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바람이라는 것은 소리가 없다. 우리가 알고 있는 바람소리는 사실 바람이 불 때 뭔가에 부딪쳐서 나는 소리인 것이다. 실제로 바람 소리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모양도 없고 소리도 없는 괴물은 사람에게 공포감을 준다. 걷고 있는 근조에게 갑자기 어떤 힘이 부딪쳐왔다. 그는 처음에 그것이 바람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왜냐하면 초원의 물결이나 파문, 혹은 나뭇가지의 흔들림 같은 것을 볼 수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바람소리를 들을 수 없었던 것이다. 앞으로 걸으려고 하다가 밀려 되돌아 온 다음에서야 그것이 바람이었다는 것을 의식할 수 있었다. 엄청나게 큰 바람이 고비사막 위에 불고 있었지만 그 어떤 흔적도 눈으로 볼 수 없었다. 그런 바람은 스산한 기운을 가득 담고, 마치 도처에 위기가 도사리고 있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하늘마저 어두컴컴하게 만들었다. 근조는 바람에 이리저리 부딪히며 밀려 다녔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몸을 가릴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바람이 몰아닥치면 대책 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다. 힘센 황소처럼 부딪쳐오는 바람에 근조는 몇 마장이나 뒤로 물러나고 말았다. 몸을 앞으로 깊이 숙여도 보았지만 매한가지였다. 여전히 흔들리며 뒤로 물러나고 있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b>열네 살. 우리의 몸과 마음이 자라면서 겪는 가슴 시린 통증의 다채로운 무늬들. </b><br/><br/>이 책의 주인공은 막 고개를 내민 새싹처럼 여리다가도 눈앞에서 치솟는 화염에 넋을 빼앗겨 돌연 위태로운 행동을 하기도 하는 열네 살 소년이다. 열네 살. 영심이의 나이가 열네 살이었고, 마르께스의 소설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의 ‘델가디나’의 나이가 열네 살이었으며, 타니구치 지로의 소설에서 마흔여덟 중년 남성인 나카하라가 타임머신을 타고 되돌아가는 나이가 열네 살이었다. 열네 살이라는 나이가 우리네 인생에서 중요한 분기점인 것일까.<br/>그 열네 살의 나이에 이르러 마침내 꿈을 찾아 길을 나선 근조는 굽이굽이 끝없이 이어지는 길들을 지나면서 한편으로는 자신의 운명적인 성장통을 통과해 낸다. 몸과 마음이 함께 움트는 시절의 한복판에서, 소년 근조가 아플수록 더 아름다워지는 까닭은, 그가 앳된 소년이라서가 아니라 꿈에 박차를 가하며 조금씩 전진하는 것이 삶이라는 깨달음에 내내 몰두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br/>소년 근조를 통해 ‘가파르게 경사지고 있는 현대의 삶터에 고전의 서정성을 담은 성장 소설을 짓고자 했다’는 작가는, 안정된 목소리로 정성을 기울여 성장통을 앓는 시절의 우리들에게 말을 걸어오고 있다. <br/><br/><b>밝은 눈으로 길어 올린 아름다운 장면들</b><br/><br/>이 작품의 각 단원들에는 다섯 곳의 지명이 붙어있다. 그런 까닭에 차오원쉬엔은 이 작품을 ‘장면소설’로 부르고 있다. 작가는 각 장면의 구성을 아름답게 하고 다채로운 빛깔의 정서가 그 위를 내내 흐르도록 하기 위해 정성을 기울였다고 밝히고 있다. 독자들은 소설을 읽으며 그러한 장면들에 곧 매료될 수 있을 것이다. <br/><br/><b>꿈에 대한 메시지</b><br/><br/>작가는 이 책의 타이틀이기도 한 ‘꿈’에 대해 등장인물의 입을 통해 이렇게 설명한다. <br/><br/>“꿈이 없는 칠흑 같은 밤이 얼마나 끔찍한 건지는 겪어 보지 못한 사람은 결코 알 수 없지. 기나긴 어두운 밤 내내 뜬 눈으로 잠을 못 이루고 날을 밝힌다거나 아니면 죽은 듯 잠들어 끝이 보이지 않는 지옥에 빠졌다가 깨어나면, 하루 밤이 어둡고 황량하기만 한 죽음보다 훨씬 끔찍한 느낌이라는 것을.”<br/><br/>“아우는 얼마나 행복한 거야! 꿈을 꿀 수 있으니 말야! 게다가 꿈속에서 백화가 만발한 협곡까지 볼 수 있다니 뭘 더 바라겠어! 그렇게 아름다운 밤이 있다니! 그런 밤은 공허하지도 고독하지도 않겠지. 소리가 있고 빛깔도 있잖아. 악몽을 꾸어도 좋아. 악몽이면 어때? 땀을 흠뻑 흘리고 깨어나면 공포에서 벗어나 자신이 현실에서 평온하게 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테니 말이야. 울고 싶으면 울고! 웃고 싶으면 웃으면 되지! 꿈은 하늘의 자비야!”<br/><br/>작가가 전달하려는 것은 아마도 성장하면서 잃어가는 꿈에 관한 메시지일 것이다. 소설에서 작가의 의도는 또박또박 타전되어 읽는 이들의 마음에 담긴다. <br/>