 된 사건을 알게 된다. 어렸을 때 청동조각 김은 염전을 하던 아버지를 도와드리려고 150리나 되는 긴 길을 걸어갔지만, 자신이 염전 일을 도우려고 대파를 잡은 것을 본 순간, 아버지는 그를 바로 돌려보내고, 그는 다시 먼 길을 걸어오다가 쓰러진다. 다행스럽게도 쓰러진 자신을 업고 와서 생명을 구해준 첫사랑 세희 누나를 만나게 되고, 그녀와의 젓갈 발효실에서의 추억, 만리동 작업실에서 옷을 만들면서 자장면을 먹고 실밥을 떼어주던 추억들을 듣게 된다. 그러면서 자본의 세계에서 하루하루 살아가려면, 힘들게 계속해서 돈을 버는 기계로밖에 살 수 없었던 아버지들의 인생을 만난다. 청동조각은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소금 자루’를 통해 잊어버렸던 꿈과 소중한 첫사랑과 염전에서 소금을 거두다가 쓰러진 아버지를 기억해낸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 아버지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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